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뜨는 마케팅 - 짐빔 하이볼 (1) CF
캠페인 요약
‘역대 최고의 스펙에 비해 가장 가진 것 없는 세대’로 일컬어지는 2030 MZ세대를 대상으로, 엔트리 위스키격인 짐빔 하이볼을 MZ만의 정서 키워드를 통해 전달해 정서적 유대 강화
돈도 없다. 여유도 없다. 친구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다. 낭만도 없으며, 뭘 즐길만한 여유 따위도 전혀 없다. 심지어 부모님마저 여행가서 난 혼자다.
그래도 괜찮다. 남들이 보기엔 직업도, 미래도, 비전도, 옆에 말붙일 만한 사람도 없어 보일 테지만, 그래도 나는 꽤 괜찮게 살아간다. 나는 나, 다른 것들이 나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니까.
MZ세대를 타깃으로, 그들만의 독특한 ‘텅빈 호주머니’와 ‘그래도 괜찮아’ 하는 시크한 정서를 제대로 공략해 정서적 유대를 높인 짐빔 하이볼 광고캠페인을 소개한다.
원래 하이볼은 19세기, 영국 귀족들이 위스키에 탄산수를 타서 마셨던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일본에서 샐러리맨들이 위스키를 통째로 마시자니 가격도 그렇고 알코올 도수도 부담이 돼 대중적인 방법으로 많이 이용됐다고.
일본에서 하이볼로 가장 유명한 회사는 아무래도 산토리. 그 산토리가 지난 2014년, 오늘 소개하는 짐빔을 인수해, 현재는 짐빔과 산토리 모두 ‘산토리홀딩스’의 산하 브랜드로 활발한 글로벌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짐빔 하이볼 광고캠페인에서 유심히 본 것은 소구하는 메시지의 대상과 소구방법이었다. 이번 광고의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2030 MZ세대. 40대만 되어도 소주와 맥주 위주로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아무래도 2030층에 조금 더 특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고급 주종에 속하는 위스키 칵테일인 ‘하이볼’을 광고하는 이유는 미래 위스키의 소비자가 될 이들에게 ‘짐빔’을 초기단계부터 입도선매하는 것과 하이볼 그 자체의 매출을 일으키려는 것 등 2가지다. 흔히, 명품 브랜드에선 사회 초년병을 대상으로 의류나 가방 등 본격적인 명품 라인업 구매 전에, 자동차 열쇠고리나 지갑 등 엔트리 모델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것부터 시작한다. 차츰차츰 부담 없는 선에서부터 자사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시작해 점차 자사의 고급 라인까지 쓰게 만드는 장기적 관점의 마케팅인 것이다.
<짐빔 하이볼> 광고가 MZ를 대상으로 한 것은 모델과 스토리 구성 모두 그렇다.
짐빔은 예전부터 3040에게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왔는데,
이번 편에서는 장원영과 박정민을 기용해 2030까지 대상층을 더 넓혔다.
<짐빔 하이볼>의 광고가 MZ를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모델과 스토리 구성 모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짐빔은 예전부터 김채원과 엄정화, 최우식 등 3040에게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해왔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대상을 조금 더 낮춰 아이돌 장원영과 배우 박정민을 기용해 2030까지 대상층을 더 넓혔다.
스토리야말로 이번 캠페인이 MZ 대상 커머셜(영상 CF를 가리키는 commercial film을 줄여 부르는 말)임을 짐작하게 하는 요소다. 이미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처럼, 지금의 MZ세대는 ‘단군 이래 스펙은 가장 좋지만 가진 건 가장 없는 세대’다.
