강진 남미륵사에 다녀오다
강진 군동면에 있는 남미륵사는 남편이 꼭 가보고 싶다고 찜한 사찰이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법흥스님이 1980년에 창건했고 동양에서 가장 높은 36m 아미타좌불상이 있는 사찰이었다. 500나한상이 있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있는 사찰, 내 눈엔 마냥 신기방기한 사찰. 42년쯤 된 사찰인데 법흥스님의 시비를 읽으며 사찰을 산책하다보니 강진을 사랑하는 애향심도 느껴지고 괜스레 정이 갔다.
남미륵사는 특별했다. 주지스님인 법흥스님의 자작시비가 많고, 식물이 많은데 곳곳에 나한상이 있고, 다양한 꽃들과 연꽃이 많은 절이었다. 철쭉꽃이 만개한 봄에 오면 더 아름다울 듯 싶었다. 마치 엄청나게 큰 정원같은 느낌도 들었다. 철쭉나무 샛길을 이리저리 걷다가 불두화 핀 길도 걸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인지 걷는 내내 정말 운치 있었다. 나름 걸으며 참선한 건 아닌지...^^
사찰 입구에서 봤던 안내 자료에 법흥스님이 빅토리아 연잎사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으아했는데 실제 그 연잎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엄청나게 큰 잎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마침 법흥스님이 나오셔서 그 잎사귀를 잘라주시기에 이것저것 여쭈었다. 연꽃이 처음 필 땐 흰색이고, 다음 날 핑크빛 보라색이 된다고 했다. 부력이 강해서 잎에 앉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그제야 입구에서 봤던 사진의 진실을 이해했다. 다 자란 연잎의 지름이 2m 가까이 된다는데 김장할 때 쓰는 김장매트가 떠올랐다. 스님이 연잎을 잘라 내려놓으며 잎의 뒷면을 보여줬다. 다가가 자세히 보니 부력이 커 보였고, 잎사귀 겉면에 크고 작은 가시가 촘촘히 막혀 있었다.
방문 시간이 낮이라 아쉽게도 빅토리아연꽃은 입을 오므리고 있었다.
저녁부터 이른 아침까지 피어 있다는데 내년엔 꼭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싶다.
남미륵사에는 연꽃 방죽이 5곳이나 있다.
비가 오고, 남편과 동생 희야네가 가자고 보채는 바람에 오래 머물지 못해서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