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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라라 Mar 06. 2020

2004.1.7. 멕시코 국립 인류학 박물관

Museo nacional de Antropologia

과테말라 대사관에 무슨 서류가 필요한지 물어보려 전화했는데 아쿵... 비자 안 준단다. 멕시코 거주자만 준다고 한다. 미덥지 못하고 께름칙해서 다시 전화할까 하다가 그냥 다른 영사관에 가기로 했다.


오늘, 대사관 다음 코스로 잡았던 Bosque de Chapultepec에 있는 국립 박물관으로 직행했다. 입장료가 38페소. 비싸다. 그런데 정말 잘해놨다.


깨끗하고 깔끔하고 시대별로 문명별로 당시 생활상이나 유적의 자현들도 리얼하게 만들어놨고, 유물을 비추는 조명의 위치도 유물을 가장 돋보이게 해 놓았다. 내가 돌아다닐 때도 끊임없이 옆에서 누군가가 바닥을 밀대로 밀고 있거나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사진기를 안 갖고 가서 못 찍었는데 박물관 가운데 텅 빈 공간에 떨어지게 해 놓은 물줄기도 정말 근사했다. 


나의 룸메이트는 호주인인데 어제저녁에 내가 왔을 때부터 계속 아프더니 오늘도 내내 누워있다. 같이 약국에 다녀왔다. 타지에 와서 아프다니, 힘들겠다.


오늘 쏘깔로에서 한국어가 적힌 차를 보았다. SBS 로고가 박혀 있었는데 열심히 사진 찍다 가더라. 멋있어 보였고 부러웠다.


아직 여기 전철 이야기를 자세히 안 한 것 같다. 전철은 낡고 좁다. 두 자리씩 등을 맞대고 있는 게 두 쌍, 왼쪽, 오른쪽에 있고 그 앞엔 하나짜리 의자가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노약자, 임산부, 장애인석 그런 거다. 그렇지만 잘 지켜지지는 않는 것 같다. 급정거, 급출발이 심해서 손잡이를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플랫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문이 열리는 곳을 표시한 곳이 없기 때문에 아무 데서나 기다린다. 표는 구간 상관없이 2페소이고 들어갈 때 표를 집어넣으면 도로 나오지 않는다. 전철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그냥 나가면 된다. 노선 보는 것도 쉽다. 전철을 탈 때 내가 가는 방향의 종점만 알면 된다. 서울 지하철보다 간단한 것 같다. 전철은 가다가 가끔 역 사이에 서 있기도 하고(한국처럼 앞 전철이 안 가서 밀리는 것 같은데 안내 방송은 안 나온다) 어쩌다가 불이 나가기도 한다. 놀라운 경험도 했다. 문이 왼쪽, 오른쪽 다 열릴 수 있는(철길이 하나만 깔려 있는) 역에 전철이 들어왔는데 반대편만 문이 열리고 이 쪽은 안 열리자 사람들이 문을 손으로 억지로 열고 들어가려 한 적이 있었다. 그걸 보고 어찌나 놀랐던지. 혼자 눈이 똥그래져 보면서 낄낄 웃었던 게 기억난다.


전철 안에는 우리나라처럼 장사치들도 많은데 가끔 구걸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냥 바구니 들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우렁차게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 사람들이 너도나도 동전을 조금씩 준다. 장사하는 것보다 노래 부르고 돈 받는 게 훨씬 이득일 것 같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인 수녀님 세 분을 봤다. 두 분은 시티에 살면서 선교하고 미사 돕는 일을 하시고, 한 분은 미국에서 살면서 선교하는데 멕시코에 놀러 왔다고 한다. 세 분 사진을 찍어드렸는데, 한국인 분들을 봐서 반가웠다. 


오늘, 엽서도 두 장 썼다. 주소를 아는 곳이 딱 두 곳이라. 친구들에게 주소 남겨달라고 해야겠다. 


내일은 Oaxaca로 옮길 생각이다. 버스에서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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