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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치?' 얼마나 될까요?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_카를로 로벨리

by 허니




우아한 Life 지속가능성을 위해

3. 가치 Section



2025년 새 해 시작이 바로 어제 같은데, 어느새 봄의 문턱에 와 있습니다.


입춘은 정확히 올해 2월 3일 23시 10분이었습니다. 요즘은 농경중심 사회가 아니라서 그렇겠죠? 달을 기준으로 하는 '입춘'과는 상관없는 날씨가 계속되네요. 여전히 쌩쌩한 영하의 바람이 불고 있어서 겨울의 끝자락이 기승을 부리는 느낌이에요.


강한 바람이 따스한 봄 햇살의 세상을 향한 사랑을 방해하는 것 같은 이 시기지만요. '국방부 시계'와 함께 '우리의 시계'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초도 어김없이 정확히 흐르면서, 곧 3월이 된다고 알리고 있어요.


이쯤에서 이미 떠나보낸, 지난 24년을 다시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한 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봄'이 시작되어야만 확실히 '시작'이라는 예감이 와닿기도 하거든요. 새로움이 움트기 전에 제가 여러분과 함께 지난해를 정리하려는 항목은 바로 '책'입니다. 우리 각 자가 지난 24년 동안 만났고 사랑을 나누었던 <좋은 책 목록!>. 좋은 책이 주는 설레는 감정과 깊은 감동은 언제 꺼내 보아도 흡족하고 기분이 좋아집니다.


봄 ^^



무엇보다 저와 여러분, 우리의 공통점이 있죠?

그건 아마 '글 혹은 책 읽는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이겠죠.


지난해동안 여러분이 직접 '그 해(2024년)의 좋은 책'을 3권 뽑는다면, 어떤 책이 있을까요?

제가 지금 소개하려는 책이 바로 이런 책입니다. 작년에 제가 만난 최고의 책 3권 중, 한 권입니다.


'카를로 로벨리'라는 양자역학자가 쓴 책인데요. 제목은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입니다. 부제는 <카를로 로벨리의 기묘하고 아름다운 양자 물리학>로 소개됩니다.


번역가 '김정훈'님과 출판사 '쌤앤파커스'의 노력으로 매력적인 책 제목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으로 정해진 모양입니다. 부제가 실상 원서의 원제목이니까요.


책 제목부터 철학적이고, 시적이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습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지! 내가 존재하지 않는데 '세상의 존재'가 다 무슨 소용이람?'

이라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렇고, <알쓸신잡>이나 여타의 지식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영향력 덕분에, 요즘 유난히 관심이 커지는 '양자역학'분야에 대한 호기심 덕분일 거예요. 책을 읽기도 전부터 호감이 커졌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저자 인터뷰나 저자의 영상도 확인했습니다.


'카를로 로벨리'의 행복한 얼굴과 천진스러운 미소는 아인슈타인에게 느껴지는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그의 넉넉한 웃음까지 확인하자, 책을 읽고 싶은 욕구만 더 강해졌습니다.


카를로 로벨리 :)


순전히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요. 저는 종이책을 좋아하고, 습관적으로 가방에 한 두 권의 종이책을 들고 다니면서, 매일 평균적으로 10km 정도 걸어 다닙니다. 이런 저에게 매력적인 점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이 책의 질량적 무게였는데요. 다른 책에 비해 무척 가벼워요. 그런데 양장본의 질감이나 색상은 고급스러워요. 우아한 느낌마저 주는 책이죠.


마지막으로 제가 잘 모르는 '양자역학'분야이다 보니, 책 읽는 내내 '똑똑해지기 위한 제 나름의 노력'을 해야만 했어요. 저자가 알려주려는 의미를 저자 본의대로 먼저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외한으로서 노력이 필요했어요.


저자의 문장 안에 갇혀 있는 그 느낌의 쾌락을 여러분도 짐작하실 거라 믿어요. 문장들마다 제 각 각 아름답거나 논리적이거나 것도 아니면 해박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정확히 '내 문장, 내 지식 혹은 나의 표현'은 아닌 그 미묘한 거리감 때문에, 자꾸 그 문장을 떠나지 못하게 되죠. 서성거리는 순간들, 저는 이런 순간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양한 책을 좋아하는 겁니다.


