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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Apr 01. 2022

대학원생의 랩 미팅?

무엇을 하고 있는가.

  랩 미팅 룰은 연구실마다 다르다. 초창기 랩 미팅은 매주 한 번씩 모든 연구실 사람들이 돌아가며 10분 정도 발표를 해야 했다. 당시 연구실에 사람이 몇 명 없었기에 가능한 룰이었다. 발표 내용은 3가지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1) 해당 연구가 왜 중요한지, 2) 연구의 목적과 질문이 무엇인지, 그리고 3) 분석 방법과 결과 Figure이다. 1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때문에 준비 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는 5장 남짓이다. 슬라이드를 훅 훅 넘기며 금방 끝이 날 것 같은 발표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랩 미팅에서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의 여백도 논쟁이 될 수 있다. 랩 미팅 전 날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제목 한 줄로도 몇 분의 토론이 이어질 수 있다. 제목 한 줄로 이렇게 수많은 코멘트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작성한 내가 짜증 나기도 하고, 그냥 좀 넘어가지 뭘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음의 짜증이 뒤섞여 감정의 소용돌이가 칠 때 '죄송합니다. 조금 더 생각 후 수정하겠습니다.'를 입 밖으로 내뱉음으로써 상황을 넘겼었다. 하지만 제목은 준비된 슬라이드의 첫 장에 불과했다. 그 뒤에 나오는 목적, 질문, 결과 Figure에서도 먼지 한 톨 날리지 않게 코멘트를 받았었다. 그래서 한 동안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발표하는 것이 두려울 때도 있었다.


  당신은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나요? 연구실 구성원들이 모두 비슷한 주제로 연구를 하는 연구실도 있지만, 내가 속해 있는 연구실은 개인별로 주제가 달랐다. 심지어 같은 과제를 하고 있더라도 연구하는 대상과 관측하는 장비가 달라 조금만 관심을 내려두면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놓치기 일쑤였다. 결국 연구실 구성원이 많아짐에 따라 랩 미팅을 통해 본인이 무엇을 하는지 어디까지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매주 2명이 다른 구성원들에게 업데이트하였다. 덕분에 매 슬라이드마다 코멘트를 주는 형식이 아닌 개인의 연구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고 나와 비슷한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볼 수 있는 조금은 유한 랩 미팅으로 변하였다.


  랩 미팅을 통해 성장한다. 혼자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물을 보면 콩깍지에 씌어 이상한 점을 발견 못할 때가 많다. 이러한 콩깍지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교수님께 결과를 공유한다. 내가 미쳐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교수님은 케치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수님이 늘 옳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같은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랩 미팅을 통해 결과물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설득하지 못한 교수님의 의견을 설득할 때도 있고, 내가 고집부리던 부분을 다수의 의견을 통해 수정할 때도 있다. 혹은 나와 교수님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줌으로써 더 좋은 분석 방향을 알려 주기도 한다. 싫으나 좋으나 랩 미팅은 대학원 연구실에서 꼭 필요한 것임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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