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일반인_직장인 단아님
새해를 맞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젠 실내에서도 마스크도 벗고 지낼 수 있게 되었고, 나이도 만 나이로 적용되었다. 어쩌면 시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것이 아닐까? 안되던 것도 되니 말이다. 이번 1interview의 ‘단아’님은 흘러가는 시간에 감사하며 기대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매일 성숙한 어른의 발걸음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는 이번 인터뷰 주인공 단아님께 감사하며 열세 번째 인터뷰를 시작해 보자.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이렇게 대답하면 평소에는 무슨 일이 있던 사람 같지만, 그냥 마음이 편하다는 뜻의 무탈함이에요. 2023년 새로운 해를 맞이해서인지, 정말 아무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고질병처럼 존재했던 걱정과 불안, 초조함, 부담감 같은 잡다한 감정들이 자취를 감췄어요. 덕분에 오고 가는 버스에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었고, ASMR 같은 영상 없이도 푹 잘 수 있게 되었어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책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구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일까요? 그렇다면 나이를 먹는 것이 마냥 나쁜 게 아닐지도 모를지도. (웃음)
제 머릿속에서 유튜브에 있는 플레이리스트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는 기분이에요. 특히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으면 수만 가지 잡념이 떠올라 그 생각으로 잠에 쉽게 들지 못했었어요. 일상생활 순간순간에도 생각이 많았죠. 그렇다보니 스트레스를 꾸준히 받았었어요. 생각 해보면 꽤 오랜 시간 그래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사실 딱 ‘이런 것이다’ 라고는 정의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요즘은 잘 지내고 있지만 혹시나 또 감정들에 휩싸이게 될까봐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네요.
요즘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쓰신 에세이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를 읽고 있어요. 최근에 유퀴즈에도 나오셨는데, 방송을 보니 너무 대단하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기 시작한 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아들 손흥민 선수가 결과와는 상관없이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 라는 부분이었어요. 사실상 유명 선수의 코치님인 격인데, 경기의 승패를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니. 또,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의 경기를 평생 즐기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봐야한다는 말도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나이 값을 하는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성숙한 사람을 동경하는 마음이 항상 있는데요, 나이가 들수록 그런 사람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돼요. 한편으로는 ‘지금 시대 흐름과 약간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라는 두려움도 있지만요. 성숙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좋게 말하면 중립적인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이중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매 순간 마주하는 일들이 좋기도 하면서 싫기도 한 이 기분, 공감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아요. 쉽게 예를 들자면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도 괜찮고, 된장찌개도 괜찮은데 아예 다른 카테고리의 떡볶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나는 쌀국수를 싫어하지만 먹어야 한다면 맛있게 먹을 수도 있는 느낌이랄까. MBTI 같은 성격 검사를 해도 모든 수치가 49:51 수준이에요. 모든 순간이 이렇다 보니 ‘마음대로 해라’, ‘나는 다 괜찮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하는데 이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고치려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큰 장점은 비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아닐까요? (웃음) 그 외에는 넓은 포용력을 갖게된다는 것이구요. 사실 저는 어떠한 선택을 하든 열려있는 편이에요. 상대방에게 선택권을 줌으로서, 책임보다는 자유를 얻는 거죠.
일본 교환학생이요. 10:90이 아닌 1:99로 제가 무조건 가겠다고 선택한 길이었어요. 이 선택 만은 정말 후회 없었어요. 대학 동기들과 함께 갈 수 있고. 첫 해외여행이고. 첫 자취였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6개월이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없는 것 같아요. 문장을 기억하고 다닐 만큼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문장처럼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왜?’라고는 생각해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건이나, 상황, 사람이 생겼을 때 ‘왜 그럴까?’, ‘왜 저럴까?’,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한 뒤 나름의 답을 찾으면 안정이 돼요. 그 답은 정말 나 스스로만 납득하면 되는 것이라 논리도 타당함도 없지만, 원인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아요. 이 방법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원인을 나 자신에게서 찾지 않는 것이에요. 모든 사건과 행동의 원인이 나 스스로라고 생각하면 더 힘들어지니까. 그래서 원인을 찾을 때는 주관적인 감정이 담긴 필터(?)를 빼고, 보이는 사실만을 기반으로 하여 답을 찾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때 어떤 감정이 드시는지 궁금해요.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다는 건, 어쩌면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자 제 자신을 수긍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여러 번 생각했는데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하 생략)
예나 지금이나 같은 마음이에요. 떠난 사람은 빨리 잊고 일상으로 복귀하세요. 라고 말하고 싶어요. 떠날 사람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남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랄 것이고, 남은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 외에는 더 큰 위로가 없을테니까요. 다시 돌아올 수는 없으니, 떠날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밥도 먹고, 사진도 찍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싶어요. 마지막이라고 해서 유난 떨고 싶진 않아요.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면 당황하긴 하겠지만요.
우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선뜻 내주고, 별거 없는 내용을 기대해 주고, 더우나 추우나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bong님에게 감사해요. 항상 다른 사람의 인터뷰를 읽고 듣던 입장에서 직접 대답하는 입장이 되니, 새롭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네요. 생각해 보면 ‘타인의 시선에서 보이는 나’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테스트도 해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곧잘 묻기도 했었는데, ‘스스로가 생각하는 나’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나 스스로에 대한 생각도 늘리고, 2023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시 읽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