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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애플과 '기술'의 삼성

Marketing Lounge (01)

오랜만에 맥북을 하나 장만했다. 카페에 다니면서 편히 작업하려고 산 것인데, 2007년 처음 써보고 샀으니 근 15년만인가 싶다. 

간만에 만났지만, 예전과 큰 차이는 없었다. 하긴 2007년이면 애플이 자체 칩 대신 인텔 CPU를 쓰고, 부트캠프를 통해 윈도와 맥OS를 동시 지원한다고 나설 때였다. 당시엔 애플이 더 이상 윈도 PC 계열에 맞서지 못하고 ‘폐쇄성’을 극복하러 나섰다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시간을 다시 돌려 2023년, 지금은 애플이 다시 그들이 말하는 ‘폐쇄성’으로 복귀하는 듯하다.자체 칩인 M시리즈로 복귀해 작년 말 M1에 이어 M2를 내놓았으며, 더 이상 부트캠프를 통한 윈도지원도 없다. 즉, 애플 자체 칩, 애플 자체만의 OS 세상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게 애플에게는 그들만의 동굴로의 ‘회귀’가 될까. 몇 달 써본 생각으로는 전혀 아니지 싶다. 그보다는 애플만이 아닌 다른 이들이 맥북을 출시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폐쇄성과 개방성의 양면, 애플에 대한 짧은 생각을 펼쳐본다.           



기술 뒤에 숨은 연결, '애플'


애플은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으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예전부터 그들이 강조해오던 건 따로 있었다. 바로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이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처음 애플 기기를 만났던 2007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는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던 때로 애플 또한 ‘아이팟’을 선보였다. MP3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선 아이리버와 삼성, LG는 물론, 다양한 중소기업들에서 우수한 플레이어를 선보이던 때였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이팟은 경쟁제품 대비 고객충성도나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높았다. 물론 기기 자체의 성능도 뛰어났지만 그 사용자들을 연결하는 ‘아이튠즈’(iTunes)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PC와 MP3 플레이어와의 동기화만을 생각할 때 애플은 거기에 음악 서비스를 얹었다. '동기화'의 범주를 개인이 아니라, MP3 플레이어 사용자 전체로 확장시킨 것이다. 



어떤 회사의 제품이든 MP3 플레이어는 PC의 MP3 파일을 플레이어로 옮기는 ‘동기화’ 작업을 거친다. 각 회사마다 독특한 자체 동기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아이팟의 동기화 프로그램이 바로 ‘아이튠즈’였다. 

원래 목적과 달리, ‘아이튠즈’는 동기화만 담당하지 않았다. 그보다 시장을 넓혀 음악 재생 서비스에 나서는 한편, ‘팟캐스트’라 불리는 전용 오디오 콘텐츠의 제작 및 확산에도 기여했다. 즉, 음악 동기화를 넘어 음악을 듣는 모든 이들의 경험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음악 기반오디오 공유 플랫폼’을 선보인 것이었다. 

팟캐스트는 말할 필요도 없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정치인이나 평론가들의 비평방송을 포함해 비동기화 방식으로 다양한 오디오 콘텐츠를 제작 및 유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라디오도 되고 독서평론도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을 나눠도 되고, 가수지망생이라면 자신의 노래 파일을 녹음해 공유해도 됐다. 

음악파일만 공유하는 거라면 국내에도 ‘소리바다’가 있었다. 수많은 MP3 파일을 간편히 검색, 다운로드하는 플랫폼이었는데, 당시 불법 복제된 MP3 파일까지 돌아다니는 바람에 많은 합법성 시비가 일었다. 

주목할 점은 하드웨어, 즉 음악 소비의 마지막 단계에 있는 플레이어 제조 회사에서 음악을 기반으로 한 ‘오디오 네트워크’를 구상해냈다는 점이다. 그게 무수히 많은 MP3 플레이어 회사, 또는 네트워크에만 골몰하는 P2P 회사와 자신을 구별 짓는 ‘한방’이 된 것이다. 노트북에서도 하드웨어와 OS를 동시에 제조하던 회사답게 콘텐츠 네트워크와 그 콘텐츠를 감상하기 위한 기기를 동시 출시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진수를 선보인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기기만 만드는 무수한 하드웨어 업체와 유통만 하는 P2P 업체와는 접근방법부터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나중에는 아예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와 손잡고 ‘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나이키+)를 출시했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운동하면서 운동량을 아이팟에 디스플레이해주는 콜라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각자의 분야만 고집한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질적인 서비스를 하나로 합쳐 새로운 서비스를 ‘연결’해낸 것이다. 이 또한 애플의 연결성이 잘 보이는 부분이라 하겠다.          


 

애플 기기간의 통합과 연결성     

애플의 장점은 기기간 연결과 통합에 있다. 맥북에서 아이패드를 서브 모니터로 활용하는 모습 (사진 = 애플 홈페이지).



15년만에 만난 맥북이 선보이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 스마트폰이 성행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로 애플은 그 수많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휴대폰과 맞서 한 번도 선두권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삼성 갤럭시에도 잠시 밀려 2위로 내려앉을지언정, 언제든 글로벌 시장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는 애플 아이폰이었다. 

이는 PC시장에서 맥북이 ‘고작’ 10% 내외의 점유율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흥미롭다(단일 회사의 점유율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지만!). 보다 범용기기인 스마트폰 시장은 다르다. 국내에선 여전히 삼성이 80%대, 애플은 고작 10% 초반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삼성 22%, 애플 19%로 단 3%의 차이에 그친다(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 2023년 1월). 즉, 단일 회사로는 삼성에 가장 큰 위협이 애플이 아닐 수 없다고 하겠다. 

