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곶자왈>
화순곶자왈
"엄마! 빨리 와. 이렇게 걸어서 운동이 되겠어?"
곶자왈만 가면 나는 늘 이렇게 엄마를 재촉한다. 더위가 성큼 다가온 6월 초, 화순곶자왈을 찾은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이유는 하나. 높이 타고 올라가 나무 몸에 박혀 괴롭히는 '덩굴줄기' 때문. 누군가는 순리대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라며 놔두라고도 하지만, 엄마는 그 꼴을 보지 못했다.
"네가 나무면 아프지 않겠니? 말도 못 하는데 얼마나 괴롭겠어!"
내가 불만을 쏟아낼 때마다 엄마는 늘 이렇게 나무를 사람에 비유했다. 문제는 그런 나무가 너무나도 많다는 것. 그러니 한 걸음 걷다 멈추고, 또 한 걸음 걷다 멈출 수밖에. 엄마는 나무에 매달린 덩굴줄기를 떼어내느라 제대로 걷질 못했고, 나는 그런 엄마를 바라보며 솟구치는 짜증을 큰 소리로 쏟아냈다.
"아, 몰라! 엄마 마음대로 해. 나 먼저 올라갈 거야."
그렇게 씩씩거리며 분노를 땀으로 쏟아내자, 솟구쳤던 짜증은 또 다른 짜증으로 되돌아왔다. '엄마가 길을 잃으면 어쩌지?', '혼자 오다 넘어지면 안 되는데.' 결국, 나는 두 번째 짜증을 해결하기 위해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내가 다시는 엄마랑 곶자왈을 오나 봐라.'라고 구시렁거리며. 얼마나 걸었을까. 저 멀리 엄마가 보이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점점 크게 들려오는 엄마의 노랫소리에 주저앉아 웃고 말았다.
"나를 버리고 가신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부부싸움이 아니라 모녀 싸움이 칼로 물 베기 아닐까? 언제 다퉜냐는 듯 엄마와 난 웃으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시원한 바람, 눈부시게 푸르른 숲, 그 위로 보이는 바다와 구름모자를 쓴 산방산까지.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 순간, 사소한 일로 짜증을 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자연을 위해 걸음을 멈추었던 엄마에게도 미안해졌다. 나는 그 진심을, 그 마음을 담아 엄마에게 조용히 무심한 듯 툭 내뱉었다.
"내려갈 땐 기다려줄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