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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g Aug 04. 2022

7月_일반인 한 사람을 위한 인터뷰

1interview_일반인_워킹맘 차차님

인터뷰를 하다 보면 내게 없는 면모를 가진 사람에게 존경스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반대로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 공감하기도 한다. 1interview의 여덟 번째 주인공 ‘차차’님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이 가는 사람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귀찮고 번거롭지만, 책임감 하나로 몸을 움직인다. 인간관계 역시 귀찮지 않을 정도의 관계가 좋다. 스스로가 게으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하지만, 사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는 사람이기 때문에 귀찮고 번거롭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일과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인터뷰에 참여해준 차차님에게 감사하며 일곱 번째 인터뷰를 시작해보자.-k양-



1.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가까워져 가고 있다. 어영부영 졸업 전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육아휴직을 냈던 1년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쉰 적이 없다.

 작년, 인생에 있어 정말 큰 충격을 받은 일이 두 건 있었다. (가족이 죽다 살아난 일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팀 해체) 그 충격이 겨우 봉합되나 했는데, 올 초에는 작년 노력한 만큼의 인정을 받지 못해 허탈함이 너무 컸고 인생 최대 고비 중 하나라는 초등학생 학부모 데뷔까지 했다. 아이의 삶의 패턴이 송두리째 바뀌는 현실은 부모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고 한다던데 사실이더라. (웃음)  

그렇다 보니 지금껏 쌓여온 스트레스와 피로가 연이은 큰 사건들로 균열이 가면서 둑이 무너져 내리듯 한 번에 터져버린 것 같다. 사실 몇 달 전부터는 조금 심한 수준의 번아웃과 슬럼프를 겪고 있다.

더불어 직장인 사춘기라고나 할까. 10년 정도 일하다 보니, 앞으로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이후 10년을 위해서는 지금 무언가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 등등의 고민을 하며 자신의 커리어와 현실, 삶 전반을 격정적으로 성찰해보는 중이다. 뚜렷한 결정 없이 회피가 대부분이라 감정만 격하고 깊은 성찰은 아닌 것 같지만.  한마디로 새로움에 도전할 에너지는 없지만, 머릿속은 매우 복잡하고 시끄러운 딱 그 상태다.


2.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에게 있어 이 질문이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보려 한다.

 첫 번째로 최근 극심한 직장인 사춘기를 겪으며 깨달은 부분이 있는데,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가 제일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보다는  '나'에게 주변(지인/회사/사회 등)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그에 맞춰서 살았던 것 같다. 그게 제일 쉽고 편하니까. 이런 걸 보면 성향 자체가 나이브하고 게으를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로 스스로가 원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결정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은 편이다. 성격 자체가 호불호가 심하지 않으니 타인과 연결된 다양한 상황들을 "아무래도 좋지 뭐", "그래, 그럴 수 있어"라고 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크게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논쟁이나 분란이 안 생겼으면 하는, 소위 말하는 '아무거나' 같은 사람이랄까. 대학도 집과 같은 노선에 있는 곳만 썼을 정도다.

 세 번째로, 어릴 땐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위 ‘인싸’가 되는 것을 좋아하는 파워 E 성향의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지난 세월들을 회고해보면 나는 그냥 모두에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을 뿐, 사람들에게 좋게 남기를 바라기보다 나쁜 말만 안 들었으면 하는 쪽(?)에 가깝다. 쿨하게 넘길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느끼는 스타일이다. 내 사람들은 잘되었으면 좋겠고, 그걸 위해서 정말 열정적으로 도와줄 수 있지만, 그 외 사람들은 도의적인 인정 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덜렁대고 부지런하지 못한 편이기 때문에 자주 표현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바운더리 안에 들어오면 아무리 오랫동안 연락을 안 했어도 늘 인연은 튼튼하게 이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회생활에서는 위처럼 살면 뭐 하나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실제의 나와는 조금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편이다. 정리하자면, '안정 추구형이기 때문에 한 번 할 때 잘하려고 하는 사람' + '책임감에 꽤나 많이 휘둘리는 사람'이랄까?

