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summersea Mar 13. 2022

대학원생의 저축

10*10=100.

  어렸을 때부터 돈 모으는 것을 즐거워했다. 10원을 10개 모으면 100원이 되고 100원을 10개 모으면 1,000원이 되는 것이 즐거웠다. 그래서 10원이라는 작은 단위의 동전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엄마 아빠 커피 타 드리기, 안마해주기, 방 청소하기와 같은 작은 노동을 하며 받은 몇 백 원에서부터 몇 천 원까지 옷장 서랍 속 봉투에 차곡차곡 모았다. 돈이 모이는 날에는 봉투에 '2022년 02월 27일 - 1,000원'과 같이 봉투 속 최종금액을 작성해 뒀었다. 흰 봉투는 나의 통장이었다.


  돈을 모아 기억에 남는 나의 첫 구매는 자전거였다. 아빠와 마트에 가서 눈에 들어온 것은 길고 얇은 낚싯대였다. 눈에 들어왔으니 어린이라면 해야 할 일 즉, 낚싯대를 사달라고 마트에서 생떼를 부렸었다. 가족 중 그 누구도 낚시를 하지 않는데 낚싯대를 사줄 부모는 당연히 없었다. 원하는 것을 사주지 않는 엄마 아빠가 밉고 스스로 사지 못한다는 분한 마음에 돈을 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만 원을 모은 후 봉투 속 돈을 주며 낚싯대를 사달라 했지만 길고 긴 설득 끝에 학원에 걸어가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은 어떻겠냐는 제안에 넘어가 마트에서 낚싯대가 아닌 두 발 자전거를 샀었다. 오랫동안 저축을 하고 스스로 (?) 자전거를 구매를 해서 그런지 자전거를 더욱이 소중히 다뤘었다.


  작은 소비도 돌아보고 작은 저금도 실천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대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부모님께 용돈 50만원을 받았었다. 하지만 50만원은 핸드폰 요금, 교통비, 식비로 생각보다 쉽게 증발해 버렸었다. 쉽게 증발해버리는 용돈이 아쉬웠다. 적금을 들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는 작은 소비부터 줄였다. 매일 같이 나가는 2,400원 교통비를 아끼고자 집과 학교를 걸어 다녔었다. 사고 싶은 물건들은 장바구니에 두어 며칠을 '과연 나에게 필요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가끔 일일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으면 친구와 같이하기도 했다. 그렇게 조금씩 아껴 한 달에 작게는 몇 천원 크게는 몇 만원을 적금 통장에 넣어 적금 만기 날만을 기다렸다.

  

  대학원에 들어와 처음 받아보는 월급에 신이 났었다. 50만원 내외로 생활하는 것이 4년 동안 익숙해졌기에 갑자기 늘어난 파이는 모두 저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계획처럼만 인생이 흘러간다면 재미없어서일까? 몇 달 생활을 해 보았는데 결국 월급도 대학교 때 용돈만큼 월말이 되면 빠듯하게 쪼여왔다. 엄마와 전화 통화 중 원인을 알아냈다.

 

  "엄마 근데 나 왜 월급을 용돈보다 더 받는데 저금하는 건 비슷할까?"

  "엄마랑 있으면 화장품도 나눠줘, 화장지도 사줘, 칫솔 치약도 사줘, 샴푸 린스도 사줘, 옷도 사줘~ 하늘에서 이런 것들이 뿅 나오는 줄 알았니 그럼?"

  "아~아~ 오키"

  "또 거기서 학교까지 걸어 다니지 말고! 굶지 말고! 그럴 거면 저금하지 마!"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습관이 무섭다고 나는 날이 좋으면 걸어 다니기도 했고, 평소에는 학교 셔틀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남편과 나는 서로를 신기해했다. 같은 대학원생이지만 나와 저축 스타일이 달랐다. 남편은 월급을 모은다기보다 월급에서 남은 돈을 같은 통장에 두는 편이었다. 그래서 결혼과 동시에 내가 경제권을 챙겼다. 남편과 상의를 통해 용돈을 측정하고 통장을 목적에 맞게 분산하여 매월 일정 금액을 저금했다. 남편은 용돈 이외에 신경을 쓰지 않고 가끔 가계부를 궁금해하면 링크를 보내준다.


 "잘하고 있군. 역시!"


  어렸을 때와 같이 여전히 돈 모으는 것을 즐거워한다. 지금은 100만원이 10개 모이면 1,000만원이 되고 1,000만원이 모이면 더 큰 단위의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실행하고 즐기고 있다.




  "오빠, 나 구질구질해?"

  "아니, 그냥 나랑 달라서 신기할 뿐이야."

  "구질구질할 때 말해줘."

  "알겠어."

  "나 그래도 써야 할 때는 아끼지 않고 써!"

  "맞아, 맞아!"


  너무 스크루지가 되지 않기 위해 중간 점검을 씀씀이가 좋은 남편을 통해 확인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학원생은 어디 살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