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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톡톡 Jul 10. 2020

엄마, 가출하다.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집을 나왔다.

엄마 나가!!!!!


둘째가 자지러지게 울며 외쳐대는 저 말을 수십 번 듣다 참지 못하고 나와버렸다.




6살 첫째는 2년 전. 미운 네 살 스러웠다.

이제 갓 돌이 지난 둘째에 대한 질투와 미움이 더해졌으리라...


그에 반해 둘째는 눈치가 빠르고, 딸아이 특유의 애교가 섞여있어 알콩 달콩 예쁘기만 했다.


올해, 네 살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말이 늘면서 "엄마 사랑해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엄마 최고!!!"라며, 뽀뽀를 퍼부어줬다.


하지만, 세 돌이 지나자 슬슬 고집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건강하게 자라는구나.' 싶었지만, 당황스럽기도 했다.


"엄마 미워!!! 엄마 싫어!!!"란 말을 듣게 되다니...


며칠 전, 자려고 누웠는데

가 맘에 안 들었는지 "엄마 싫어!!"가 시작되었다.


"엄마 싫어!!!"

"엄마는 OO가 좋은데?"

"엄마 싫어!!!"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엄마는 OO가 좋아~"


한 50번쯤(세어보진 않았지만...) 반복했을 때, 아이는 울음을 그쳤고, 성큼성큼 다가와 뽀뽀를 해주었다.


해피엔딩♡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어린이집 하원부터 시작된

"엄마 싫어!"는 1시간 동안 지속되었고,

지칠 대로 지친 내가 만화를 틀어주고 나서야 진정시킬 수 있었다.


비를 그만 보기로 약속한 시간이 됐고,

첫째가 끈 순간...

둘째는 만화를 더 보겠다며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엄마 싫어"...


퇴근하고 아빠가 집에 오자

"엄마 싫어"는 "엄마 나가"로 바뀌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래, 엄마 나갈게."라고 하자

둘째가 눈물을 그치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순간

서러움. 외로움. 슬픔. 화. 배신감. 등등등

온갖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정신적 피로감과 함께 터져 나왔다.


쏟아지는 눈물을 숨겨가며

집을 나섰다.


핸드폰 그리고 책.

내가 챙긴 것들.


터벅터벅 걸으며 어딜 갈까 생각하는데,

내 발목을 잡는 두려움.

(이놈의 코로나....)


호텔은 못 가겠다.


그럼 한강?

하하호호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을 보면 청승맞게 펑펑 울 것 같아 포기했다.


그래서 온 곳이

스타벅스...


스스로도 어이없지만,

엄마의 호기로운 가출 장소가

별다방이라니...


자바칩프라푸치노. 너 마저도 외로워 보이는구나;;


이 순간에도

엄마는 자유롭지 못하다.


첫째의 애처로운 눈빛으로부터.

둘째의 알 수 없는 마음으로부터...






둘째를 키우며 육아 스킬이 꽤 올라갔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육아는 끝이 없고, 나에겐 너무 어렵다.


집에 언제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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