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양갱 Aug 31. 2023

몬스터학부모,  그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

다그치는 부모, 영어교육의 방향(2)

나는 학교와 학원 모두 영어선생님으로 근무를 했었다. 물론 학원쪽이 압도적으로 경력이 길긴 하지만. 한동안 몬스터학부모에 대한 뉴스가 나올때 다들 어머어머 하는 동안에도 나는 전혀 단 하나도 낯선 내용이 없었다. 애들 아빠가 화가 나서 전화하려는걸 말렸다는 둥, 찾아온다, 욕설 등 단 하나도 내가 겪지 않았던 일이 없었다. 학교와 학원 모두. 특히 아이들이 상처받으니 틀렸다는 표시를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필통을 가져가지않았는데 혼내지 말아달라 등 이런 문자는 예사로 받고 자리를 않는 것도 누가 어디 살고 누구는 어디사니 누구랑 친하게 지낼 수 있게 옆에 앉혀달라, 아니 왜 얘가 우리애랑 같은 반인걸 미리 말을 하지 않았냐, 우리애가 비가 와서 양말이 젖었으니 벗겨서 양말은 말려주시고 운동화 안에는 신문지를 넣어달라, 끝나고 어딜 가야하는데 아이가 동전만 있으니 충분히 돈이 있는지 세어봐달라(3학년 여름방학의 일이었다), 우리애가 손들면 용기내는거니까 꼭 시켜줘라, 왜 우리애를 추운 창가자리에 앉히냐, 기타 등등등 영어와 단 1도 관계없는 그런 민원과 요청사항들에 시달리다가 공황장애가 도졌고, 나는 결국 모든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전화 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며 항상 방해금지모드를 해놓는게 습관이 되었다.


영어로 처음에 writing을 할 때 가장 빠르게 느는 방법은 많이 써보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에 맞는 문장을 책에서 찾아 써보고, 독서록도 레벨에 따라 다르지만 어느정도 레벨이 오르기 전까지는 가장 좋았던 부분을 책의 내용과 똑같이 따라 써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게 파닉스가 막 끝나고 짧은 리딩을 하는 아이들에게 단어와 문장을 익숙하게 함으로써 리딩을 할 때 영어문장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잇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꼭 조급한 학부모들은 애가 영어로 책은 잘 읽는데 (파닉스만 뗐는데 영어로 책을 잘 읽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독서록을 자기 생각을 적지않고 책에서 그대로 베껴쓴다며 한숨을 쉬며 고민을 상담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아이를 다그치니 학원선냉님이 그래도 된다고 했다고 하고 집에서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대로 말씀드리며 학생의 말이 맞고, 어머님께서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도록, 그리고 국어공부를 할 때는 이제 받아쓰기 단어 한두개씩 하면서 왜 영어로는 문장을 줄줄 적길 바라시는지 한번 생각해보시길 차근차근 말씀드렸다. 결국 아이도 나도 어머님께 지쳐 퇴원을 하게 되었지만 영어를 잘 하고 말 한마디 없어도 알아서 책을 빌려가고 열심히 읽던 아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 영어가 되어버린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국어도, 수학도, 영어도, 암기와 응용이 필요하다. 그런데 요독 영어에만 암기를 강요한다. 다른 문과과목에서처럼. 수학도 공식만 줄줄 외워도 응용력이 없으면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 처럼 영어도 단어와 문법만 줄줄 외워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왜 학부모들은 인정하지 않고 그저 아이들을 다그치고 학원에 닥달만 하면 되는 것인 줄 아는 걸까. 영어와 가장 비슷한 과목은 국어가 아니라 수학이다. 국어와 같이 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우리는 네이티브가 아니기 때문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방식의 현실적인 학습과목을 찾는다면 수학이다. 공식과 기호를 외우고 응용을 해서 문제를 해석하고 답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이 수학과 많이 닮아있다. 단어만 무조건 외우는 구시대의 영어교육은 이제 끝났다. 이제는 응용하는 영어교육을 해야하고 학부모도 몬스터학부모질을 할 에너지로 아이들의 교육과정과 특징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응원해주는데 그 에너지를 쏟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이거 배웠었던 거잖아 다시해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