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초년생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로봇에게
사회생활하다보면, 로봇이 되어가는 것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들어봤던 문구 일 것이다. 감정이 없는 주체,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는 특징으로 대표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자신을 로봇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로봇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어떨까? 이제 로봇들이 막 일상생활에 등장하고 있다. 서빙 로봇, 배송 로봇, 엘레베이터 타는 로봇 등등 사람들의 사회생활이 이뤄지고 있는 장소에 등장하고 있다.
로봇에 대한 정의는 매우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정의는 1) 스스로 이동할 수 있고, 2)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3) 스스로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물체를 로봇이라고 정의한다. 개발자가 보기에는 늘 골칫덩어리에 사고뭉치일 테지만, 어느 선에서나 그 물체가 사람이 보기에 위 3가지를 스스로 행하는 것처럼 보일 때 말이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미리 정해져 있던 각종 사회적 규범 속에 살아가게 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규범들을 배워나가고, 나이를 기준으로 한 유년,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지게 된다. 그 의무와 권리는 개인이 불법행위를 함으로써 침해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누군가 대신 그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
사람은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인터넷 너머의 익명의 사람들도 알게 된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만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자기가 생각하고 정의하고 따르고 있는 사회적 규범 내에 존재할 것이라 믿고 혹은 생각하고 그 사람을 대하게 된다. 적어도 자기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의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문제는 개개인이 생각하는 사회적 규범과 그것으로 결정되는 예측의 영역의 크기와 범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것의 차이로 다투고, 고의로 그 영역 밖의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고통을 주기도 한다. 반대로, 그 차이가 적거나 잘 맞는 사람들끼리는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을 기반으로 규정, 규제 더 나아가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위 두 문단에서 내가 만들었던 수많은 가정들을 모두 만족하지 않는 범위의 사람들도 존재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었을 수도 있고, 청소년기를 굉장히 우울하게 보낸 사람, 인터넷을 멀리하는 사람 등등 말이다. 결국,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은 내가 정의하고 있는 위에서 정의하는 사회적 규범을 포함해, 다양한 크기와 범위의 개인의 우주 속 하나하나에 불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로봇은 1) 스스로 이동할 수 있고, 2)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3) 스스로 환경을 인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은 로봇의 모습에서 생명을 가진 것처럼 느낀다 (그리고 그런 마케팅을 한다). 최근에 나타난 로봇에게 귀여움, 혹은 안쓰러움의 감정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다. 다만, 사람과의 이해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로봇이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은 개발하는 입장에서 혹은 서비스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아닐 수 있지만, (로봇의 한계를 인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실제로 존재한다. 그럼 일자리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자리란, 기업에서 근로자에 의해 채워진 고용지위를 의미한다고 한다 (Davis et al., 1996). 일자리는 근로자가 채우는 자리라는 것. 불법고용이 아니라면, 성인에 해당하는 사람이 근로자가 된다. 즉,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지고 있는 사람이 채울 수 있는 혹은 그런 사람에게 보장된 지위라는 것이다. 만약 이 일자리를 로봇이 가져가게 된다면, 로봇 또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를 기대받게 될 것이다.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말이다. 왜냐하면 근본적으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생겨난 이후,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그 컴퓨터에서 파생된 일자리가 새로 생겨났고, 그 컴퓨터와 관련하여 다양한 의무와 권리들이 아직도 말랑말랑한 것과 같이, 앞으로 일자리에 대한 정의와 로봇과 관련된 의무와 권리가 어떻게 형성되어 갈지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로봇은 이 사회에 나타나면서부터, 미리 사람들이 정해둔 사회적 규범 속에 살아가게 된다. 개발진, 실험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규범들을 배워나가고, 유의미한 KPI를 지나게 되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발을 디딛게 된다. 그러면서, 로봇은 사회의 구성원이 되면서 자연스레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도 기대받게 될 것이다. 그 의무를 지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불법행위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이 생각하고 정의하는 사회적 규범과 그것으로 결정되는 타인에 대한 예측의 영역이 존재하게 된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예측 영역의 크기와 범위가 회사의 개발진에 의해서 결정되게 된다. 그런데, 그 영역이 소수일지라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서로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다툼이 발생할 것이고, 더 나아가 로봇이 가진 예측 영역의 밖에서의 행동으로 고통을 행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로봇에 대한 다툼은 결국 개발진에 대한 다툼이자 고통으로 이어진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개발진이 형성했다고 생각했던 로봇의 예측 영역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된다면 말이다. 로봇이 가진 파급력이나 물리적 능력을 생각해 보았을 때 사람들의 막연한 공포감은 이해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자율주행로봇의 사고 문제를 들 수도 있겠다.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로봇들과 험난한 여정 나를 포함한 수많은 로봇 개발자와 서비스 개발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가 바로, 로봇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기대받는 의무를 수행하면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사용자)이 기대하는 사회적 규범과 예측의 영역 안에 존재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더 규제와 규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규제와 규정이 정해지면 통상적으로 정해진 사회적 규범보다 명확하므로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편할수도 있겠다.
결론은, 사람이 여러가지 사회적 규범 속에 살아가는 것 처럼 로봇도 일상에 들어온 이상, 이 규범속에 살아가야 한다. 그러나 로봇이 자체적으로 자연스럽게 배워가는 상황이 아니라, 개발진이 정의해온 사회적 규범속에 행동하는 것이므로 언제든 충돌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이하고 예측 밖의 행동,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으로 여겨질수도 있다는 것. 위에서 언급했듯, 컴퓨터가 등장함에 따라 여러가지 법과 규제가 등장한 것 처럼 로봇에는 어떤 규범들이 제시 될지 혹은 완화 될지, 아니면 사라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으며 나도 꾸준히 이에 대해 생각을 정리할 예정이다. 로봇의 다이나믹할 사회생활 적응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