자체 OS를 쓰는 폐쇄적인 휴대폰 메이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또한 앞서 말한 애플의 연결성, 이번에는 애플 각 디바이스간의 연결성 때문이다. 

애플의 3대 제품이라 하면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를 들 수 있다. 삼성 또한 각 분야에서 갤럭시, 갤럭시북, 갤럭시탭 등 제품을 출시한다. 단, 이들 제품이 서로 ‘연결’이 되어있냐고 묻는다면 다소 다르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기기처럼 연결해 이용하는 애플의 통합성에는 한참 못 미치기 때문. 

아이폰에서 작업하던 걸 맥북에서도 쉽게 보고 통화기록도 알 수 있다.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다. 또한, 아이패드를 맥북에 연결해 마치 맥북의 세컨드 모니터처럼 확장해 쓸 수도 있다. 자체 클라우드인 ‘아이클라우드’를 이용하면 3개 기기 어디에서나 손쉽게 공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즉, 따로 움직이는 기기들은 하나의 ‘터미널’처럼 되고 자신만의 기기간 네트워크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윈도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최근 윈도11 들어서 PC에서도 휴대폰을 제어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연결서비스가 선보였지만, 한 회사에서 만든 제품군처럼 매끄러운 연결성을 자랑하지는 못한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는 원노트, 구글 드라이브, 마이박스 등 전용 서비스를 이용하면 애플의 연결성처럼 여러 기기에서도 한 파일을 동시에 열람해 볼 수 있다. 

단, 이는 애초부터 하나처럼 묶어진 것과 그 접근성에서 차이를 보인다. 애플처럼 아예 처음부터 한 회사에서 묶어 나온 것과 서로 다른 기기들이 ‘별도’의 서비스를 통해 연결되는 건 그 통합과 연결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인가 네트워크에 물리는 기기인가      

삼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우수한 하드웨어 메이커다. 애플의 통합 서비스에 비교할 때 그들의 기기 사업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화면은 갤럭시S23 출시에 즈음한 삼성 홈페이지.



출범 초기부터 IT 서비스는 서버-클라이언트 환경으로 작용해왔다. 즉, 서비스나 공용 애플리케이션을 서버단에 두고 이를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들이 ‘터미널’로서 접근해 이용하는 것. 

애플은 기기에 관계없이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려는 ‘통합 패키지’ 사업자에 가깝다. 이에 반해 삼성은 아주 뛰어난 제품군들을 선보이지만, 서버면 서버, 클라이언트면 클라이언트 각기 따로 출시하는 보다 정확히는 클라이언트 쪽에 중점을 둔 ‘터미널 기기’ 사업자다. 

통합과 터미널 기업 중 누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인가. 여기서 생긴 궁금증 하나. 애플이 만약 서버 서비스의 일종인 자체 아이클라우드와 연결 서비스를 범용으로 제공한다면 시장 판도가 어떻게 될까 궁금해진다. 

연결성에 대해 주로 얘기하긴 했지만, 애플은 자체 OS와 하드웨어, 클라우드 기술까지 전부 다 욕심내는 장인에 가깝다. 이는 윈도라는 주도적 플랫폼을 두고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업체들이 난립하는 윈도-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한다면 폐쇄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가지는 것이다. 




애플은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하나로 묶어 제공하려는 ‘통합 패키지’ 사업자에 가깝다. 삼성은 서버면 서버, 클라이언트면 클라이언트 각기 따로 출시하는 ‘터미널 기기’ 사업자다. 통합과 터미널 기업 중 누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것인가




이미 인텔칩과 부트캠프 등으로 애플은 충분히 윈도진영에도 자사 솔루션을 개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나아가 쉽지는 않겠지만 자사 클라우드와 OS에 대한 접근도까지 높인다면 기존 ‘터미널’에 해당하는 하드웨어 업체들도 크게 당혹할만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가능성은 적으리라 본다. 애플 입장에서 굳이 그렇게 개방하는 것이 10% 내외의 마니아 집단에게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하며 끌고 가는 것에 비해 큰 수익을 장담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더 쉬운 방법으로 ‘개방’을 행할 가능성도 높다. 과거, ‘아이튠즈’는 꼭 아이팟 사용자만 사용하는 게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배경 기술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OS, 플랫폼 사용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범용 ‘연결’ 플랫폼이 나와 준다면 판도는 급격히 애플로 기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갤럭시나 안드로이드 진영이 범용 서비스를 출시한다면 애플의 ‘10%’ 또한 큰 위기에 처할지 모른다. 사실 하드웨어의 진보는 양 진영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에서 삼성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화단계를 넘어 진입장벽이 그리 높지도 않다. 최근 폴더와 플립, 롤러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움직이는 태블릿과 전화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는 큰 차이 없다. 즉, 스마트폰이 가져온 ‘모빌리티 PC’의 개혁은 잠시 쉬어가고 있다.  

이제 새로운 서비스, 애플이 만들어낼 또 다른 네트워크와 삼성이 선보일 기기의 혁명이 다시 맞설 때다. 아니면 제3자가 그 패권을 가져갈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성행한 지 근 10년 이상. IT 업계에서 10년이란 꽤 긴 시간이다. 

앞으로의 2~3년이 꽤 흥미로워 보이는 이유다. 아마도 그 주도권은 새로운 ‘통합 패러다임’을 출시하는 자의 것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애플 PC제품군의 사진. 애플은 기기간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그들의 차세대 기기, 혹은 서비스는 무엇이 될 것인가.  (사진 = 애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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