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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집아이 Oct 08. 2021

'글태기'를 느낀 작가의 선택

<1. 글쓰기 파업>

< 사진 출처 : 한국투데이 >


  두 달 전,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일거리가 갑자기 몰려들었다. 프리랜서 작가, 그것도 제주도민이 된 나에겐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를 좋은 기회였다. 아주 잠깐, '다 해낼 수 있을까?' 망설였지만,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무작정 '못 먹어도 고!'를 외치며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그리고 한 달 후...


"일이 많으면 좋은 거 아냐?"

"이 시국에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어느새 난, 일 많다고 징징대는 철없는 작가가 되어있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맡았다고 하루 24시간을 26시간, 28시간으로 늘릴 순 없지 않은가. 밥을 포기하고, 잠을 포기하며 '글'만 쓰다 보니 활활 타올랐던 의욕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무 의미 없이 손가락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빈칸 채우기라도 하듯...


"하... 숨 막혀."

"내가 왜 한다고 했지?"

"이렇게 살려고 제주도로 온 게 아닌데."


  대책 없이 'OK'를 날린 내 선택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책을 하다 머리를 쥐어뜯기도 했고, 아무 잘못 없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며 상처를 주기도 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꾸역꾸역 '두 달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니, 바람에 날아갈 듯 가벼웠던 통장은 아주 조금 묵직해졌고, 더러웠던 성질머리도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듯했다. 딱 하나만 빼고...


그건 바로 '글쓰기'.

처음엔 '잠시', '잠깐'일 거라 생각했지만,

나의 *글태기는 시간이 흘러도 나아지질 않았다.


  누군가 그랬다. '글 써서 먹고 사니 얼마나 행복하냐'고. '글 써서 먹고사는 것이 꿈'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한다. 이 말은 '회사 다녀서 먹고 사니 얼마나 행복하겠냐.', '월급 받아먹고사는 것이 꿈'이란 말과 같다는 걸. 모두 알지 않은가.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는 걸 말이다. 그건 '작가'도 마찬가지. 설마, 아직도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는 아침, 깨끗하게 정돈된 서재에 앉아 멀끔한 차림으로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가? 훗... 미안하지만, 그건 드라마에나 나오는 '이상적인' 작가의 모습이다. 글 쓸 시간은 늘 부족하고, 마감은 목을 조여오는데 우아할 시간이 어디 있겠나.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언제 씻었는지 모를 몰골을 한 채 자료와 쓰레기로 뒤덮인 지저분한 책상에 앉아 푸석푸석한 얼굴로 글을 쓰는 사람, 그게 바로 일반적인 작가의 모습이다. 밤새거나 굶지만 않아도 '땡큐'라 외치는 사람들이랄까? 물론, '모두'란 말은 못 한다. 할 일 다 하면서도 일까지 잘하는 작가가 분명 어딘가엔 있을 테니.


하지만, 안타깝게도 난,

'어딘가에 있을' 그 작가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능이 아닌 노력으로 14년을 버텨왔고, 알게 모르게 턱 끝까지 차오른 그 한계가 두 달의 사건으로 '펑'하니 터져버린 것은 아닐까?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나의 '글쓰기 파업'은 그렇게 계속 이어졌다. 불안과 걱정, 두려움을 안고...




* 글태기 : 권태기와 글쓰기의 합성어로 '글쓰기 싫은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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