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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양갱 Aug 31. 2023

‘이거 배웠었던 거잖아 다시해봐’

다그치는 부모, 영어교육의 방향 (1)

영어교사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레벨테스트를 진행했는지 기억이 채 다 나지않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돋보이던 부모들은 나가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라' 혹은 '아이가 수줍어해서', 아니면 차마 말은 하지않았지만 테스트를 진행하는 나의 레벨을 알고 싶어서 나가지 않고 꿋꿋이 자리를 버티던 부모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의 한결같은 점은 절대 레벨테스트 중에 아이에게 말을 걸거시선을 주지 말라는 부분인데 단 한번도 그것이 지켜지는 경우를 못 봤다. 대부분이 '이거 배웠던 거잖아, 다시 생각해봐', 'ㅇㅇㅇ선생님(혹은 학원)에서 했던거잖아', 아니면 '우리 아이가 수줍어서 대답을 잘 못하네요 하하'. 


아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수줍음을 타더라도 칭찬을 여러번 받고 응원을 받으면 짧은 대답이라도 하고, 아는 게 나오면 진지하게 대답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정답을 다그치는 부모가 아이를 더 소심하게 만들고 대답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고는 나가면서는 하나같이 소극적인 아이탓을 한다. 틀리면 틀렸다고 아이탓을 하는데 애가 어떻게 엄마 앞에서 대답을 하겠나 싶어 안쓰럽기만하다.



요즘 영어 교육의 방향은 우리가 배웠을때와 많이 다르다. 암기 위주가 아니라 활용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에 무작정 외우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는 다른 과목과도 마찬가지일 뿐이다. 단지 그동안 영어를 너무 쉽게 보거나 무작정 단어만 많이 알면 된다는 식으로 알고 있는 한국식 교육위 폐해를 영어교육의 주된 방법이라고 알고 있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에 새로운 방식에 아이들'은' 적응해도 학부모'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안해서 아이들'을' 달달 볶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아이는 단어를 정작 모르더라도 앞뒤의 내용을 통해 무슨 단어인지 유추를 해낼 수 있는데(우리가 국어영역의 모든 단어를 몰라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것 처럼) 엄마들은 그 단어를 맥락상 유추한다는 것 자체를 '완전한 공부'가 되지 않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학원과 아이를 달달달달 후라이팬 위의 멸치볶음처럼 볶아대는 것이다. 또 그러면서 유추의 과정이 필요한 , writing 이나 fill in the blanks의 문제에서는 왜 유추룰 못하면서 다시한번 기름칠을 해서 볶아댄다.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추란 말인건지. 


지금의 영어교육은 충분한 단어와 다독으로 이어진다. 국어영역과 똑같이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법과 단어를 필수적으로 익히되 어려운 단어, 전문적인 단어 역시 필요에 따라 익혀야 하며, 맥락에 따른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공부의 방식을 국어영역의 방식과 같이 가야한다. 하지만 파닉스는 두세달안데 띄고 짧은 문장은 국어보다 줄줄 읽기를 바라는 학부모 아래에서 아이들은 점점 자신을 잃어가고, 엄마가 시키는 대로 단어만 주구장창 외우다보니 영어는 점점 아득한 먼 별나라의 언어가 되어간다. 아니면 아는 단어로 끼워맞추는 수수께끼의 과목이되어버리거나.국어는 100점이 아니라도 그러려니 하지만 영어가 100점이 아니면 이상하게 보는 시대. 이상한 나라의 영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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