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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셀럽작가 Sep 16. 2020

오늘 제 시간의 이자는 얼마인가요?

시간을 아껴쓴 만큼 이자가 나왔으면

3일째 내리 아이들을 재우며 기절 중이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글쓰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몸이 영 피곤한지 자꾸만 잠이 든다. 보통 아이들이 잠드는 시간은 9시 30분. 아이들이 책이라도 한 권 더 읽을라치면 10시가 되기 일쑤다. 아이들이 늦어도 9시에는 잠이 들어야 아침에 수월하게 일어나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9시에서 1분, 10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다음 날 아이들이 늦게 일어나게 되면 벌어지는 연쇄현상들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평소보다 20여분 늦게 일어난다-아침밥 먹는 시간이 늦어진다-엄마는 조바심이 난다-결국 아이들에게 가장 하기 싫은 말 "빨리, 빨리"를 외치게 된다. 그럴때면 나는 시간의 이자를 떠올리게 된다. 평소 아껴쓴 시간에 대한 이자를 준다면 바쁠 때 이자를 찾아 보태어 쓸 수 있을텐데.


전 날, 분명히 나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허투루 쓴 시간이 없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다시 잠이 드는 순간까지 집과 직장에서 나의 할 일을 하며 시간을 아껴썼다. 돈을 아껴서 은행에 저축을 하면 단 1원이라도 이자가 붙는다. 그런데 이 시간이라는 것은 아껴쓰면 쓸수록 이자는 커녕 더욱 빚지는 기분이다. 


직장에서 보통 2시간에 걸쳐 할 일을 1시간여에 걸쳐 해내고 나면 예상치 못한 일이 그 나머지 시간을 잡아먹기도 한다. 그 예상치 못한 일은 거절하면 되지 않느냐고? 안타깝게도 예상치 못한 일은 대부분 거절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나에게 빈 시간이 생긴 걸 어떻게 알고 일이 나를 찾아왔나 신기할 정도다. 



때로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자꾸 일이 생긴다고 생각해서 일이 생기나? 내가 막 일을 끌어당기고 있는거 아니야? 자기계발서에서 보았던 '끌어당김의 법칙'을 여기에 적용하게 될 줄이야. 그래서 '나는 여유롭다'를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더니 이제는 해야할 일을 잊은 채 여유를 부리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되었다. 맙소사. 정말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가보다. 


아침에 출근하며 여유로움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워킹맘으로서 '출근'과 '여유로움'은 양립할 수 없는 단어인 것일까? 다시 한 번 차근차근 나의 하루를 복기해본다. 이자가 담긴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려줄 듯 말 듯 시간이 나를 그야말로 시험하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시간의 연결 고리마다 찬찬히 들여다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워킹맘의 하루 시작은 매일의 아침이 아닌 퇴근 후 저녁부터다. 아침이 여유로웠던 날은 늘 전 날 아이들이 일찍 잠들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난 날이었다. 아이들이 적어도 9시에 잠들려면? 아이들은 자신의 가방챙기기와 다음 날 입을 옷 정리, 약간의 공부 등 자신의 할 일을 일찍 마쳐야 한다. 그러려면, 그에 앞선 저녁 식사도 일찍 해야한다. 


저녁 식사를 다소 일찍하려면 나의 정시 퇴근이 담보다. 정시 퇴근을 하는 순간부터 나의 저녁과 다음 날 아침은 여유로울 수 있는 거구나. 생각이 정리되었다. 최근 퇴근이 늦는 날이 많았다. 일의 양과 상관없이 퇴근은 늘 정시에 하는 것을 나만의 원칙으로 삼아야겠다. 


정시 퇴근을 하는 날이면 늦은 퇴근이 아니다보니 운전을 여유롭게 하게 된다. 출발 전 좋아하는 음악을 틀 여유도 부려본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시간이 이자였구나! 퇴근 시간 집으로 향하는 내 마음에 한 줄기 바람같은 노래를 음미해 볼 여유. 이 선물같은 시간을 잘 누려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음 시간도 알차게 써야 겠다. 시간에 허덕이지 않는 나와 워킹맘으로서 내가 보낼 날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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