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싱을 어디에 두느냐, '마스크걸'은 괴물인지 내 모습인지
네이버 웹툰으로 연재중에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완결이 난 이후에도 생각날 때마다 종종 쿠키를 구워 정주행을 몇 번이나 한 내 기준으로 유료결제를 부르는 갓작 중의 하나가 마스크 걸이었다.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각 시즌마다 컬러를 다르게 두어 포커싱과 분위기를 보여주는 면도 좋았고, 음침하다못해 기괴하기 까지 한 인간의 내면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지만 자극성에 치중하지 않고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부분 없이 이어져가며 인물 하나하나가 모두 입체적이었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와 인물, 결말, 세 가지 모두가 완벽하게 충족되는 작품이어서 넷플릭스에서 개봉하는 날을 기다리다 한번에 정주행하게 되었다.
웹툰에서는 스토리에 따라 시즌이 나누어졌다면, 넷플릭스에서는 인물에 따라 각 화가 나누어진다. 1화는 김모미, 2화 주오남, 3화 김경자, 4화 김춘애, 5화 김미모, 6화 김모미, 7화 모미와 미모. 드라마에서는 주오남 역을 맡은 안재홍(!!!!) 배우의 미친 연기와 김경자역의 염혜란 배우, 그리고 3인 1역을 하게 되는 모미의 이어짐이 살벌할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모두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들로 출연진이 꾸려졌다는 평이지만 안재홍이 맡은 주오남은 원작의 주오남이 그대로 보이는, 아무도 맡고싶어하지 않을 그런 인물의 내면까지 소름끼치게 연기한다. 개인적으로 2화와 3화는 정말 드라마가 원작을 더욱 빛내는 화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로. '아들만이 내세상'인 김경자의 집착과 광기역시 축소화되어 나오긴 하였지만 충분히 자극적으로, 그리고 김경자가 가지는 그 어떤 지점의 광기를 그대로 투영한다. 특히 찬송가 부를때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웹툰을 그대로 담기에는 각 인물만의 스토리로는 한계가 있어 인물들의 깊이나 입체도가 납작해진 느낌은 있었다. 주변인들의 역할도 대폭 축소되어 주변인을 통해 보여지는 사회문제지점들에 대한 투영도도 대폭 축소되었으며, 스토리로 보여지는 다양한 이야기 또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포커싱을 잡아 역시 드라마라서 어쩔 수 없다는 느낌보다는 요약본이라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 아쉬움이 남는다. (주오남 빼고...) 드라마에서는 스토리에서도 약간의 변화를 주어, 전체적으로 웹툰에서는 모미와 다른 인물들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 선도 악도 없는 기괴한 인간들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드라마에서는 성형, 살인, 살인자의 딸, 거짓말, 복수, 등 정확하게 인간의 도파민이 분비되는 지점만을 노려 그 부분만을 날 것으로 보여준다. 즉 조금 더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짜맞춰 인물을 끼워넣는다. 하지만 어떤 인물도 그저 선하지도 않고 악하지만도 않은 모습은 최대한 비슷하게 그려지긴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
웹툰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풍성하게 전개가 된다면 드라마는 더 빠르게, 자극적으로, 날 선 것만 보여주면서 인간을 밀어붙인다.
'마스크걸'은 성형중독에 빠진 희대의 연쇄살인마로 신문에 난다. 이것도 역시 언론이 어떤 식으로 범죄자를 보도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모미의 삶을 주욱 이어서 보게 되었을때, 사람들이 지탄하는 것처럼 모미가 괴물인 것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나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 대학교 신입생 OT를 갔을 때, 첫째날 밤에 다들 술을 마실 때 한 선배가 나더러 'ㅇㅇ아 너는 쌍커풀이 없으면 ㅁㅁ처럼 수술이라도 하고 왔어야지~' 하면서 그날 저녁 내내 남녀가릴 것 없이 선배들은 여자 신입생들의 얼평하기에 급급했던 그날 밤. 수술을 하고 온 아이들은 수술을 하고 왔다고, 어디도 한 거 아니냐고 공개처형을 당하듯이 강제로 까발려지고 또 하지 않은 아이들은 하지 않은 대로 왜 안하고 그 얼굴로 다니냐는 평가를 받으며 강제로 성형 코칭을 당하던 그날 밤. 학교 수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던 수많은 날 중의 시작인 그날 밤의 연장선으로, 누가 누굴 '따먹는다'는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며 낄낄거리던 남학생들, 더러운 성적표현을 서슴치않고 농담처럼 하던 선배들, 거울 한 번 보지 않은 것 같은 남학생들이 함부로 하는 외모평가에 강박적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게 되었던 나와 수많은 나들. 핸섬스님과 같은 놈을 만나본 적은 누구나 있었을 것이고, 가능했다면 나 역시 그를 죽이고 토막내어 묻었다면 한결 통쾌하고 유쾌했을 것 같았던 순간들. 다른 사람처럼 살고싶다는 욕망 역시 낯선 욕망이 아니다.
마스크걸은 괴물이 아니라 내 모습일지도 모른다.
주변인물들이 너무 많이 삭제되어서 아쉬움이 상당히 남는다. 웹툰으로 꼭 한번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