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아홉.
내년이면 마흔이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던 해. 즉, 서른이 되었을 때 친구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었더랬다. 너무 싫다, 만 나이로 불러야겠다는 둥 이야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지, 내가 꿈꿨던 서른의 모습과는 좀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헛헛했달까...
하지만, 마흔을 준비하는 지금은 좀 다르다. '마흔이 되면 정말 아프다더라. 우리 건강 잘 챙기자.'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하고 있으며, 어떻게 마흔을 맞이해야할지 한번씩 그려보게되니 말이다.
6년 넘게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약대에 진학했다. 학교를 다니며 두 아이를 낳았고, 약시를 보고 졸업을 하니 어느새 39살이 되어있었다. 국시 준비를 하느라 연례행사였던 새해목표도 적지 못했더랬다. 그렇게 올해를 맞이해서일까. 공부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버려서일까. 그저 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새도 없이 이 바닥에 취업난이 돌고 있었다. 오마이갓... 다시 있는 힘을 쥐어짜서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물론, 회신을 못 받는게 일상다반사였고, '죄송합니다, 약사님.' 이라는 답장이라도 받으면 감사한 터였다. 어떤 약국은 면접을 보기 위해 신입 약사들이 50m 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같이 졸업한 동기들 사이에서도 취업난이 단연 이슈였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력서를 보내고 거절당하고를 반복하던 중 감사하게도 한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얘들아, 엄마 취직했다~
학교 다닐때부터 "우리 엄마 약사에요~" 라고 말하던 아이들한테, 아직 엄마 약사 아니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민망하던차에 다행히 어찌어찌 취업이 됐다. 이게 뭐라고... 아이들한테도 체면이 서는 순간이었다. 자랑스러운 엄마 느낌이랄까?
그것도 잠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것이 훨씬 많은 약국의 세계... 역시, 사람은 닥쳐야 속도가 붙는다. 책을 사고, 읽고, 강의도 듣기 시작했다.
학교에선 나름 수석도 했었고,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실전은 다르다.
잘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을까? 기억력도, 머리 회전도 많이 느려진 기분이다.
아니다, 잘할 수 있을거다.
남들보다 더 노력하면 되지. 사회생활도 해봤고, 공부도 열심히 했고, 또 열심히 할 것이다.
나의 첫출발을 응원하며.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