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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Jun 01. 2021

자주 봐도 질리지 않는 그곳

<한림 공원 &큰녹고뫼&족은노고뫼>

제주 한림공원
<한림공원 산책 길>
<한림공원 수국 군락 /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지집아이의 엄마가 찍은 수국>


곳곳에 '선물'이 숨어 있는 곳.


엄마는 한림공원을 그렇게 부른다. 숲길 같은 곳을 걷다 보면 드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또 그곳을 걷다 보면 다양한 분재가 나오고, 또다시 걷다 보면 익살스러운 돌하르방이 줄지어 환영하는 곳. 수많은 꽃과 나무, 다양한 파충류까지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한림공원이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12월 빨간 동백꽃을 보며 감탄했고, 3월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감동했다. 그리고 5월의 끝자락, 이제 막 기지개를 켠 수국은 엄마를 사진사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찰칵', '찰칵' 한참을 그렇게 사진만 찍으며 수국 앞을 떠날 줄 모르는 엄마. 가까이 다가가니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수국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이고, 예뻐라. 역시 사람이나 꽃이나 막 필 때가 가장 싱그럽구나."


엄마는 언제부턴가 꽃을 꽃으로만 보지 않았다. 꽃이 필 때는 젊은 시절의 자신을, 꽃이 질 때는 나이 든 지금의 자신을 떠올리며 항상 씁쓸해했으니. 이런 엄마를 보며 난 깨달았다. 엄마들이 툭하면 꽃 사진을 찍는 이유를... 싱그럽던 그 시절의 자신이, 그때의 그 젊음이 그리운 것이리라. 그렇게 엄마가 꽃을 찍는 사이, 나는 꽃을 찍는 엄마를 사진에 또, 두 눈에 가득 담았다.


엄마의 인생에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일 테니.



큰녹고뫼 & 족은녹고뫼 & 궷물오름
<족은녹고뫼 주차장에서 큰녹고뫼로 가는 길>
<큰녹고뫼, 족은녹고뫼 팻말>
<큰녹고뫼로 가는 길 /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하루를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쉬고, 또 걷고 싶다면 여기!


그럴 때가 있다. 관광지는 가기 싫고, 멀리 가기도 싫지만, 좋은 공기 마시며 운동은 하고 싶을 때. 그럴 때마다 엄마와 나는 늘 이곳을 찾는다. 동네 뒷산처럼 친근한 곳, 세 오름이 옹기종기 모여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곳. 그곳이 큰노고뫼, 족은녹고뫼 그리고 궷물오름이다. 이곳을 가는 방법은 2가지.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방법과 족은녹고뫼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방법. 초행이고 큰 도로를 지나 편하게 주차하고 싶다면 첫 번째 방법을, 비포장 도로를 달려 공터에 주차해도 된다면, 또 등산이 아닌 가벼운 산책이 주목적이라면 두 번째 방법을 추천한다. 확실한 건, 둘 중 더 좋은 곳은 없다는 것.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좋으니 말이다.


<큰녹고뫼로 가는 길에 만난 친구>
<지천에 널려 있는 녹고뫼 산딸기>


다양한 벌레 친구를 만날 수 있고, 맑은 새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으며, 푸르름과 숲의 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이제 막 여문 시큼한 산딸기는 이곳을 찾은 엄마와 나의 행복에 무게를 더했다. 거름 한 번 준 적 없고, 물 한 번 뿌려준 적 없건만 모든 걸 내어주는 자연. 그게 그리 고마웠던 걸까? 엄마는 갑자기 멈춰 서서, 숲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고마워! 오늘도 행복하게 해 줘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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