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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May 05. 2020

편리하지만 차마 이용할 수 없는 그 서비스

한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 오후. 이번 주말에는 집에서 어떤 음식을 해 먹을지 슬슬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 어떤 메뉴를 생각하든 재료부터 사야 했다. 토요일에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갈까? 그러기에는 황금 같은 주말이 너무도 아까웠다. 집 근처 슈퍼에서 사자니 막상 가보면 없는 물건도 많고 가격도 비싸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직장인들의 이런 고민은 이미 수년 전에 끝났다. 이제는 마트에 직접 가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장을 보면 바로 다음 날이면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해 있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에서는 모두 매장배송 서비스를 통해 다음 날이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쿠팡은 유통업계에서 떠오르는 강자가 되고 있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 서비스를 통해 다음날 새벽이면 물건을 배송해주기 때문에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과일까지도 배달이 가능해졌다.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온라인 유통시장은 더욱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온라인 유통업계의 1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료출처 : 해럴드경제


나도 처음에는 홈플러스와 이마트몰을 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요즘 대세로 떠오르는 쿠팡에서도 한 번 장을 보기로 하였다. 쿠팡은 다른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정기휴일도 없고 최저 주문금액도 적어서 편리했다. 다음 날까지 배송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월정액제에 가입하면 최저 주문금액도 없고 새벽에 물건을 받아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쿠팡에서 주문한 물건이 배달된 모습을 보고, 이후에는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쉽사리 쿠팡을 다시 이용할 수 없었다.


쿠팡에서 배송된 물건의 모습


쿠팡에서 세 개의 물건을 로켓배송으로 주문하였는데, 세 물건이 각각 다른 종이박스와 비닐에 포장되어 있었다. 심지어 훨씬 더 작은 상자에 담을 수도 있는 작은 물건이 큰 상자에 담겨 있기도 했다.


사실 나도 환경 보호를 적극적으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 속에서 작은 것부터라도 환경 보호를 위해 애써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물건들은 대부분 이미 포장된 채로 유통되는 제품들인데, 배송을 위해 모든 물건을 다시 한번 비닐이나 상자로 포장한다는 것은 자원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홈플러스에서 배송된 물건의 모습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대부분 이미 사용하고 버려진 재활용 종이상자나 큰 비닐 하나에 주문한 모든 물건을 담아서 보낸다. 물건별로 개별 포장된 채로 배송받는 것이 소비자로서는 더욱 대접받는 기분이 들 수 있겠지만, 물건이 파손만 되지 않는다면 나는 대형마트처럼 재활용 상자에 통째로 받는 것이 오프라인 마트의 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다. 환경오염 문제를 제쳐두고 생각하더라도 상자 하나에 배달되는 것이 물건을 꺼내기도 편하고 가정에서 쓰레기도 적게 나온다.


이런 나의 마음을 담아 쿠팡 고객센터에 건의사항을 남기기로 하였다. 쿠팡도 대기업인만큼 물류업무 효율화 등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그래도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남겼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에는 대부분 환경을 파괴하는 대가가 포함되어 있다. 카페에서 일회용 잔으로 테이크아웃을 하였다면 플라스틱 컵과 빨대가 생기고, 과대 포장된 상품을 받았다면 그만큼 많은 비닐이나 종이가 생긴다.


모든 것은 소비자의 선택이기에 특정 기업의 불매운동을 장려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가끔 한 번씩이라도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수명을 담보로 편리함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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