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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끌라라 Nov 18. 2021

목소리 작은 두 아들 맘 되기

1. 왜 형 보고 싶은 것만 봐!!!!!


매주 갓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를 시청한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공감하고 걱정하고 눈물을 흘리고 반성하며 금쪽같은 내 새끼 내일은 더 사랑으로 감싸주고 이해해줘야지, 공감해줘야지, 해 놓고 다음 날 다시 큰소리치며 "다섯까지 센다. 하나! 둘! 셋!...."을 외치는


나는 두 아들 맘.


두 아들 맘은 바깥에서도 알아본단다. 누구보다도 목소리가 크고, 딱딱한 군인 같은 목소리로 아이들을 군대 지휘관처럼 지휘한다. 단호하게 명령한다. 아가씨 때도 가냘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예쁘게 얘기하던 여성들도 아들 둘을 낳고 나면 누구보다도 목소리 큰 지휘관이 된다.


나는 목소리가 커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은, 게다가 두 아들은 부드럽게 얘기하면 도통 들어먹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 목소리는 딱딱해진다. 웃으면서 얘기하면 아이들은 장난만 치려 한다. 그래서 나는 무표정으로 얘기했나 보다. 

어느 날 식탁에서 큰 아들의 실소리에 내가 피식 웃었나 보다. 아들이 말했다. 

"어! 엄마 웃었다." 

깜짝 놀란 내가 되물었다.

"내가 잘 안 웃어?"


"네! 엄마 잘 안 웃잖아요."


웃는 엄마가 되고 싶다. 친절하고 자상하게 말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의 마음에 애정의 결핍을 주고 싶지 않다.


그래서 쓰는 11살, 7살 두 아들 맘의 육아일기 그 첫 번째.





우리 아이들은 8시부터 9시는 책을 본다. 보통 9시면 자러 들어간다.

7시 30분쯤, 첫째가 실사판 영화 알라딘을 보기 시작했다. 내가 권했다. 나도 또 보고 싶어서.

둘째의 징징거림이 시작했다. 

"난 만화 보고 싶다고!!!!"

착한 첫째는 조금 불안해하고, 조금 양보할까 동생 눈치를 보고, 그래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 보였다. 둘째를 달랬지만 달래지지 않았다. 아직 어려 초저녁이면 피곤해하며 떼를 쓰는 경우가 많다. 떼를 쓰다가 둘째의 주 무기인 눈물을 흘린다. 

"엉엉엉.... 나는 만화 보고 싶어... 엉엉엉"

이건 둘째가 봐도 재밌게 볼 내용인데 괜한 잠투정인걸 나는 안다.


"형님이 먼저 보기 시작했잖아! 너 그렇게 졸리면 괜히 징징대지 말고 들어가 자!"

역시나 둘째의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그만 울어! 다섯 센다!'를 외치려는 순간, 마음이 바뀌었다.


"이든아, 이리 와봐." 조용한 목소리로 아이를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아이는 혼날 것 같은지 목소리가 더 커졌다.


일단 안심시킨다.

"혼내려는 게 아니야."

공감한다.

"형님만 보고 싶은 거 보고 이든이는 못 봐서 속상했어? 이든이는 만화 보고 싶은데?"

(엉엉 울며)"네!!!!"

"진짜 속상하겠다."


그럼 신기하게 울음이 잦아진다. 아직 마음은 속상한 상태.


대안을 제시한다. 

"이렇게 하는 게 어때? 내일 이든이는 치과 갔다가 일찍 오잖아? 이든이 내일 만화 한 시간 동안 보게 해 줄게. 형님은 그때 학원 가서 이든이 보고 싶은 거 볼 수 있어."

"두 시간요"

"한 시간"

"세 시간요"
"한 시간"

"열 시간요" 이때 아이 얼굴에 웃음이 배시시 떠오른다. 이미 화제는 전환되었다.

"그럼.... 한 시간 오분!"

"네!" (극적 타결!)

아이 목소리는 이미 밝아졌다. 그래도 한번 더 떼를 써 본다.


"그래도 지금 보고 싶은데!"

"그럼, 형님하고 이든이하고 시간을 바꿀까? 형님은 지금부터 30분밖에 못 보는데 내일 이든이는 한 시간 오분이나 보잖아. 오늘 네가 30분 보고 내일 형님 1시간 5분 보라고 할까? 지금 형님한테 시간 바꾸자고 물어볼까?"

"아니요!"

"그럼 나가서 형님이랑 알라딘 재밌게 보자. 내일 이든이 1시간 5분 보는 거 형님한테는 비밀이야."

둘만의 비밀처럼 만들며 아이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든다.


그리고 아이는 웃으며 알라딘을 시청했다.


그리고 이 날, 독서시간을 날린 채 알라딘을 9시까지 봤다 ㅋㅋㅋㅋㅋㅋㅋ


다섯 센다, 하지 않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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