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마케팅은 어려워
처음에는 내 이름 석자가 박힌 책이 출간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란 역시 간사하다. 책이 막상 출간되자 바라는 것이 점점 많아진다. 서점 매대 잘 보이는 곳에 DP(진열)되었으면 좋겠고, 많이 팔려 네이버에서 책을 검색했을 때 베스트셀러 마크가 붙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 2쇄까지도 찍었으면 좋겠다. 많은 이들이 리뷰를 달아줬으면 좋겠고, 모르는 이들도 책이 좋았다며 칭찬을 해주었으면 한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바람이고, 상상일 뿐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책 출간 후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첫 일주일은 지인 파워로 여행 에세이 주간 베스트 10 안에 들기도 했다. 부족한 책에 기꺼이 지갑을 열어준 지인들과 독자들 한 분 한 분에게 너무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제는 오랜만에 회의 때문에 회사 본부를 찾았다. 친한 회사 동료들은 마주칠 때마다 책에 사인해달라며 책과 펜을 가져왔다.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그와 동시에 든 생각은, 나는 부끄러워도 책은 부끄럽지 않아야 할 텐데.
출간하자마자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한 친구들은 주말에 책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점점 하나씩 후기가 들어온다. 친한 친구들은 내게 그렇게 감성이 넘치는 줄 몰랐다며 놀리기도 했다. 대부분은 잘 읽었다며,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한 친구는 글을 읽고 마음 한편에 봄바람이 불어왔단다. 나를 잘 아는 친구였기에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내 책이 힐링이 되었다고 했다. 최고의 칭찬이었다. 이 친구가 가장 좋다고 했던 문구를 하나 소개한다.
P.181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깨달았다. 누구나 같은 길에서 봄을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 같던 봄은 사실 누구나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그리고 내가 진정 봄을 만나고자 한다면 봄과 마주할 나의 길을 계속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아직은 지인들의 후기들뿐이다. 생면부지의 사람은 나의 글을 읽은 후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하면서도 마음이 불안하다. 혹시 별로라면 어쩌지? 공감이 하나도 안 간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전에 지인이 아닌 사람이 내 책을 사긴 살까? 브라질에서 관대해졌고, 여유를 배웠다는 나는 여전히 현실 앞에서 걱정인형이 된다.
불안에 눈을 뜬 나는 밤새 북 마케팅 방법을 찾아보았다. 잘 하지도 않는 SNS를 공개로 돌리고, 부계정도 만들어보고, 책을 읽고 소개하는 사람들의 계정을 팔로잉도 해보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서평단 모집 이벤트도 진행해보고, 인플루언서를 통해 서평단 모집 이벤트도 진행해보았다. 이제 막 모집이 종료된 시점이라 과연 이 이벤트의 날갯짓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앗" 할 정도의 바람은 불어 일으켰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 이름 석자가 찍힌 책 한 권이면 족한다고 했던 나의, 솔직한 현재의 마음이다.
아래의 책이 내가 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