부모의 관심으로 스펙은 높였다. 그러나, 그간 투자한 것에 비해 ‘합당한’ 돈을 받을만한 직장의 수요는 절대 부족하다. 기존 세대와 달리, 해외 경험이나 전문지식의 습득에 있어서도 절대 뒤지지 않지만, 대신 혼자 어떤 것을 해결하거나 앞의 세대들처럼 ‘맨땅에 헤딩하기’ 식의 업무 태도나 문화에는 거부감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스펙의 풍요와 현실의 빈곤’이 그대로 커머셜 내에 드러난다. 현실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도 ‘무한긍정’하는 장원영 대비, 실제 삶을 살아가는 박정민의 현실은 알바에 치이고, 여친에게 차이거나, 부모는 여행가거나, 같이 함께 할 친구나 여유도 전혀 없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기엔 참 팍팍하기 그지없는 삶이다. 사람이 좀 숨통 트일 여지가 있어야지 어떻게 저렇게 ‘아무 것도 없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정작 주인공은 괜찮다고 한다. 그 한마디 말로, 주인공은 기성세대가 만든 ‘스펙과 일자리, 그에 맞는 사회적 진출과 사다리’라는 프레임을 가볍게 벗어난다. 그냥 그들은 존재하는 것이다. 처음 태어날 때처럼 지금도 또한 앞으로도 주욱, ‘나 자신’인 상태로.
그럼 짐빔은 거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장원영처럼 현실에 대한 무한긍정을 하거나, 또는 박정민처럼 현실이 마냥 우울하고 어지러워도 그 어떤 MZ의 변화무쌍한 현실에 항상 함께 하는 동반자-.
맞다. 이번 광고캠페인의 목적은 짐빔 하이볼이 타깃 소비자층인 MZ세대가 어떤 환경에 있든, 그것이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그 길을 같이 하는 ‘동반자’란 이미지를 은연중 전파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이는 사실, MZ를 비롯해 역대 유스를 타깃으로 한 광고들이 고루 취해왔던 포지셔닝 전략이다. 바로 타깃층과의 정서적 유대(emotional bonding)을 통한 소비자 삶과 제품의 브랜드 지향점과의 일치, 모든 마케터들이 바라는 제품과 소비자의 일치가 그것이다.
제품과 소비자의 삶이 일치돼 있다는 말은 ‘제품이 소비자의 삶의 일부’가 된다는 말이다. 그 말은 일반 제품이야 언제든 내가 ‘필요’에 의해 사거나 버릴 수 있지만, ‘일부’가 된 제품은 필요가 아니라 내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내가 그 제품을 사용하거나 주변에 두는 삶의 일부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들에 그냥 피어 있을 때는 ‘하나의 잡초’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가 인식하고 난 다음엔 ‘꽃’이 되는 것처럼.
제품이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한두 번의 변화로 소비자는 쉽게 그 제품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 상태에선 아무런 관계가 없었을 그 둘이 마치 자신의 그 제품의 자발적인 ‘홍보대사’가 된 것처럼 앞장서서 그 제품을 광고하고 또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키 조던’ 시리즈의 광팬이 항상 나이키만을 고집하거나, ‘레고’ 팬이 커서도 레고를 즐기는 것은 물론 자신의 2세들에게도 레고를 권하는 걸 들 수 있다. 다른 스포츠용품이나 블록놀이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런 ‘제품과 소비자 삶의 일치’는 마케터라면 누구나 바라는 경지지만, 그게 그렇게 싶게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는 제품에 대한 ‘선호도’ 증대를 통해 얻어지는데, 그러려면 우선 인지도부터 함께 올려야 한다. 즉, 어떤 제품을 좋아하려면 그 제품이 뭔지, 그게 내 삶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부터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을 파는 ‘제품 마케팅’(product marketing)도 필요하지만, 제품의 가치와 소비자 삶의 유대를 설명하는 ‘브랜드 마케팅’(brand marketing) 또한 고려해야 할 이유다.
한편, 이렇게 만들어진 커머셜은 흔히 OOH나 이벤트, 팝업스토어, 디지털 마케팅 등을 통해 그 효과가 더욱 배가가 되기 마련이다. 이렇게 커머셜을 통해 확보한 메시징을 다양한 마케팅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는 것을 ‘통합마케팅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이라고 한다.
짐빔 또한 SNS 채널, 스포츠, 뮤직 등의 카테고리를 통해 훌륭한 IMC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번 호에서 타게팅과 메시지를 살펴본 데 이어, 다음 호에서는 이런 IMC 마케팅 활동 등을 함께 살펴본다. 이를 통해, 마케팅 실전에서 활용되는 IMC 캠페인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고, 자신의 비즈니스에 응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