대체 저자는 정확히 뭘 말하고 싶었을까? 내 생각은 지금 이건데... 내 생각이 맞을까? 등 등의 자문자답의 대화를 마음껏 나누면서 '한 줄 한 줄'의 서사에 머무르는 시간을 충분히 주는 책이었어요.


책 속 한 문장 한 문장에 갇혀 머무르면서 탐구하는 심정은 말이죠.


날씨 화창한 시드니 도시에서 '보타닉 가든'을 뛰어다니는 기분 같았어요. 정원에 피어난 꽃들과 멋진 나무에 현혹되어 달리는 일조차 잊어버리는 순간이 오거든요. 그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가 표현하려는 깊은 의미를 탐닉하려고 그것 앞에서 계속 머물러 있게 되거든요.


혹은 세기를 지나면서 명작으로 알려진 아름답거나 장엄한 그림 앞에 머무를 때 감동과도 비슷했어요. 그림 앞에서 잠잠히 그림을 상대로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곤 했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그저 그림 한 작품 앞에 머물러 있게 되거든요.


위대한 한 점의 바로 그 그림만이 나에게 건네줄 수 있는 깊은 공감이나 위로 때문에 그림 앞에서 왈칵 울음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이런 시간에나 가질 수 있는 윤슬처럼 출렁이는 사랑의 기쁨을 발견했던 '책'을 만난 거예요. 이럴 때 얼마나 큰 부요함을 느끼는지요. 정말 자랑스러운 상을 받은 기분이 들 정도예요. 제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책을 만나는 사건은? 일생을 지나면서 여러 힘든 과정 끝에 만나는 좋은 친구와의 상봉과도 같아요.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좋은 책을 만나는 것과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과 닮은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히 동의하실 거 같아요. <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이 여러분에게도 그런 책이 될 거라 믿어져요.


왜냐면? 그 책에서 오늘 제가 언급하고 싶은 '가치(Value)'를 역학적으로 증명해 주고 믿음도 주거든요.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 쉽고 편하게 떠오르는 단어 하나라면?

너무 흔해서 진정한 형상을 찾기 어려울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은 감정적인 것만으로 정의할 수 없고, 지성으로 서술할 수 있겠지만 지성만의 전유물도 아니죠.

사랑은 무엇보다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전인격적인 마음, 생각과 언행의 모든 것일 테죠.


각 사람의 사랑의 대상이 자연이나 생물일 수 있고, 학문이나 기술과 같은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유형과 무형의 실체일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랑에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너무 자연스러운 대상일 것입니다. 지극히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처참하고 비극적일 수 있는 관계의 사랑!


모든 세기를 걸쳐서 많은 문학 작품, 미술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준 우리 사이의 사랑이 우리들의 가치 중에 백미라고 생각해요.


오늘 제가 언급하고자 하는 가치도 '관계'입니다. 사랑할 수 있고 미워할 수 있고, 모든 다양한 감정을 수반할 수 있는 우리 사이의 '관계'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요?


자본주의 체계의 수단으로 측정하면, 대체 얼마의 돈으로 매겨질 수 있을까요?

보나 마나, 너무 다양한 값을 매길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 개인의 관계를 떠올려 보시면 어떨까요? 명품관에서 값을 쳐주겠다고 팔라고 해도 도저히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그 가치가 어마어마하고 소중한 그런 관계가 있으신가요? (성공한 분이십니다!) 혹은 당근 앱을 열어서 '나눔'수준을 해서라도 누군가에게 줘버려도 상관없는 관계는요?


게다가 어떤 관계는 생각만 해도, 정말 우리의 근심과 애환을 만들어 버리기도 하겠죠. 서로 상극으로 스트레스와 병을 만드는 관계인데, 너무 해가 크다 보니, 타인에게 차마 팔 수도 없고. 그저 팔자려니 하는 관계도 세상에는 존재하죠. 오직, 완전히 나에게서 근절하고 싶은 관계?


