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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Sep 18. 2021

난자 채취부터 동결까지

드디어 난자 채취 날이 다가왔다. 전전날부터 맞아야 할 주사를 시간에 맞게 놓고, 전날 12시부터 금식하면서 기다렸다. 두근두근.


처음 난자 채취를 하다 보니 어리바리하게 간호사 선생님들이 하라는 대로 했다. 공간도 마구 나누어져 있어서 혼자서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 것 같았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수액을 연결해주셨는데 바늘 연결된 부분이 너무 아파서 팔을 부자연스럽게 구부리고 있어야 했다. 꽤 오랜 시간 누워있다가 수술실로 이동했는데, 수술 의자에 올라가니 역시 너무 긴장됐다. 어서 수면마취를 해버려서 의식을 놓고 싶었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을 때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너무 반가웠다! 피검사 결과 호르몬 수치는 그리 높지 않지만 복수가 찰 거기 때문에 신선은 안 하고 다 동결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뜨니 회복실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나면서는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재작년 폴립 제거 수술을 했을 때 마취에서 깨어나면서 배가 너무 아팠던 기억이 있어서 긴장했었는데, 다행이었다. 난자는 27개가 채취됐다고 하셨고, 먹어야 할 약들을 설명받고 밖으로 나갔다. 






배가 아파 죽겠다. 


배가 아주 빵 터져버릴 것 같이 부풀어있다. 

움직일 때마다 아래가 빠질 것 같다. 

배도 쿡쿡 쑤시고, 가끔 메슥거리기도 하고, 속이 쓰리기도 하다. 


다른 무시무시한 후기들에 비해서는 얌전한 편이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채취 첫째, 둘째 날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요양만 했다. 

배가 부풀었지만 식욕은 왕성해서 점심도 바로 먹고 저녁도 잘 챙겨 먹었다. 메슥거리고 밥을 못 먹는 경우도 많다는데 이 부분은 참 다행이다. 그렇지만 소화가 아주 잘 되는 느낌은 아니라 신경 쓰면서 지냈다. 

둘째 날 점심에 접시를 꺼내려고 찬장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앞이 캄캄해졌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놀라워하며 저혈압이나 빈혈이 있는 분들이 이런 건가 생각했다. 복수 차는 것을 방지하는 약의 부작용인 것 같았는데, 이 이후로는 똑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이른 시간에 잠이 들었다. 밤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일어나서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웠다. 토하고 싶은 강한 느낌이었는데, 토를 한 번 시작하면 계속해서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 참기로 했다. 비틀대면서 다시 침대에 눕자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다. 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아프면 안 되는데... 하면서 잠들었다. 


채취 셋째 날

월요일이라 출근을 했다. 다행히 밤에 느낀 갑작스러운 몸의 이상은 자면서 다 나았다. 남편이 차로 회사까지 데려다줘서 한결 수월하게 출근하고 일상생활을 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괜히 산책을 한다고 나섰다가 걸을 때마다 배가 아파서 곤욕이었다. 느림보처럼 천천히 걸어서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싸간 포카리를 계속 마시긴 했는데, 아무래도 너무 달고 메슥거려서 2~3리터씩은 못 먹겠다..... 내 선에서 최대한으로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아까 걸으면서 통증이 심해져서 퇴근할 때에는 도어 투 도어로 택시를 탔다. 오랜만에 타는 택시..... 길이 너무 막히는 길이고, 택시 기사님이라 운전을 험하게 하셔서 오히려 더 멀미가 날 지경..... 퇴근하고 돌아오니 아침보다 배가 더 빵빵해진 느낌이다. 누워서 흐느적거리다가 저녁 먹고 바로 잠들었다. 


채취 넷째 날

배가 아직도 남산만 하다. 

그래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어제보다는 나아 보였다. 점점 빠지겠지 뭐. 거의 7~10일 정도 걸린다고 하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점심에 병원에 문의했을 때에는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으나, 구토나 어지러움, 진짜 못 걸음 등의 중한 증상은 없으니 그냥 안 가기로 했다... 처치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수 없으니 바로 병원으로 달려갈 수는 없구만.

복수를 빼는 데 고기가 좋다고 해서 저녁에 소고기를 먹었다. 점심에는 밥을 많이 먹을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집에서 편안히 먹으니 저녁은 잘 먹었다. 그런데 너무 잘 먹었는지 너무 배가 부르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 너무 먹자마자 누워버려서 그런가! 탈이 날까 봐 조금 긴장하면서 잠들었다. 


채취 다섯째 날

복수가 아직도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아침에 재 본 몸무게는 평소보다 5~6킬로 늘어있는 상태였다. 

어느 정도가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주는 수준인지, 병원에 달려가야 하는 수준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참 어렵다. 일단 여건상 더 지켜보다가 계속 불편하면 금요일 오후에나 병원에 갈 수 있을 것 같다. 오후가 되자 뭔가 복수 차 있는 상태가 적응이 된 건지 배가 막 터질 것 같다거나 당기는 느낌은 많이 없어졌다. 이제 서서히 호전되는 걸까? 


채취 여섯째 날

아침에 재보니 몸무게도 최고치에서는 조금 내려왔고, 배가 엄청나게 불편한 느낌도 조금 덜 해졌다. 


채취 일곱째 날

어제와 마찬가지로 복수가 더 차거나 아주 힘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편안하지는 않은 상태다. 가장 고통스러운 부분은 변비에 걸린 것이다! 원래 남부럽지 않은 배변 활동에 자부심이 있는 편인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다. 이제는 배에 복수보다는 똥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채취 여덟째 날

동결 결과가 문자로 왔다. 5일 배양 3개!!! 27개를 채취했는데 고작 3개라니!!!! 정말 슬펐다....ㅠㅠ 내심 열 개 이상 동결되어서 혹시라도 이번에 실패하게 된다고 해도 채취 없이 이식만 하면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3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병원에서 남편에게는 정자 양도 좋고 질도 좋다고 했었는데, 동결이 많이 안 된 것은 결국 공난포가 많이 나왔거나 난자 질이 좋지 않아서인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흑흑... 3일 배양으로 더 개수가 많이 나온 편이 좋지 않았을까?? 동결시킬 때 하나씩은 하지 않는 것 같던데.. 3개로 몇 번을 이식할 수 있는 걸까?? 혼자 잡생각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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