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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림 Nov 04. 2021

단골이라고 이탈리아산 트러플을 이불처럼 덮어주셨어요.

우린 그걸 불공정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사람 봐 가며 음식을 주는 곳들이 있다. 홍보 목적으로 초대한 인플루언서는 냉동이 아닌 싱싱한 게를 쪄주거나, 친한 블로거는 이탈리아산 트러플을 이불처럼 덮어주거나, 단골이면 안심의 가장 가운데 토막을 주거나. 재료로 차별하기도 하고,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조리를 더 신경 써서 하거나.


직업이 푸드라이터이고 셰프도 업장도 안면 있는 곳이 많은 나 역시 그렇게 조금 더 신경 써 주고 조금 더 좋은 걸 받은 일이 많을 것이다. 다이닝만 가도 음식이 더 나오고, 나는 빼어난 음식을 먹었는데 남들은 이상하게 망쳐 나왔다는 음식에 의아한 일도 많다. 친하니까, 잘해주니까, 잘해주길 바라니까 등등 식당 측의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바로 그 인지상정이 문제다. 


손님을 평등하게 보지 않고 다 똑같이 대하지 않게 하는 이유. 같은 값을 지불하는데 왜 누군 더 많은 가치를 받고, 누군 덜 받아야 하나? 인지상정이라는 오랜 관용구 아래 불평등이 야기됐다. 중요한 손님이나, 단골 챙겨주는 것이 훈훈하고 당당한 모습이었던 때는 지났다. 그 불평등 속에서 모두가 더 받은 사람만큼을 받기를 기대하게 했다면 그건 요즘 때엔 실상 사기다. (실제로 한 셰프는 내가 2019년 썼던 이 글을 최초로 썼을 때 하루종일 댓글을 달며 "스쳐 지나가는 손님"과 많이 팔아주는 단골 손님을 어떻게 똑같이 100%만 대접해주냐고 화를 많이 내기도 했다.)


또, 덜 받는 대다수 사람들도, 저 사람은 식당이랑 친해서 그렇게 좋은 걸 먹었고 나는 듣보잡이라서 그보다 덜한 걸 주는 게 당연한 거다, 라고 인지상정으로 이해해서도 안된다. 사기 반대편의 노예근성이다. 줘도 몰래 주게 만들어야 하고, 누구만 더 챙겨주는 모습을 들키면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끊임 없이.


공정하지 않은 것을 의심 없이 누려서도 안되고 공정하지 않은 것을 의심 없이 체념해서도 안된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진은 셰어 테이블에서 모든 손님이 하나씩만 집어 먹는 날달걀.



적어도 그 불공정의 수혜를 누리는 입장인 사람들은, 적어도 나는 그에 대해 자각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혜를 받다 보면 그게 권리인 줄 알게 되고 추악해질 수 있으니까.



브런치를 시작해볼까! 하며 꺼낸 글이 의문의 일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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