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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Jul 21. 2021

삶의 쉼표가 되어주는 곳

<제주도 카페>

제주기와
제주기와에서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카페, 제주기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발길이 머무는 곳.


엄마와 나에겐 그런 곳이 있다. 유일한 취미이자, 공통된 취미. 그건 바로 카페 가서 커피 마시기다. 누군가는 '그게 무슨 취미야.'라고 할 수 있지만, 커피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좋아하는 우리 두 사람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도, 때론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카페를 찾는다.


재밌는 건, 엄마와 내가 카페를 선택함에 있어서 나름 기준이 있다는 것.


첫 번째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가이다. 그 기준에 아주 적합한 장소가 애월읍 광령리에 있는 <제주기와>다. 넓은 정원, 기와로 운치를 더한 카페, 그것만으로도 넋을 잃게 만드는 곳. 그래서 엄마와 나는 이곳을 자주 찾는다. 느긋함을 즐기고 싶을 때, 시간을 느리게 흘려보내고 싶을 때.


슬로보트 & 유동커피
카페, 슬로보트
유동커피 <가게 內 & 커피>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카페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곳 아니겠는가.


그래서 두 번째 기준은 맛있는 커피다. 산미가 거의 없고, 고소함이 느껴지는 커피. 향이 좋고, 뒷맛이 깔끔한 커피. 진하고 양이 많은 커피. 엄마와 나는 그런 커피를 좋아한다. 음식에 대한 취향이 다르 듯, 이 또한 아주 개인적인 취향일 터. 그런 의미에서 엄마와 나는 동네 카페로는 슬로보트를, 서귀포를 갈 땐 꼭 유동커피를 찾는다.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을 때, 울적한 기분을 커피로 달래고 싶을 때.


푸르곤 & 카이로스
카페, 푸르곤
푸르곤 커피 <간식은 다른 빵집 제품>
카페, 카이로스 <모델 : 지집아이의 엄마>
카페, 카이로스 <돌체 디저트 세트>


취미 생활도 막는 끔찍한 코로나19.


그래서 요즘, 엄마와 난 바닷가 근처에 있는 카페는 아예 가지 못한다. 여름휴가를 위해 제주도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 때문. 대체 어떻게 알고 왔을까? 싶을 정도로 도민들만 찾는 식당과 카페까지 관광객이 넘쳐난다. 그들을 피해 엄마와 내가 가는 곳이 바로 납읍리에 있는 푸르곤과 항몽유적지 근처, 카이로스다. 마을 안에 있어 그나마 관광객이 덜 오는 곳이랄까? 그래서 1년 전부터 생긴, 세 번째 기준은 관광객이 덜 오는 카페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우리끼리만 알기로 하자. 여기까지 유명해지면 엄마와 나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


제주숨옹기 담화헌
제주숨옹기 담화헌
제주숨옹기 담화헌 <옹기 제작실>
제주숨옹기 담화헌 <카페 내부>


제주옹기도 보고 옹기 잔에 담긴 커피도 마시고.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갤러리 카페인 제주숨옹기 담화헌을 추천한다. 제주 전통 항아리이자, 그릇인 옹기도 볼 수 있고, 구매도 할 수도 있으니. 그뿐인가? 옹기 잔에 담긴 커피를 언제 또 마셔보겠나! 가끔 이곳에 오면 난, 처음 방문했을 때 순수했던 엄마의 표정이 떠오른다. 처음 마주한 세계에 놀란 듯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했던 그 표정을. 제주 시내와 가까워 자주 찾진 못하지만, 종종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이곳을 찾는다. 언젠가는 옹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날도 오겠지? 하면서. 


가끔 누군가는 '커피 값도 만만치 않던데, 그렇게 자주 카페 가는 이유가 뭐야?'라고 묻는다. 

물론 싼 건 아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적게는 3000~4000원, 많게는 6000~7000원도 하니까. 그럼에도 엄마와 나는 카페에 간다. 그 이유는 커피만 마시지 않기 때문. 그곳에서 가꿔놓은 정원을 보고, 그곳에서 사다 놓은 편한 의자에 앉아, 그곳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집과는 다른 분위기에서 힐링을 하는 느낌이랄까?


이것이 엄마가, 또 내가 카페에 가는 이유다. 삶에 쉼표가 되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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