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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디 Dec 23. 2020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아만다 리플리



다른 나라들이 어떤 방법으로 교육에 성공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전 세계를 둘러봤지만, 성공한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부분은 교육비 지출이나 교육 자치 혹은 커리큘럼이 아니었다. 근본적인 차이는 심리적인 것이었다. 교육 강대국들은 엄격함을 중시한다. 이 나라 국민들 사이에는 학교의 목적에 대한 동의가 존재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복잡한 학습 자료를 모두 제 것으로 만들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교육 강대국들은 모든 아이들이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 나라들은 실패한 나라로서의 경험이 아직 기억에 생생하다. 그들은 실존주의적 위기감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학교는 교육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뒤섞여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경제가 발전하면서 미국에서 ‘엄격함’은 불필요한 ‘고생’쯤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복잡한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아도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설문 조사에서 보이는 성실성은 사소한 문제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이 덕목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성실성, 즉 책임감 있고 노력하고 조직적인 기질은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 곳곳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다. 심지어 성실성은 지능이나 출신 환경보다 개인의 수명까지도 더 정확하게 예측해 냈다. 


핀란드를 비롯해서 최고의 교육 수준을 유지하는 나라들의 교육비 지출은 필요에 근거한다. 논리적이다. 학생들의 빈곤율이 높을수록 학교는 더 많은 예산을 받는다. 톰의 고향 펜실베이니아는 그 반대로 돌아간다. 가장 가난한 학군은 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이 9000달러로 가장 부자 학군의 1만 1000달러에 비해 20퍼센트나 적었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부분 빈곤한 가정 출신의 학생이 많은 학교일수록 학생 1인당 교사 비율이 높았다. 그 반대 현상을 보이는 나라는 4개국밖에 없다. 미국, 이스라엘, 슬로베니아, 터키에서는 가장 가난한 학교들의 학생당 교사 비율이 다른 학교들보다 더 낮았다. 큰 의미를 갖는 이 차이는 엄격함과 관계가 있다. 학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나라들에서는 학교가 모든 사람에게 진지한 곳이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져 있다. 삶의 성공에 엄격함이 전제조건이라면, 그 조건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 공평함의 핵심 가치인 평등은 엄격함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다. 재정 지원과 트래킹 지연 등의 제도적 지원이 이 평등을 뒷받침해야 한다. 


핀란드어에 시수(sisu)라는 표현이 있다. 역경을 맞서는 힘을 의미하지만 그보다 더 큰 뜻이 포함돼 있는 단어다. 일종의 ‘가슴에 품은 불’ 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1940년 핀란드에 관한 기사에서 <타임>은 이렇게 설명했다. “배짱과 용기, 격렬한 열정과 끈기를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단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기했을 만한 상황에서도 계속 싸우는 능력 그리고 이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임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핀란드인의 태도와 사고방식을 이보다 더 잘 요약한 단어는 없을 것이다. 북극권의 언 땅에서 감자를 길러 내는 능력과 끈기가 바로 시수였다. 시수야말로 핀란드가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변방 국가에서 교육 강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시수를 이해하면 미국 몬타나 주보다 작은 나라가 어떻게 ‘앵그리버드’ 게임뿐 아니라 ‘노키아’. ‘마리메코’, 그리고 ‘리눅스’를 만들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시수는 핀란드판 열정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조용한 힘. 영어에는 시수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투지, 기개를 뜻하는 그릿이 그나마 가장 유사한 단어일 것이다. 


경쟁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경쟁은 있다. 선진국에서는 전체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고등학생이 자신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이 경쟁은 미미한 수준이고, 그나마 정보의 부족으로 많이 왜곡돼 있는 실정이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고 소비자가 완벽에 가까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시장주의적 교육이 존재하는 곳은 핀란드 한 곳이다. 


배움은 화폐가 되었다. 자유를 사는 화폐 말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화폐는 다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핀란드, 캐나다, 뉴질랜드와 같은 나라들은 궁극적인 천연자원을 개발해 냈다고 할 수 있다. 그 나라의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쳇바퀴 나라의 아이들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삶 전체를 희생하지 않고도 똑똑하고 공부를 잘하기 때문이다. 2012년 UN의 수주로 작성된 세계 행복도 조사에서 핀란드는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핀란드인들이 행복을 느끼는 요건은 다양했다. 양질의 교육이 더 나은 소득으로 이어지고 불어난 소득이 행복감을 증대하는 데 한몫을 한 것이 틀림없다. 


우리는 지도자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역사에서 배운다. 운도 따라야 한다는 것 또한 역사에서 배울 수 있다. 정치는 권력 만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모든 중요한 변화는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귀에서 귀로, 식탁에서 식탁으로 들불처럼 퍼져 나간 후에야 가능해지는 것이기도 하다. 핀란드, 한국, 폴란드의 이야기 역시 복잡하고, 아직 미완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 가능한지를 보여 주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현대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격한 학습으로 고도의 사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진지한 지적 문화를 학교에 정착시키는 것뿐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이것이 실체가 있고 한시적으로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이 문화를 영구히 정착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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