이렇게 생각해 보니, 관계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나 외의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과 행위에 따라 '상대의 가치'가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지극히 포악하고 이기적인 '범죄자나 다름없는 세상 리더들'이나 '강력범죄자들'은 얼마나 안타깝고 불쌍한 인물인지 알게 됩니다. 타인을 자신의 쾌락이나 이기심을 만족시키는 도구로서만 대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분들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무식하고 저질스런 선택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귀한 인생의 시간을 통해 자신이 대면하는 인연들과의 관계를 계속 그런 식으로 축적해 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끔찍한 축적을 통해 결국 그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그 수준으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타인을 자신의 이기심과 욕망의 도구로 삼고 나서 얻는 유익은 자신의 가치 자체가 구원이 없는 처참한 존재로 추락하는 것뿐인데, 그분들은 이 명백한 진리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세상에서 가장 몹쓸 존재로 만드는 아주 적극적인 행위를 하면서 회심할 기회를 찾지 않으려는 노력만 더욱 전심으로 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이에 반해, 자신의 모든 생각, 말과 행동을 통해 타인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로 대우하는 사람들이 계십니다. 이웃에게 작던 크던 '사랑'을 축적하는 분들입니다.


소설 속 인물이긴 하지만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의 은인으로 등장하는 '미리엘 신부님'처럼요.

과연, 이 신부님의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요?


신부님은 세상 속에서 낙오자나 다름없는 '장발장'의 당시의 처참한 도적으로서의 모습을 장발장의 진정한 가치라고 여기지 않으셨어요. 개과천선하는 과정으로써 '시장'도 될 수 있는 '장발장'의 가치를 발견해 준 분이었어요.


한 발 더 나아가, 제가 느끼는 미리엘 신부님에 대한 믿음은 이렇습니다. 장발장 모습의 있는 그대로를 미리엘 신부님 자신이나 예수님과 다름없이 믿어주고 공감해 줄 뿐만 아니라 아파해 주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설혹 신부님이 베푼 용서와 은혜에 대해서 엄청난 변화로 응답하지 않았다 해도, 미리엘 신부님의 인자한 마음은 동일했을 거라고 짐작해요. 상대가 어떠한 모습으로 있던지 그 자체가 예수님과 다를 바 없다고 가치 있게 보아주는 믿음과 사랑!


이 상황 덕분에 장발장의 인생의 가치는 값을 매기기 어려운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이 그러한 믿음으로 감싸준 덕분에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장발장의 가치가 높아진 그 높이만큼 미리엘 신부님 또한 예수님과 유사한 '신적인 가치'를 갖게 됩니다. 이 비밀은 참 아름다운 것입니다.


여기서, 이제

제 자신과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과연, 우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현재 우리의 가치는 우리 주변을 둘러싼 이웃과 타인들을 대하는 우리 자신의 태도와 마음의 진심으로 결정되니까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다면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랑의 관점으로 ~ ^^



위에서 언급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제목만 봐서는 '나'의 중요성을 양자역학적으로 얘기해 줄 것 같지만, 읽다 보면 '관계의 상호적 역할과 중요성'을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잘 풀어주었습니다.


책 :)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증명된 자연 현상으로도 증명된 실제 상황을 언급하겠습니다.

식물을 키울 때조차 동일한 상황과 비슷한 씨앗일지라도 칭찬하고 사랑을 주었던 씨앗들이 자라는 모습과 욕을 하고 미워했던 식물의 배아나 성장의 모습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 이미 알려졌습니다.


'관계'를 통해 당신과 저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정의에 크게 반대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제 기록을 통해 저도 지금까지 행한 개인의 수많은 실수에 대해 반성합니다. 저의 가치를 사업적인 매출이나 매 달의 자본주의 체계의 실용적 숫자, 즉 연봉이나 자산에 두었다는 마음속 진실도 반성합니다. 저의 가치를 그런 기준으로 매기다 보면, 타인의 가치또한 자연스레 그런 기준으로 평가하려 들 테니까요.


나외에 외부의 인연 즉 관계들을 바라보고, 함께 할 때 내가 행하는 말과 행동 무엇보다 마음으로 결정되는 '나의 가치'!


오늘 이후로 높여가는 사람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마음에도 작은 울림이 있으셨다면, 함께 우리 자신의 가치를 높여가는 시간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25년 2월 20일

스벅 동탄리저브 카페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기쁨 누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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