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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라라 May 22. 2021

초4 에 쓰는 육아일기.

거짓말쟁이

날이 갈수록 거짓말이 늘고 있다.


첫 시작은 '브롤스타즈'였다. 

개통되지 않았지만 집에서 인터넷을 와이파이로 잡아 쓸 수 있는 예전에 쓰던 공폰을 몰래, 방에 숨겨두었다가 한밤중에 게임하던 것을 들켰다. 아이 방 청소를 하다가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전화기를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세상 착한 나의 아들이 그런 상상도 못했던 거짓말을 할 줄이야. 나는 남편과 통화하며 펑펑 울었고 남편은 울고 있는 나의 모습에 당황해했다. 그렇게 심각한 일 아니라고. 거짓말을 죄악시했던 우리 집에서 컸던 나와, 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장난치듯 속고 속이며 컸던 남편과의 차이일까. 

 

아이를 붙잡고 엄마는 너를 믿었는데 믿음이 깨져서 너무 힘들다, 로 시작해서 감동과 협박과 설득을 넘나드는 긴 시간 훈계를 했고 어느 정도 패널티를 주었다. 게임시간도 정해서 하게 되었다. 아이는 순한 나의 아들의 얼굴을 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아이와 믿음을 쌓으면 되는 일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그저 시작이었을 줄이야.


문제를 안 풀었는데 다 풀었다는, 1초면 들킬 거짓말을 하지를 않나, 수학 문제집 답을 베껴 써가며 다 풀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풀이과정이 하나도 없는 눈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지를 않나. 이 정도는 애교수준이고 갈수록 진화하는 거짓말은 급기야 문제집 두 장을 풀로 붙여 놓기에 이르렀다. 엄마가 두 장을 한 장처럼 넘기길 바랐던 것인가. 페이지 끄트머리를 풀로 붙이며 자신의 기발한 생각에 감탄하며 얼마나 낄낄 즐거워했을까. 


나의 속은 심각한데 어느새 아이는 이 것이 게임처럼 느껴지는 듯 싶었다.


물론 나는 아이의 거짓말을 발견할 때마다 이성과 감정에 호소하며 거듭 우리의 '신뢰'를 부르짖었건만, 문제 풀이 양도 2장에서 1장으로 그도 많을 때는 한페이지라도 풀도록 거듭 줄어들었건만, 야속한 나의 아이는 엄마 속을 까많게 태우고 있었다.


있었고, 또 있다. 아직 진행중이다. 마지막 거짓말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 그간 아이는 거짓말을 했고 나는 알아채지 못한 게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의심이 나는 너무 속상한데. 그래도 믿어주고 싶다. 초롱초롱 아직도 예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해맑은 4학년인데 내가 더 믿어야지.


아직도 육아서를 뒤적거리며, 아들을 키우는 법에 대한 유튜브를 찾아보며, 4학년을 키워낸 선배맘들의 조언을 읽어내고, 이 시기의 정답은 무한신뢰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 믿어보자. 속고 또 속아도 또 믿어보자. 나는 너를 이렇게 사랑하는데, 너도 엄마를 엄청 사랑하는 걸 아니까, 더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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