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summersea Mar 08. 2023

불청객은 나가주세요

붉게,

바로 산부인과에 갈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

임신 테스트기를 몇 번 했고 양성임을 확인했다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내년 1월 중순쯤에 산부인과에서 직접 보자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며칠 뒤 옅게 피가 비쳤다.

둘째 언니가 경험하고 인터넷에 많이 보였던 '착상혈'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극 초기 6 주차였다. 혹시 몰라 다시 병원에 전화를 했다.

최근에 토를 하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관계를 가져 나타나는 현상일 수 도 있고, 유산을 경험하는 중이거나, 이유 없이 피 비침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상세히 설명해 줬다. 걱정이 된다면 응급실에 방문하기를 권했지만 응급실에 가더라도 초음파는 확인 못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줬다.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가만히 누워 기다렸다. 기다릴수록 옅은 피 비침은 점점 선명한 붉은 피로 바뀌었다.

2시간 운전하면 한국인이 운영하는 산부인과가 있다며 가보지 않겠냐고 남편이 권유했지만, 먼 거리를 가서 확인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느낌이 들어 싫다고 했다.

벌써 태명을 지어주었는데 네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픔이 더 했다.


20221223

매거진의 이전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