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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Sep 28. 2021

동결 이식 준비

동결배아가 3개 나왔다는 안내를 받고는 우울해하면서 폭풍 검색을 했다.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많이 채취해서 많이 동결된 분들도 있고, 조금 나와서 조금 동결되어 3개도 감지덕지라는 분들도 있었고, 나처럼 많이 채취했지만 적게 나온 분들도 있었다.... 그냥 내가 엄청나게 희귀한 케이스는 아니다 라는 점은 확인하게 됐다. 3개의 내 배아들이 건강한지 아닌지 빨리 확인해보고 싶고, 다 각자 얼려져 있어서 3번 이식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첫 번째에 바로 성공하면 다 상관없는 일들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대비해놓고 싶은 마음이다. 


그 후로는 계속 생리를 기다렸다. 간호사 선생님이 채취하고 이틀 만에 시작될 수도 있다고 겁을 주셨는데 계속 안 해서 너무 궁금하고 걱정이 됐다. 중간에 추석 연휴가 있어서 신경 쓰이기도 했고... 결국은 예정일보다 이틀 빠르게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난자 채취 후 생리통이 아주 극심하다는 후기들을 많이 봐서 걱정했는데 1일 차인 지금까지는 평소보다 두통이 있고 열감이 있는 것 빼고는 크게 다른 점은 없는 듯하다. 모르지 또 이틀째부터 헬게이트가 열릴지! 아무튼 토요일에 병원에 갈 수 있는 일정이 되어서 마음이 편하다. 채취 때부터 아주 일정을 잘 맞춰주는 착한 내 난소^^


내가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임신인 것은 맞지만, 임신을 한다고 해서 기쁜 날 좋은 일만이 기다리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또 그때가 되면 지금의 괴로움은 모두 잊고 새로운 걱정거리와 어려움에 겹겹이 싸여 엉엉 울고 싶겠지. 현재 모면하고자 하는 일들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유예만 될 뿐이고. 그리고 아마 더 힘들 것이다. 생명을 키워내고 함께 산다는 것이 어디 지금처럼 멋대로 굴 수 있는 생활보다 쉬울 리가 있을까? 


그렇지만 그 이후의 어려움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 놓을 예정이다.
지금의 나는 지금의 괴로움을 달래는 데에만 해도 힘이 부치니까.


늘 이렇게 순간순간 모면하면서 사는 게 정상 아닌가?






생리 3일째에 병원에 갔다. 평소보다 생리통이 심하긴 했지만 다행히 주말이 끼어있어서 잘 쉴 수 있었다. 초음파상으로 난자를 채취한 자리에 물혹인지 피고임인지 큰 구멍 같은 것이 생겼는데, 그렇게 많이 부어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자궁 내부는 아주 깨끗해서 인공 주기로 이식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하셨다. 난자채취 후 회복이 잘 되지 않아서 몇 달 더 기다려야 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난자 채취와 동결 3개가 나온 과정을 설명해주셨지만 그다지 디테일하지는 않았다. 나도 몇 개가 수정이 되었고, 어느 과정에서 중단이 되어서 결국 3개밖에 되지 않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여쭤보지는 않았다.... 매번 진료실에서는 쫓기듯이 마음이 급한 것도 있고, 이미 결과가 나온 것을 더 여쭤봐서 뭐하겠나 싶었다. 일단 3일 배양보다는 5일 배양이 더 임신 성공률이 높다고 하셨고, 3개 중 1개는 5등급 중에서 2등급, 2개는 3등급의 건강함을 가진 배아라고 하셨다.


자궁내막을 두껍게 하는 약을 처방받았다. 매일매일 아침저녁 두 번씩 먹는 약이었다. 약을 먹기 시작한 하루, 이틀 째에는 졸음이 너무 쏟아졌다. 약과 주사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일상생활을 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봤는데, 나도 이 약이 힘든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주말 이후 출근하면서부터는 너무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허리와 배, 다리까지 조금 저릿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컨디션이 너무 뚝 떨어지는 일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지난번 과배란 주사처럼 처음에 약을 받아들일 때 몸이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나 보다. 일단 매일 2번씩이니 먹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마음이 반반인 것 같다. 되겠지! 하는 마음과 안 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비우자 라는 마음... 특히나 이번 달에는 마음대로 연차를 내지 못하는 회사 일이 있어서 선생님과 상의해서 주말로 인공적인 주기를 최대한 맞춰보자고 했다. 과연 내 맘대로 늘린 주기에 잘 착상을 해줄까 싶기도 하고.... 어차피 인공적으로 만드는 주기이니 상관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배아 등급이 착상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해서 많이 걱정은 되지 않지만, 결국 착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서.....


내가 무슨 노력을 더 하거나 하지 않거나에 달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또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평온한 몸과 마음으로 평상시처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고(참 어렵다....), 같이 사는 생명들을 돌보고(남편 포함), 충실히 먹고 자고, 깨끗하게 나와 주변을 유지하면서 잘 지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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