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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아 Dec 20. 2020

대학교 3학년. 환자의 죽음을 처음 경험하다.

간호학과에 진학하였다.

내 자의는 아니지만, 봉사활동을 좋아했던 나는 간호학과에 잘 적응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 큰 거부감은 없었다.


1, 2학년.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며 재미있는 과목만 열심히 공부했다.

간호상담부라는 봉사동아리 활동 또한 열심히하며 큰 고비없이 2년을 보냈다.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병원 실습이다.

당시 우리는 본교병원으로 주로 실습을 나갔다


성인간호학 실습을 나갔다.

NSICU였다.


실습 2일차. 실습케이스를 배정받았다.

오토바이를 타다가 사고를 당해 뇌를 다친 15세 소년이었다.


뇌 부종과 얼굴 부종이 심해 몸보다 얼굴과 머리가 커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어린 친구가 왜 오토바이를 탔을까... 조심히 타지...하는 안타까움..

어리니까 잘 회복해서 일어나겠지? 하는 기대감..

내가 실습생으로, 저 환자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소명.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간호과정에 대해 고민을 했다.

저 환자에 대해 사정하고, 진단을 내리고 계획을 세운 그날.

그 진단과 계획 하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지. 생각하며 실습에 나갔다.


그런데... 그 날 그 소년은 사망하고 말았다..


뇌부종이 심해 회복이 어려웠던 것 같다.


내 환자의 첫 사망을 지켜보며..정말 슬펐다. 엄청 많이 울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 무력감.. 계속 이런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간호사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 말곤 우는 사람이 없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모두 죽음에 무덤덤한 느낌.. 아무렇지도 않은 느낌..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하는 의아함이 생겼다.


그때 나는 다짐했다.

죽음에 익숙해지는 의료진이 되지 말자.


나는 환자 죽음에 무덤덤한 간호사가 되지 말아야지.

한 사람이 병이나 사고로 생을 마감할 때, 가족이 그 사람을 보내는 아픔을 고스란히 함께 느껴줘야지.

가족을 보낼 때 의료진이 너무 '사무적, 기계적'이라고 느껴지지 않게.

그 가족의 마음을 잘 다독여줘야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나의 슬픔 또한 온전히 인정해야지.

참지 않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사망한 고인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을 돌보는 것도 간호사가 할 일이다.

그 사람들이 슬픔을 온전히 표현하고, 사망한 가족을 잘 보내고, 그 이후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의료진이 환자의 죽음을 단지 '일' 혹은 '업무'라고 생각하고 처리하는 것으로 가족을 상처주지 말자.


그리고...

죽음을 애도하지 않고 업무로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슬픔을 억압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압함으로써 무의식에 '슬픔'을 밀어넣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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