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빽지 Jul 04. 2024

대화가 필요해.

광고기획자의 제안 작업 순서 5. 디테일 잡기

업무를 분담한 후 각자 제안서 제출일까지 문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협업 과정에 숨겨진 몇 가지 함정 때문입니다.


첫 번째 함정은 모두가 동일한 노력과 역량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참여자 모두가 같은 수준의 기여를 하기를 기대하기는 너무 이상적인 꿈에 불과하죠. 두 번째 함정은 설정된 방향과 목표가 모두에게 공유되었더라도, 이를 해석하고 실행하는 방식이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의 의지와 해석 차이가 결과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이러한 문제는 협업 프로젝트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하나의 제안서인데도 왜 각 부분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까?' 혹은 '왜 앞뒤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 같지?'란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마도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이건 내 일, 그건 너 일'이라는 식의 태도, '이 정도는 확장해도 되겠지'란 개인적 검열 때문일 겁니다. 한 사람만이 이렇게 생각해도 큰 문제인데 여러 사람이 이런 태도라면 아무리 앞서 의견을 맞췄다고 해도 결과물은 키메라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협업의 질은 떨어지게 되고 서로의 무관심이 제출일 직전에 모여 수정 작업도 하지 못하고 애매한 결과물을 만듭니다.


어떤 사람은 한 번에 이해되는 제안서를 만드는데, 나는 왜 항상 무언가 어긋난 제안서를 만드는 것일까요? 그 차이는 소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말하고 또 말하자.

협업 프로젝트는 축구와 같은 단체 스포츠와 비슷합니다. 코치진이 전략과 전술을 지시하면 선수들은 이를 따릅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인가요? 아닙니다. 선수들은 필드에서 끊임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잘못된 위치에 있는 동료의 위치를 조정하고, 상대팀이 오프사이드를 범할 수 있도록 수비 라인을 일정하게 맞추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제작과 매체 파트의 사람들은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소통을 긴밀하게 진행하지 않습니다. 먼저 와서 이렇게 하면 기획의 의도대로 되는지, 어떤 것이 고민인지 물어보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축구에서 플레이메이커가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듯, 기획이 소통을 이끌어야 합니다. PM이라면 당연히 맡아야 할 역할입니다. 이제 제작과 매체 파트로 나누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작과 말말말

제작 파트의 경우, 예를 들어 영상 시안을 만든다면, 데드라인이 임박할 때까지 수정과 검토를 반복하다가 제작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상 작업은 수정이 복잡해서 확신이 서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임의로 작업물을 만들기 전에 제작 OT를 요청해야 합니다. 물론 제작 OT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몇몇 CD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중간 과정에서 공개하는 것을 꺼립니다. 그래서 제작 OT가 항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제작물은 컨셉과 같은 살들이 붙는 것이기에, 종종 설정한 프레임에서 벗어날 때가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물을 위한 제작물 자체가 목적이 되어 방향성을 잃기도 합니다. 특히 예술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의 경우, 의도가 흐려지고 멋지고 예쁜 것에만 치중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설정한 의도와 광고주가 요청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기획자는 광고주의 가이드에 집중하고, 제작자는 제작물의 완성도에 집중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를 그때그때 바로잡아야 합니다.


만약 컨셉이 주객전도되어 의도한 메시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거나, 광고주의 요구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과감히 싹을 잘라야 합니다. 또한 과제 외적인 요소도 중요한데요. 브랜드가 과거부터 지닌 고유한 문화나 가치와 부합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모두를 위한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특정 성별이나 특정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만을 위한 광고를 만들면 안 되며, 독립 운동가 정신을 지닌 기업이 일본 색채가 짙은 광고를 만들면 안 되니까요.


매체와 말말말

매체 파트의 경우, KPI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과 매체 선정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매체 분야는 전문 용어와 숫자가 많고, 광고주에 따라 이해의 범위가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매체 소개서와 같은 단편적인 구성으로 장표를 작업하여 복잡한 내용을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광고주는 핵심 타깃을 정하고, 캠페인의 목표를 브랜드 인지도 증대나 매출 증대 등으로 설정해 줍니다. 광고대행사는 이를 바탕으로 매체 전략을 수립합니다. 하지만 '주님이 황송하게도 가이드를 주셨으니 A매체에서 B상품과 C타깃팅을 적용하겠습니다.' 정도로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는 전혀 전략적인 판단이 아니죠. 광고주가 원하는 것은 매체 소개서와 같은 평범한 자료가 아니라, 어떤 생각과 근거로 매체를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인지도가 중요한 캠페인이라면 노출과 도달이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노출은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 또는 N일 동안 노출 빈도를 조정하는 것이 좋겠죠. 또한, 한 매체에서만 광고를 접촉하게 하지 않고, 다양한 매체에서 언제 어떻게 노출시킬 계획해야 합니다. 타깃의 전체 모수를 파악하여 궁극적으로 몇 명에게 도달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 보면 좋겠죠. 다양한 타깃 조합을 통해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광고 단가를 알아내고, 핵심 타깃 그룹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한마디로, 광고주는 한 푼 한 푼이 아쉽기 때문에 주어진 예산 내에서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전략을 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 연령 타깃을 제외한 타깃팅을 모두 제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장 고효율을 낼 수 있다면 Non타깃팅을 표방하는 것이 전략이 될 수도 있겠죠. 기획의 전략처럼 매체 전략도 명확한 노림수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매체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현란한 스킬도 중요하지만, 좋은 제안서와 그렇지 못한 제안서의 차이는 내부 소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입을 맞추는 작업입니다. 매끄럽지 못한 부분을 다듬어 공격받을 지점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죠. 외부의 3자에게는 이러한 부분들이 매우 명확하고 객관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디테일한 작업을 했는가에 따라, 제안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내부 협업자들 간의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