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배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밤비를 데려오기 전 ‘배변 훈련이 잘되어야 할 텐데…’ 라고 고민했었다.
좁은 집이라 화장실도 겨우 만들어주는데, 아무 데나 싼다면 곤란하니까.
일단 인터넷 카페에서 러그, 방석 등은 자칫 강아지들의 큰 화장실이 된다는 얘기를 보았는데
애석하게도 우리 집이라고, 내 새끼라고 다를 건 없었다.
집에 깔아뒀었던 러그는 며칠 사이에 밤비의 대형 화장실이 되어 본가로 보내야 했다.
배변 훈련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고,
나는 최대한 여러 가지를 따라 하며 가장 효율적인 걸 찾아 나섰다.
① 배변 타이밍을 지켜보다가 패드에 배변하면 곧장 칭찬&보상하기
-> 집을 비우는 직장인이라 24시간 지켜볼 수 없어서 실패!
② 배변 패드를 바닥에 전부 깔아 놓고 하나씩 줄여나가기
-> 곳곳에, 다양하게, 싸는 탓에 패드가 도저히 줄여지지 않아서 실패!
③ 삼면이 막힌 배변판을 사서 전용 화장실 느낌을 주기
-> 작은 사이즈에, 안정감 있는 잠자리로 변질해서 실패! 당근행
④ 배변 패드에 단차를 두어 다른 공간임을 인지시키기
-> 단차가 생겨 올라갈 생각이 없어서 실패!
이 과정을 몇 주에 걸쳐 진행하기만 하고 이렇다 할 성공을 못 보니,
나는 늘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배변 치우기 바빴다.
그날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배변 패드 뒤로 샌 오줌을 박박 닦는데 순간 울컥했다.
현타를 제대로 맞은 거다.
나는 왜 집에 오자마자 하는 일이, 지린내 나는 오줌을 닦는 것인지.
나는 언제까지 이 오줌만 닦으며 살아야 하는지.
영영 이렇게 매일 오줌 닦는 게 일상이여야 하는지 두렵고 걱정됐다.
밤비도 미웠다.
밤비는 왜 배변 패드에 조준 하나를 못해서 패드 뒤로 줄줄 새게 만든 것인지.
다른 강아지들은 한두 번이면 패드에 잘만 싼다는데 얘는 왜 안 되는지.
처음으로 배변 문제로 밤비가 원망스럽고 미웠다.
오줌을 닦고, 탈취 스프레이를 뿌리고 또 닦으며 괜히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고였다.
“밤비야, 너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냐? 이걸 대체 왜…”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밤비는 뒤처리하는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어이없게 웃으며 눈물을 닦았다.
‘그래, 네가 뭘 알겠니. 너라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겠지. 다시 해보자. 다시 하면 돼.’
다시 훈련하는 거 말고는 내게 선택권은 없었다.
나는 다시 배변 훈련에 대해 검색하고, 영상을 살펴보았고 또 다른 방법을 찾았다.
⑤ 울타리로 전용 화장실을 넓게 만들어 공간 분리하기
그 결과, 나와 밤비는 배변 훈련에 성공했다.
강아지마다 자기에게 맞는 배변 훈련이 있다고 하던데,
밤비는 공간이 분리된 곳을 배변해도 되는 화장실로 인지했던 거 같다.
한두 번의 실수는 있었지만 정말 한두 번일 뿐, 다른 방법들과 달리 곧잘 알맞게 배변했다.
그 뒤로 우리 집에는 항상 밤비 전용 화장실을 마련해두고 있다.
비록 지금은 패드 하나 겨우 놓는 작은 화장실이지만, 더 넓은 집으로 가면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