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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지 Aug 06. 2024

실무력

광고회사의 제안 실책 3. 영업

광고주가 광고회사에 비딩 참여를 요청하는 경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특정 사람과의 과거 인연, 회사와의 좋은 기억, 또는 외부 평판 때문입니다. 이중 '특정 사람과의 과거 인연'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을 흔히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맥이 곧 영업력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죠.


이런 이유 때문인지 영업력을 외부 사람을 관리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실무 역량과 선을 긋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일이라도 못하면 영업이라도 잘하든가" 혹은 "실무도 못하면서 영업력도 없네"라는 말을 참 많이 합니다. 물론 경험이 많을수록 인맥이 넓어져 영업력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영업이 인맥과 동일시되는 것이 맞을까요?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윗사람들의 태도도 문제가 됩니다. 특정 사람이나 회사가 과거 인연으로 '기회를 얻은 것'을 마치 이미 수주한 것처럼 기정사실화 하고 행동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실제로 "이번 제안은 친한 광고주가 먼저 연락했고, 따로 만나서 대화도 나눴으니, 수주한 거나 다름없으니까 힘 빼고 하자"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사람들이 많죠. 이런 비딩은 일반적인 비딩보다 오만한 태도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후유증도 크게 남게 됩니다.


이런 안일한 생각은 두 가지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결과입니다. 첫째, 기회를 매출로 착각한 것입니다. '저 광고주와 과거에 일했었으니, 그 사람만 믿으면 되겠지'라 생각하고 광고주가 공식적으로 준 과제 풀이에 집중하지 않고, 연락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제안서를 준비하다 보면 과제와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는 다른 광고주 관계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없습니다.


둘째, 과거와 현재 상황의 차이를 주의 깊게 살피지 않은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A회사에서 같이 일을 했던 광고주가 B회사로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딩 요청을 했다고 가정합시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 중인 사람이 광고회사들을 휘젓고 다닌다면, 내부 사람들이 좋아할까요? 그래서 연락하는 사람 외 기존 조직의 체계와 사람들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 사람만 믿고 의존하기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죠. 또한, 요즘 광고주 내부에 전문 마케터들이 많아 실무진의 의견이 존중받고 있기 때문에, 인맥 영업의 성공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추가: 의견을 나누겠다며 자주 부르는 광고주는 다른 광고회사도 휘젓고 다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주 만난다고 좋아하지 마세요. 이걸로 됐다고 착각하다가 낭패를 보는 윗사람들을 많이 봤습니다.



진정한 영업은 실무력에서

흔히 인맥이 영업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도 맞는 부분이 있지만, 시대와 사회가 변화하면서 인맥 중심의 영업은 점차 성공 확률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안일한 생각 두 가지에서 보듯이, 결국 답은 기본에 해당하는 역량을 키우는 데 있습니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영업도 마찬가지로 영리를 위해 수행됩니다. 인맥만이 영업의 전부가 아니라, 매출 발생을 위한 기회를 만드는 모든 것이 영업입니다. 구성원 모두가 광고주와 커뮤니케이션하며 실무를 하면서 쌓은 평판, 매 순간 고민하는 제작물의 퀄리티, 광고주 매출 기여,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제안 시 남다른 창의성과 깊은 인사이트. 회사에서 매일 일어나는 모든 것이 개인과 회사의 영업력이 됩니다. 실무력이 곧 영업력인 것입니다.


실제로 실무력을 인정받아서 특정 사람을 따라다니는 광고주, 특정 회사를 찾는 광고주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적인 관계에 의존해 성과를 얻으려 하지 말고, 실무력에 더 충실하여 인정받는 결과를 지향하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광고회사가 먼저 전화를 걸면 대게 사적인 경우가 많고, 광고주가 먼저 전화하면 공적인 경우가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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