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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Apr 04. 2021

얼마나,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 리뷰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루이즈. 그녀는 어느 날 바에서 매력적인 남자 데이비드를 만나 키스까지 하게 된다.


이런!

알고 보니 그는 루이즈가 일하는 정신과의 의사였다. 그래도 지난 일은 쿨하게 넘기고 데이비드를 직장 상사로 여기면서 잘 지내보려고 한다. 어느 날 루이즈는 길을 가다 우연히 한 여자와 부딪히는데 그 여자는 하필 데이비드의 아내 아델이었고, 이 일로 아델과도 친분을 이어가게 된다.


그렇게 직장상사와는 내연관계가, 그의 아내와는 친구가 되어버린 막장 같은 상황. 하지만 데이비드와의 사랑과, 아델과의 우정은 점점 깊어져 간다. 그리고 두 사람과 가까워질수록, 두 사람은 평범한 부부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뭔가 깊은 비밀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본 리뷰는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아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 멜로극인 것처럼 시작한다. 하지만 단순 멜로극이라고 하기에는 초반부터 조금씩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루이즈는 야경증을 앓고 있어 늘 공포스러운 꿈에 시달린다. 아델은 과거에 화재로 부모를 잃은 트라우마로 인해 치료소에서 지낸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만난 친구 롭과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플래시백 된다.


겉으로는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는 데이비드와 아델 부부도 무언가 이상하다. 데이비드는 아내 아델의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녀로부터 휴대폰, 신용카드를 빼앗거나 수시로 집전화로 전화하는 등 아델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플래시백 장면 속 아델은 밝고 발랄한 모습이지만, 현재의 아델은 분위기도 매우 어둡고 움직임이나 말투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이때까지는 드라마의 주제가 무엇인지 도저히 감을 잡기가 어렵다.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이 앓고 있는 야경증이 핵심 키워드가 되면서 점차 스릴러 드라마로 전개된다. 드라마의 인물 중 루이즈와 아델, 그리고 아델의 친구 롭은 모두 야경증을 앓고 있거나 앓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루이즈가 야경증을 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아델은 야경증을 극복하는 방법이 담긴 노트를 준다. 그 노트는 롭이 야경증을 통제하는 방법을 기록한 일기였다. 야경증을 이겨내는 방법은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인지해서 자각몽으로 바꾼 뒤, 문을 열어 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루이즈는 이 노트 덕에 야경증을 극복한다.



아델이 준 일기장의 뒷부분 몇 장이 찢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마지막 반전을 위한 중요한 복선이었다. 그 내용은 자각몽을 한 단계 더 응용하는 방법이었다. 자각몽 속에서 문을 열어 다른 세상으로 나가면 두 번째 문이 기다리고 있는데, 두 번째 문을 열고 또 나가면 유체이탈을 경험할 수 있었다. 유체이탈 상태에서는 이미 가본 곳은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유체이탈을 경험한 루이즈는 그동안 아델이 유체이탈을 통해 자신과 데이비드의 관계를 모두 알고 있었고 자신에게도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주제는 유체이탈인가?


여기에서부터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포스트에서처럼 루이즈, 데이비드, 아델 세 사람의 사랑과 심리를 다룬 드라마 같았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의 뒤에는 롭이 있었다.


[롭] 기분이 어때? 그렇게 돈도 많고 그렇게 예쁘면?
[아델] 외로워
[롭] 그래? 그럼 나랑 바꾸자

 




<비하인드 허 아이즈>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반전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자체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이렇게 말하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


최근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반전을 다룬 작품이 정말 많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스릴러 장르에서 반전이 없으면 시시하게 끝난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반전은, <비하인드 허 아이즈>처럼 반전이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할 때 일어나야 한다. 모두가 반전을 예상하고 있는 타이밍에 반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반전의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진정한 반전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을 다루는 영화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범인이었다는 것은 반전이라고 보기 어렵다. 장르 특성상 결국 후반부에서는 범인이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전 영화의 대명사로 불리는 <식스 센스>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그 당시에 반전 영화가 흔치 않다 보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지막 반전이 등장하기 직전까지만 보아도 그 자체로 괜찮은 영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일어나면서, 지금까지 본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반전이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를 조금씩 풍기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반부까지는 철저하게 치정과 심리묘사 위주로 이끌어간다. 그리고 후반부에 반전이 여러 번 등장하면서 뒤통수를 여러 번 맞은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의 전반적인 느낌은 조던 필 감독의 영화 <겟 아웃>, <어스>와 상당히 비슷하다. 전반적인 플롯은 <겟 아웃>과 비슷하고 마지막 결말은 <어스>와 닮았다. 실제로 조던 필이 극본이나 연출을 맡았다고 해도 믿었을 것 같다. 특히 극 중 아델은 말투나 움직임이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눈빛에 초점이 없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것은 <겟 아웃>에 등장하는 흑인들을 보았을 때 느꼈던 것과 비슷한 위화감이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것은 유체이탈을 통해 반전의 실마리가 보이기 전까지의 내용은 다소 늘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뒤로 가면서 슬슬 반전을 기대하게 되기도 한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약 50분씩 6부작 드라마인데, 차라리 초중반 내용을 압축해서 두 시간짜리 영화로 만들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그녀)의 무엇을 사랑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상대를 얼마나,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드라마 내내 아내인 아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아델이 더 이상 자신이 사랑하던 아델이 아닌 것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성관계를 가질 때마저 아델의 얼굴이 아닌 허공을 바라보고, 자세를 바꿔 가며 어떻게든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은 영화 제목에서처럼, 눈 뒤에 있는 그녀의 내면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내면이 아닌 그녀의 육체만을 느끼려고 하는 것이다.


아델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예쁘고 아름다운 아내로 나오지만, 그녀의 내면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데이비드의 결혼생활은 조금도 행복할 수 없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처음에는 보통 예쁘고 아름다운 외면에 끌린다. 하지만 내면과 상관없이 예쁘고 아름다운 외면만을 보고 상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쩌면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은 첫인상에 불과할 뿐,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상대의 내면이 아닐까?


이것이 <뷰티 인사이드(2015)>는 비교적 행복한 결말로 끝나지만,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절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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