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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화 Jan 06. 2022

나 소설가 맞아?

세 번째 소설집을 내고 

어려서부터 나는 책 읽고 글쓰기를 좋아했다. 

섬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그냥 섬이 아니라 지도에도 없던,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섬이었다. 섬 이름이 증도(甑島)다. 태평염전, 소금, 보물섬, 금연의 섬, 짱뚱어다리로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버렸지만 오래 전엔 정말 지도상에서 찾을 수 없는 외딴섬이었다. 


내가 맏딸이고 어머니 몸이 불편하셨다. 

여덟 살때부터 밥짓기와 빨래 같은 집안일은 물론이고 농사까지 거들어야 했다. 눈치가 보여서 책을 들고 뒷간에서 쭈그리고 앉아 몰래 읽었다. 발밑에서 똥냄새가 올라오고 쪼그려앉은 다리가 저려왔지만 한 시간은 거뜬히 앉아있었다.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밖에서 어머니의 악 쓰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 가시나는 뒷간에서 똥을  집어먹는다냐?' 어머니 잔소리를 피해 외양간 옆 여물간에 숨어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잠든 적도 있다. 한밤중에 눈을 떠보니 짚풀더미에 파묻혀 잠이 들었고 식구들은 나를 찾지도 않고 곤히 자고 있었다.


이후, 섬을 나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일찍 결혼했다.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도 문학을 포기하지 못했다. 뒤늦게나마 문예창작과에 지원했고 소설을 써서 출간했다. 이번에 세 권째 출간이다. 두 권째까지는 신이 나서 주변 사람들을 모아 출판 축하자리도 만들었지만, 코로나가 수그러들지 않아 세 권째는 조용히 보냈다. 출판사에서 온 책박스가 베란다 한 구석에 쌓여있다. 두어 박스 헐어서 지인과 주변에 나눴고 나머지는 그대로 쌓여있다. 신문사 몇 곳에 책 소개를 부탁하는 보도자료를 보냈으나 한 곳도 기사를 내주지 않았다. 그럴 거라 예상했기에 서운함은 없다. 책을 세 권째 내고는 살짝 의기소침해지긴 했다. 


그렇다고 내 유일한 즐거움인 글쓰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베란다에 쌓인 책 박스를 볼 때마다 솔직히 우울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매일 출근해서 발바닥이 부르트게 다니다가 '나 소설가 맞아?'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어떤 이는 몇 년 직장 다녀서 돈을 모아 영화 한 편씩 만든다고 들었다. 영화 한 편이면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아야 하겠는가. 다행인 것은 소설집 한 권 내는데는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글쓰기는 무척 가성비 좋은 취미활동이다.


오늘부터는 여기에 글을 적을까 한다. 

다소 생소한 느낌이고 살짝 설렌다. 느낌이 닮은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한다면 그걸로 좋다. 세 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글쓰기가 결국엔 자기위안임을 확인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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