3. 차차님은 타인을 많이 배려하는 것 같다. 반대로 그 ‘타인’들은 차차님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타인에 대한 기준을 일로 만난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위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들)로 나뉘어서 생각해봤을 때, 회사에서의 내 모습만 아는 사람들은 ‘일머리가 잘 돌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사실 스스로가 만든 사회생활 속 페르소나이다 보니, 내심 그렇게 봐주었으면 하는 것도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인간관계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벽을 치고 있는 사람’으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 성격 자체가 밝지 않거나 소극적인 편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쏟는 편이라 힘을 나눠서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를 쏟을 사람들에게만 에너지를 나눠 쏟고 있다. 특히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더더욱. 모두와 친해지고 에너지를 쏟으면 좋겠지만 워킹맘은 회사와 집, 투잡을 뛰어야 하므로 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 뭐 친한 사람들이야 내 허술한 면모를 다 알고 있으니 이것 빼고는 정이 많은 사람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4. 사회생활 페르소나는 누구나 장착하고 있을 것 같은데, 페르소나 뒤에 있는 차차님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사회생활 속에서 갖고 있는 페르소나는 빠르고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며, 실수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업무 외에 감정적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보려 하지 않고, 그만큼 외적인 요소로 크게 감정을 동요받고 싶지도 않다. 놀랍게도 본모습은 이 모습과 정반대다. 굉장히 덜렁거리고 귀찮아하고...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감정적으로도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이라, 어떤 사건에도 휘말리기 싫어하고 적당히 빨리 끝내고 싶어 한다. 그래도 귀찮아하는 성격이 긍정적으로 발현된 편이라, 업무에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웃음)


5.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으신 것 같다. 무수한 변화 속에서,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놀라게 된 점은?

 사실 어렸을 때 난 밖에서는 친구들과 열정적으로 놀고 와서 집에서 동생을 혼낼 때 빼고는 소파나 침대에 누워 꿈쩍도 안 했던 게으름의 끝판왕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일본에서 자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집안일을 스스로 한 적이 없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부터 부지런히 집안일을 해내는 내 모습을 보았을 때 가장 놀랐었다. 아이가 없을 때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사람이었는데 이젠 한 끼를 먹으면 다음 끼니를 생각하고, 무의식적으로 빨래와 청소를 하고 있다. 마냥 게으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책임’에 깊게 매몰되니 부지런한 사람이 됐다. 나도 주어지면 하는 애구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인간으로 발현된다면 나일 것 같다.

차차님의 최고의 아웃풋

6. 힘들 때 가장 의지하는 단어나 문장은 어떤 것이 있는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당시에는 세상 비극이었지만, 돌이켜 보면 희극이 되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일까. 어떤 경험이든 결국 내 자산일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당시의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7.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남기고 싶은 말은?

 인생,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행복한 날들이 더 많았어.


8. 차차님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행복했던 순간은 참 많았지만 인생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2010년, 1년 동안 일본에서 지냈을 때가 모든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나는 생각보다 주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인데, 그곳에서 만큼만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지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먹고, 자고, 꾸밀 수 있었다. 누군가의 딸, 동생, 누나, 여자친구도 아닌 오로지 ‘나’ 하나만 생각하며 지낼 수 있었다. 여러 가지 일들이 겹쳐서 아쉽게 더 있지 못했지만, 인생의 가치관이 변할 정도로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었다.  


9. 1interview 를 진행한 소감은?

 1interview에 나오시는 분들은 보통 굉장히 긍정적이고 에너제틱한 분들이 많았는데, 이런 얘길 해도 되나 싶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늘 굴곡이 있고, 주변에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분명히 존재하니, 스스로부터가 이 과정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면서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더 맑은 상태일 때 했으면 더 좋은 콘텐츠가 나왔을까? 도 싶지만, 온전한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던 시간이라 좋았다. 이런 때가 아니면 역할로 나를 규정하지, 나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춘기를 겪고 있는 모든 어른이들이 있다면 긴 인생,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잠깐의 숨 고르기라고 생각하고 이 터널을 건강하게 잘 해쳐 나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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