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습관 들이기
블루베리, 사과, 요구르트, 견과류 먹기.
미국살이 5년 차에 향수병이 스을쩍 고개를 내밀었다. 안 그래도 동양인 없는 곳에 살고 있었어서 한국 음식점이 30분 거리에 있었던 때였다. 물론 30분 거리에서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귀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병은 불쑥 찾아왔다.
결국 미국 이쁜 점을 찾아보자, 여기서 할 수 있는 장점을 찾자 하다가 발견한 것이 블루베리랑 사과, 견과류가 한국보다 싸다는 것. 일단 깔 필요 없는 착한 블루베리 한 주먹씩 먹으면서 마음을 달래 보자 하며 시작. 그렇게 의식적으로 매일 블루베리를 챙겨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블루베리가 익숙해져 뭔가 지겨워 지려 할 때쯤 요구르트에 블루베리랑 견과류를 모조리 빠뜨려 먹기 시작. 아침에 배가 고파서 추가로 사과도 한 조각씩 먹기 시작했다. 단순한 나. 챙겨 먹는 것들이 늘어나니 마음이 자연스레 바빠져 스리슬쩍 향수병이 잊혀갔다.
최소한 이건 지켜보자 하는 그런 사소한 일이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지키기는 또 아주 별스럽게 힘든 나만의 약속이었다. 계획이 약속이 대수롭지 않아야 지킬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에 지금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일이 블루베리, 사과 먹기였던 것이다. 결과는 성공. 혼신의 힘을 다해 3개월 습관이 됐고 1년째 생활해나가고 있다.
작고 사소한 일도 습관을 못 들이면 더 험한 모든 일을 어찌할까 싶어 시작한 사소한 습관 들이기. 나름 스스로 뿌듯한 일과 중 하나가 되었다.
삶의 환경이 사람의 성향을 바꿀 수 있음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원래 이런 꾸준한 일은 적성에 안 맞는 나였는데 블루베리 1년 성공을 했다. 장거리에 강한 심과 함께하는 미국 생활은 내 성향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다. 생활환경을 통째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찔한 도전이지만 긴 인생에서 한두 번쯤의 짜릿한 자극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 자극 속에서 피어난 건강한 습관에 감사하며 오늘도 심플한 미국에서의 하루 마무리.
퐁퐁퐁 샘솟는 일상 생각 꾸러미 by saai
illustration by Aiden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