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아닌데 잎이 진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파란 잎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마르지도 않은 싱그러움이 안타깝고 아쉬워 손 위에 올려두고 멍하니 잎을 보고 있다. 제때 물을 주지 못해서인지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인지 속을 알 수 없어 애가 탄다. 살이 오른 잎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나뭇가지로 고개를 돌린다. 진 잎보다 더 큰 잎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커다란 잎이 곧 흘러내릴 눈물방울처럼 가지 끝에 달려 있다. 저 잎도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 수렴하겠구나 싶어 숨을 내뱉으며 눈을 감는다. 눈가에 머물러 있던 아쉬움의 눈물이 속으로 스민다.
눈물을 삼키며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왕 세상에 난 것 빛 보기까지의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무색하지 않게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살아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찌하여 그 물기 많은 몸으로 서둘러 이별을 고하였니.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떠난 날들이 아쉽고 아리지는 않았니. 홀로 툭 떨어져 내린 그 순간이 허망하지는 않았니. 하늘은 투명하고 손은 희고 잎은 더없이 파랗다.
짧은 푸른 생이 아쉬워 그 위에 그리움의 편지를 적는다. 온 힘을 다해 마주한 잎의 생애가 끝을 고한 오늘이 닿은 우리네 하루가 감사와 축복으로 가득하기를. 더 채워갈 수 있었을 날을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새잎 날 자리를 남겨두고 기꺼이 끝을 맞은 파란 잎의 숭고한 받아들임을 가슴에 새기기를. 흘려보내게 되는 시간이건 아득바득 붙들고 있어야 할 날이건 이 순간 생에 마주하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할 것임을 잊지 않기를.
잎 하나가 졌다.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그 일렁임이 눈물샘에 닿았다. 눈물이 차올랐다. 이른 죽음이 아쉬워 차마 눈물을 떨어뜨리지 못한 채 슬픔을 삼켰다. 스며든 눈물이 마른 가슴에 닿았다. 메말라 갈라져 가던 심장에 생의 미진이 일었다. 흔들리는 가슴에서 새잎이 피어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