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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Apr 29. 2022

대학원생,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주변 활용하기.

  나는 코딩을 할 줄 몰랐다. 코딩하는 사람들은 왠지 어두운 곳에서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듀얼 모니터를 사용하며 키보드를 와다다다 쳐야 할 것 같은 선입관이 있었다. 그래서 ‘살면서 저건 절대 안 할 것 같다’라고 생각한 것 중에 코딩이 있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대학원에 들어오니 모든 사람이 코딩을 다루고 있었다. 상상과는 달리 형광등이 눈부실 정도로 쨍한 밝은 장소에서 평상복을 입고 있었으며 키보드 소리는 거의 안 났다. 그저 모두 똑같은 프로그램을 모니터에 띄우고 미관을 찌푸리며 모니터를 째려보고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코딩. 코딩 창에는 정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다. 무안하게 백지장에 커서만 깜빡인다. 오로지 내가 그 새하얀 백지를 꾸려나가야 한다. 그 막막함에 1 더하기 1이 2가 출력될 수 있게 처음부터 친절하게 알려주는 시중에 판매되는 코딩 책을 구매해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책을 구매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나에게 딱 필요한 코딩을 알려주는 책은 찾기가 힘들다. 그것도 그럴 것이 코딩은 백지 수표와 같기 때문이다. 백지 수표에 작성할 수 있는 금액은 사람마다 다르고 내 기분에 따라 다르다. 이처럼 코딩도 사람의 성향과 필요에 따라 무한히 달라질 수 있기에 책에서 코딩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없다. 그렇기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을 코딩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엑셀보다 코딩이 편해질 수 있다는 놀라움. 분석할 때 숫자를 더하고 빼는 것만 생각했던 초창기에는 엑셀이 있는데 굳이 왜 그 복잡한 코딩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한 걸까? 실전 분석은 엄청난 크기의 자료와 양 그리고 다양한 자료 파일 형식 때문에 엑셀에서 분석은 마다하고 불러 읽을 수조차 없었다. 결국, 나와 비슷한 분석을 진행하는 언니와 오빠에게 코드 파일 공유를 부탁하여 코드를 line by line으로 공부했다. 코드의 의미를 직접 물어보기도 하고 구글과 F1 키를 동반하여 차차 나에게 필요한 함수들을 찾아갔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코딩을 하다 보니 엑셀을 여는 횟수보다 코딩 프로그램을 여는 횟수가 많아졌다. 코딩 프로그램을 여는 횟수는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코드를 손쉽게 작성하는 것은 아니다.


  코드는 잘못이 없다. 잘못은 내가 했다. 잘 되던 코드가 갑자기 안 돌아갈 때도 있고 분석 결과가 이상하게 나올 때가 있다. 그럼 당연히 코드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코드를 작성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로 나 자신이다. 결국, line by line으로 처음부터 훑어보면 입력 자료가 잘못됐다던가 점(.)을 잘못 찍었다던가 나의 실수로 판명이 난다. 코드를 돌리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어?’ 또는 ‘뭐지?’라는 소리를 내뱉는다면 잠시 후 90% 확률로 본인의 실수를 찾아낼 것이다.


  반대로 한 번에 돌아간 코드에 대한 불안함이 있다. 생각을 정량적으로 정리하여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 버튼을 누른다. 처음 작성한 코드에 오류가 뜨지 않는다면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내가 이렇게 완벽하게 코드를 짤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line by line으로 정말 잘 돌아간 것인지 실수를 찾아내려고 눈을 번뜩인다. 실수를 찾아낸다면 안도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함 할 것이고 실수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계속 코드를 의심하며 다음 분석 자료를 넣어 보는 등 오류가 뜰 때까지 코드를 의심할 것이다.


  코드 공유의 부끄러움. 코딩은 개인 성향을 매우 뚜렷하게 나타낸다. 기계와 같이 완벽한 정렬,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생각의 흐름 그대로 코드를 작성하여 다른 사람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조금 후자에 가깝다. 그래서 다른 연구원들에게 코드를 공유하는 일은 참 부끄럽다. 그래도 나도 누군가의 코드를 공유받아 코딩을 배웠기 때문에 코드를 공유하지만 아픈 소리와 민망한 웃음을 보탠다.


  “코드 안 돌아갈 수도 있어요 :)”

  “이상한 점 찾으시면 알려주세요 :)”

  “완벽하지 않은 코드입니다 :) ㅎㅎ”

  “궁금한 점 있으면 연락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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