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를 생산하는 사람으로 변하실 거에요.
3. 가치 Section
‘가치’ 역시 변합니다. 그 변화는 마치 신기술처럼 빠르고, 유행처럼 종잡을 수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나를 좋은 세상으로 데려가 줄 거라 믿었던 바로 '그 가치'가 절벽의 밑바닥이 어디인지도 모를 만큼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정말 비참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거죠. 억울하고 한심한 마음뿐일 테고요. 가치를 붙들고 싶고, 다시 기대해 보려고 해도 무너진 신뢰의 마음은 쓰디쓸 뿐입니다. 게다가 그 뒤로는 무엇이 여전히 ‘좋은 것’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외로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적응하느라 지치셨을 때, 바로 이 시간에 찾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건 어쩌면 ‘변하지 않는 가치’ 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가치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한 회사가, 한 나라가, 그리고 한 개인이 그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치를 쫓아 살기 보다, 스스로 '가치 생산자'로서 가치를 만들면서 살면 보다 적극적인 대처 방식으로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사진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코닥(Kodak)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끝내 시장에 내놓지 않았습니다. 디지털이 자사의 필름 가치를 위협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결국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대가는 매우 컸습니다.
2012년, 코닥은 파산 보호 신청을 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기존의 기득권적인 가치를 지킨다며 변화 자체를 외면한 선택이, 오히려 본질을 잃게 만든 것입니다. 진짜 가치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 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니콘(Nikon)은 디지털 전환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본질을 지키는 방향으로 중심을 이동시켰습니다. 핵심 기술인 렌즈 역량을 사진기뿐 아니라 의료 현미경, 반도체 장비 등으로 확장하였습니다. ‘기억을 담는 기술자’에서 ‘시선을 바꾸는 장인’으로의 전환이었습니다.
니콘은 기술보다 먼저, 시선을 다시 정의했습니다. 사진이 아닌 생명과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으로, 존재의 가치를 새롭게 구성한 것입니다. 가치를 지킨다는 건, 곧 그 가치를 다시 발굴하고 세상과 새롭게 연결 짓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비단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나라의 성장에도 같은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한국은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시작한 경제는 생존이 우선이었고, 속도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시기가 길었습니다.
그러나 이 성장의 기반은 단순한 물리적 확장이 아니라, ‘가치를 키운 시간’이었습니다. 교육, 근면, 가족 중심의 공동체 정신, 효(孝)의 문화. 그리고 “나 하나 잘되면 모두가 산다”는 묵직한 책임감이 세대를 거쳐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오늘의 한국은 기술, 문화, 민주주의, 공공의식 모두를 수출하는 국가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속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성장. 그 이면에는 한 사회가 공동으로 키워온 가치의 체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 우리는 배울 수 있습니다. 가치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써 내려가야 할 현재형의 이야기라는 사실을요. 그렇다면 우리는 개인으로서 어떻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거창한 철학이나 거대한 비전보다는 더 실제적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태도를 훈련하는 것부터가 시작이지 않을까요?
첫째, 자주 멈추고 스스로를 점검해 보셔야 합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가?”
위의 질문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여깁니다. 기록하거나, 조용히 묵상하거나, 때론 누군가와 대화하면서—삶이 나를 흔들기 전에, 내가 나의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둘째, 사소한 태도를 의식적으로 반복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약속을 지키는 것,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 작은 불편을 감수하며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 진짜 가치는 거창한 선언보다, 무의식이 될 만큼 익숙하게 훈련된 일상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매일같이 실천하는 그 태도로 인해, 이미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어있을지도 모릅니다.
셋째, 관계 속에서 검증받아야 합니다. 가치는 홀로 존재할 수 없습니다. 사회 속에서 함께 성장하고 영향을 받는 것이야 말로 '가치'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지킨다고 믿는 그 순간, 그것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결국 타인과의 연결 안에서 드러납니다. 공동체는 우리 자신의 거울입니다. 내가 지켜내고 세워가는 가치가 어떻게 비치는지 여실히 볼 수 있는 세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빠르게 달려가는 세상 속에 사는 우리 자신일지라도 잊지 말아야 할 기준이 있습니다. 속도보다 더 절실한 것은 방향이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가치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방향이 매우 중요합니다. 방향이 옳고 속도도 적당하면 두말할 필요 없지만 둘 중 하나에 집중해야 한다면, 무조건 '방향'을 붙잡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성을 제대로 갖춘 가치'는 처음에는 더디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여도, 얼마 지나지 않아 비탈을 내려가는 불어나는 눈덩이처럼 속도가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언제나, 여러분이 세상 속에서 지키고자 하는 '여러분만의 그 가치'에 진실하게 맞닿아 있을 거라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가치를 붙들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지금 무엇을 훈련하고 계신가요?
25년 6월 12일 목
청계천을 거닐면서
다음 시간에는 <건강>섹션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