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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Jan 07. 2024

당연한 지시와 무시는 없습니다.

상사들을 위한 업무 요청법

사람의 기본 심리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였으면 하는 것과 그로 인한 존재감을 확인하는 것이죠. 솔직히 상대방의 존재감까지 신경 쓰며 일하는 건 머리 아픕니다.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상대방에게 반감을 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팀워크적으로 와해를 가져오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죠. 그럼 이제 호기심이 좀 생겼을까요? 이야기를 이어나가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업무란 수많은 이해관계와 요청 속에서 시시각각 빠르게 돌아갑니다. 휴, 잠시 여유가 생겼네요. 고개를 돌려 옆팀을 바라봅니다. 서로가 대화로 업무를 주고받네요. 필요에 따라선 팀원이 팀장 자리에 가서 상황을 공유합니다. 팀장은 궁금한 부분이 있었는지 팀원에게 가서 의견을 묻습니다.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랜딩되어 일들을 매끄럽게 진행합니다. 분위기가 좋을 수 밖에 없군요.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때마침 사내 메신저로 팀장의 지시가 왔습니다. 광고주에게 제안할 문서가 있으니 방향성을 각자가 생각해 보고 이틀 후 의견을 나누자고 합니다. 고민을 거듭하며 문서를 준비합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회의 시 내부 설득을 위해 어떻게 말할지 흐름을 정리합니다. 디데이가 되었습니다. 내심 기대를 하며 회의 준비를 하는데 팀장이 한마디 합니다. 썼으면 취합해서 자기한테 보내달라네요.


꺼림칙하긴 하지만 일단 넘깁니다. 다음날 다시 메신저가 옵니다. 특정 부분을 보강해 달라고 하네요.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부분은 이미 광고주가 생각한 지점이고 준비한 문서 내 방향성에 맞지 않기 때문이죠. 아무리 이야기했지만 의견을 굽히지 않네요. 생각이 있겠지~라 넘기며 보강을 합니다.


다음날이 됐습니다. 윗선에 보고를 했는지 회의록 하나가 공유되었습니다. 팀원들이 낸 아이디어가 아닌 새로운 것이 방향성으로 채택되었습니다. 윗선이 마음에 안 들었나 보네요. 혹시나 하여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해 참석한 팀원에게 물었습니다. 팀원들이 준비했던 문서는 단 하나도 가지고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네요.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해질 때 다시 메신저가 옵니다. 공유한 회의록에 적힌 방향성으로 전략을 고민하자 합니다. 기승전결 한 바퀴가 돌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처음으로 반감을 갖게 됩니다.


여러분, 어떠신지요? 전 화가 부글부글 끓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회사에서 겪게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바로 내일이라도 겪을 수 있는 일들입니다.


누군가의 수고가 당연한 것 같으신가요? 당연한 것은 없다면서 혹시 말로만 수고했어 정도 건네고 있는 건 아니신지요? 요청과 지시의 구분? 포인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는 대화할 마음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견을 들을 생각조차 없으며, 세 번째는 그런 것들은 피곤할 뿐 결국 최종 결정하는 사람인 내가 마음대로 하면 된다는 안일함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 회사원들이 감정 없이 기계식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죠. 누군가의 상사님. 당신 옆에 부사수 혹은 팀원이 감정이 메말랐고 업무를 건조하게 한다면 그건 분명 당신의 문제가 크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첫째, 업무를 지시하든 요청하든 그 배경을 설명해야 합니다. 왜 이 일을 맡기는지에 대해 말이죠. 그래야 상대를 이해시키고 일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시한 업무를 받게 되는 날이면 왜 이렇게 하였는지 의견을 꼭 물어보셔야 합니다.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면서 설명하게 하든, 자리에 오게하든 직접 가든 말이죠. 수정과 보강 요청은 그다음입니다.


셋째, 수정과 보강 요청을 할 때는 본인의 생각만을 전달하시면 안 됩니다. 넌 틀렸어란 뉘앙스를 풍길 수 있고 내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럴 거면 직접 쓰세요. 상대방이 작성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의 흐름에 입각해 생각해 보고 정말로 필요해서 수정을 요구하는 건지 아니면 내가 그런 것이 있어야 보기 편해서 요구하는 건지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입맛대로 할 거면 직접 쓰시는 게 좋습니다.


넷째, 상대가 작성한 문서를 최종 판단에서 드랍할 땐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줘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합니다. 설명해주지 않으면 상대방 입장에선 호구됨을 느끼고 앞서 말한 존재감 자체를 상실하게 됩니다. 그동안의 노력은 개짓이었구나 생각하며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일적으로 개판오분전인 팀과 화기애애한 팀의 차이는 종이 한 장입니다. 실행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하였는가. 딱 이거 하나입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인정할 수 없는 팀은 죽은 시체나 다름없습니다. 썩은 내 나는 팀을 만들지 마세요. 이해와 인정 그리고 존중. 그거 어려운 거 아닙니다. 존중받고 싶다면 남부터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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