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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06. 2023

논문 주제는 어떻게 찾나요?

버티기.

  논문 주제를 찾는다는 건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과 같다. 사막 위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이 출판된 논문들을 기반으로 현재 트렌드에 맞아 흥미롭지만 아직 다른 누군가가 먼저 다루지 않은 참신한 오아시스와 같은 그것, 주제를 찾으면 된다. 주위를 돌아보면 어떻게 저렇게 쉽게 주제를 잘 찾아내는지 참 경이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 반면, 나는 주제를 찾을 때마다 머리가 사막 위에 며칠 방황한 사람처럼 바짝바짝 쪼글어들어간다. 논문 주제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내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비록 연구가 적성에 안 맞다고 입에 달고 사는 나도 관심이 있는 연구 분야가 있기는 하다. 관심이 있는 분야가 레드오션이던 블루오션이던 크게 상관없다. 결론적으론 두 곳 다 주제를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레드오션은 말 그대로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찾으려면 좀 더 눈을 반짝이며 주제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블루오션이면 더 주제를 쉽게 찾을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블루오션인 이유는 늘 존재한다. 예산이라는 큰 산을 못 넘어서 그럴 수도 있고 아직 이론이 탄탄하게 잡혀있지 못해 연구자들끼리도 갈팡질팡 하는 분야 일 수도 있다. 분석 코드를 돌릴 때마다 내 결과도 같이 갈팡질팡 할 수도 있다. 이 힘듦을 모두 이겨 낼 수 있는 건 내가 관심이 있을 때문이다.


  힘겹게 찾은 주제가 먼지화 되어야 한다. 아직 가공이 되지 않은 두리뭉실한 주제 덩어리를 교수님께 보여드려야 한다. 힘겹게 찾은 주제가 맑은 날 따스한 빛을 봤으면 좋겠지만 맑은 날 이불 먼지 털리듯 탈탈 털릴 것이다. 꼭 지나쳐야 하는 관문이다. 탈탈 털리는 것이 내 주제인지 나 자신인지 모르는 그 시점이 바로 두리뭉실한 주제가 가공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몰랐지만 교수님은 알고 있는 논문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럼 '네... 아... 네... 다시 알아보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쏟아내신 논문들을 주섬주섬 주어 담아 다음 미팅에는 덜 두리뭉실해진 주제를 보여드린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면 그럴싸한 논문 주제가 탄생하게 된다. 드디어 빛을 본 것 같지만 아니다.


  깔딱 고개를 지나야 한다. 주제를 찾을 땐 가정을 한다. 생각한 대로 결과가 나오고 순탄하게 실험/분석이 진행될 것이라는 가정. 물론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추려진 머리로 낳은 자식 같은 주제이지만 깊이 분석하다 보면 생각과 달리 나올 때가 종종 있다. 이 시기가 고비다. 깔딱 고개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고 내가 잡은 주제가 맞는 주제인가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시기를 잘 넘기자. 숨이, 정신이 깔딱깔딱거릴 정도로 힘들지만, 분명 오르고 있다는 걸 잊지 말자. 깔딱 고개만 넘으면 고지가 코앞이다. 모두 각자의 깔딱 고개에서 조금만 더 화이팅 하기를 바란다. 끝은 있다.




  그런데 내 다음 논문 주제는 뭐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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