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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r 09. 2023

대학원은 어떻게 들어가나요?

돌리고 돌려.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잘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설계 수업을 4년간 버텨냈다. 설계는 못 하겠다 싶었지만, 회사는 다를까 싶어 여름방학 중 1 달간 서울에 있는 설계회사에 인턴 신분으로 출퇴근을 했다. 주 업무는 도면 프린트 하기, 설계 도면 정리하기, PPT 자료 찾아내기 등... 간단한 업무였다. 회사분들도 모두 친절했다. 고작 한 달 다녀 놓고 설계회사 나쁘지 않다며 회사를 다녀도 될 것 같다고 엄마 아빠에게 어처구니없는 소감을 늘어놓았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회사 경험을 하고 온 것이 뻔히 보였는지 부모님은 조금 더 생각해 보라 하셨다. 


  대학교 수업 중 가장 재미있게 공부한 수업은 ‘생태학’ 과목이었다. 재미있다 보니 더 알고 싶어졌다. 그렇게 조금 더 생각해 본 곳이 대학원이었다.


  교수님을 찾아가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가보고 싶다 포부를 알렸다. 물론 아무 교수님께 말씀드린 것에 아니라 나를 담당해 주는 교수님을 찾아가서 말씀드렸다. 학부생도 담당 교수님이 있다. 그 교수님께서는 포부를 지지한다 하셨고 어떤 학문에 관심이 있는지 등 여러 질문을 주셨다. 생태학에 관심이 있다고 조곤조곤 설명을 했다. 교수님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어느 날 다른 교수님께서 연락이 왔다. 서울에 아는 교수가 있는데 한번 방문해 봐라는 연락이었다. 벌써 드림 컴 튜류?


  처음 뵙는 교수님.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생 한 명이 전화 한 통으로 본인 앞에 때똑 앉아 있으니 그 교수님도 얼마나 당황스러우셨을까? 그래도 다양한 말씀을 해 주시고 본인 연구실에서 하는 과제에 대한 설명도 학부생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 주셨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 더 구체적인 방향성을 갖기를 바란다 하셨다. 그렇게 나의 첫 대학원 컨택이 끝이 났다.


  서울에 다녀온 것을 까먹을 때쯤 다시 연락이 왔다. 처음 뵙던 교수님 연구실은 TO가 없어 입학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불확실 하니 같은 층에 생태학 연구를 하는 신임 교수님을 추천한다는 연락이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바로 오케이를 시전 했다.


  또 처음 뵙는 교수님. 교수님도 나를 모르고, 나도 교수님을 몰랐다. 교수님은 직접 당황스럽다 하셨고 정말 당황스러움이 눈에 보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기억이 안 나지만 영어 점수이야기와 서로를 모르니 인턴기간을 갖자고 하셨다. 난 그렇게 아무 준비 없이 대학원에 한걸음 가까워졌다.


  인턴은 참 좋은 신분이다. 회사에서도 깍두기 같이 행동했는데 대학원이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언니/오빠들의 연구에 손이 필요하면 손을 빌려주고 챙겨주는 논문도 열심히 읽었다. 그렇게 인턴 생활을 하면서 교수님과 연구실 사람들을 알아갔다.


  연구실이 익숙해질 때쯤 나는 대학원에 입학하여 대학원생이 되었다.

  


  

  본인은 교수님들의 추천을 통해 연구실을 찾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원하는 연구 방향을 찾고 연구실을 선택하는 것이다. 눈길이 계속 가는 연구실이 있다면 교수님께 바로 메일을 드려도 된다. 혹은, 가장 현실성 있는 답변을 받고 싶다면 연구실 홈페이지에 현재 다니고 있는 학생들에게 연락을 해도 좋다. 좋은 결과가 생긴다면 바로 입학을 하지 말고 한 학기 인턴을 경험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 학기를 버리는 것 같지만 6 개월 동안 논문 주제를 결정할 수도 있고 실험을 시작할 수도 있다. 석사의 경우 2년 후 졸업이 평균이니 졸업 논문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 것이다. 혹은 연구실이 정말 맞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면 2년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고 발을 뺄 수도 있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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