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과 얼마나 친숙한가, 나는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는 글쓰기 교수로 주로 공학계열 저학년을 대상으로 소통을 위한 글쓰기를 가르친다. 자율선택이 아닌 필수 교양과목이다 보니 학생들의 수업 태도가 좋지만은 않다.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서 수업을 듣다 보니 교수자와 학생 모두에게 좋은 환경은 아니다. 새 학기가 되면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생각에 설렘이 컸는데 이제는 걱정부터 앞선다.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수업을 만들어 갈 수는 없을까?”
“글쓰기에 별 관심이 없는 공대 학생들에게 더 재미있고 덜 지루하게 수업할 수는 없을까?”
대부분의 대학에는 교양과목으로 글쓰기가 있으며, 대학 글쓰기 교육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환경은 문어로서의 글쓰기 환경보다는 SNS나 웹상에서의 구어적 글쓰기 환경에 훨씬 익숙한 편이다. 지식과 정보를 얻을 때도 책이나 신문 등과 같은 전통적인 수단보다는 유튜브 같은 영상이나 구어가 결합된 매체로 대체됨에 따라 정보를 얻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우리는 틈만 나면 영상을 본다. 이는 글 읽을 기회가 줄어들어 어휘력을 떨어뜨린다. 떨어진 어휘력은 낮은 문해력으로 연결된다. 그 결과, 책에 담겨 있는 지식을 읽어 내거나 책에서 얻은 지식과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아이들의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문해력이 낮아 소통의 어려움이 점점 커지는 사회분위기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글쓰기 교수법을 고민하면서 글쓰기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중 헬스장에서 트레이너가 PT를 진행하듯 글쓰기 코치를 하는 김선영의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를 재미있게 읽었다. 학생들에게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 훈련을 하기 전에 자신의 상태부터 진단해 보는 신체검사, 즉 '글쓰기 나이를 측정'해 보게 한다. 나 자신이 글과 얼마나 친숙한지,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지 가늠해 보는 것이다. *주의사항: 정답은 1단계와 2단계를 풀어본 후, 맨 마지막에서 확인할 것!
글쓰기 나이 = (맞춤법 레벨 + 단어 탄력성) ✕ (독서 근육량 + 1) ÷ 10
★ 올바른 표기를 골라보세요.
글밥: 오늘은 맞춤법 테스트를 하는 날입니다. 자신 있죠?
PT회원: 그럼요~ 그런데 선생님! 시작하기 전에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됄까요 / 될까요?
글밥: 네, 다녀와서 뵈요 / 봬요.
10분 후
PT회원: 대박! 방금 희한 / 희안한 일이 있었어요.
글밥: 네? 무슨 일이요?
PT회원: 화장실로 가는데 웬지 / 왠지 느낌이 싸한 거예요. 뒤를 돌아봤더니 작년에 양다리를 걸쳐서 헤어진 전 남자 친구가 떡하니 서 있는 거예요 / 거에요.
글밥: 어머, 그래서 어떻게 / 어떡해 했어요?
PT회원: 어쩌긴요! 왠만하면 / 웬만하면 모르는 척하려고 했는데 “오랫만 / 오랜만이네!”하면서 저를 부르더라고요. 어이 / 어의가 없어서.
글밥: 참 뻔뻔하네요. 모른 척 지나가는 게 서로 낳을 / 나을 텐데. 자 그건 그렇고, 이제 맞춤법 테스트를….
PT회원: 아 맞다! 집에서 나올 때 문을 잠궜 /잠갔나? 기억이 안 나네. 제가 이렇게 깜박깜박한다니까요. 저 금방 집에 좀 다녀올게요 / 께요!
글밥: !!!
→ 나의 맞춤법 레벨? : 0~2개: 레벨1 / 3~5개: 레벨2 / 6~8개: 레벨3 /9~10개: 레벨4 / 11~12개: 레벨5
1. 다음 단어와 뜻이 비슷한 단어를 각각 나열해 보세요. (개당 1점, 최대 3점)
예) 후회= 회한, 회개, 아쉬움, 통탄, 한탄 → 3점
- 성장
- 고통
- 수준
2. 다음 단어 중 뜻을 아는 단어는 몇 개인가요? (개당 1점)
- 스러지다
- 지분거리다
- 주억거리다
- 허정거리다
- 들썽거리다
- 곰살맞다
- 섧다
→ 나의 단어 탄력성? = 1 + 2 점수
1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나요?
4 권당 1Kg, 최대 10Kg(40권 이상은 동일)
예) 7.5권 →독서근육량 1Kg, 40.7권 →독서 근육량 10Kg
→ 나의 독서 근육량?
글쓰기 나이 = (맞춤법 레벨 + 단어 탄력성) ✕ (독서 근육량 + 1) ÷ 10
* 나의 글쓰기 나이는?
- 0~2세: 꼬물꼬물 신생아
- 2~10세: 덩치만 우람한 어린이
- 10~18세: 성장기 청소년
- 18세 이상: 건장한 성인
*정답:
1단계: 맞춤법 레벨
될까요/ 봬요/ 희한/ 왠지/ 거예요/어떻게 /웬만하면 /오랜만 /어이 /나을 /잠갔/게요
2단계: 단어 탄력성
1번
-성장: 번성, 번영, 발전, 증가, 확장, 팽창 등
-고통: 고난, 괴로움, 아픔, 고초, 시련, 고생 등
-수준: 정도, 차원, 깜냥, 능력, 실력, 표준 등
2번
-스러지다: 형체나 현상 따위가 차차 희미해지면서 없어지다.
-지분거리다: ➀ 짓궂은 말이나 행동 따위로 자꾸 남을 귀찮게 하다.
➁ 음식에 섞인 모래나 돌 따위가 귀찮게 자꾸 씹히다.
➂ 자꾸 날씨가 궂고 눈이나 비 따위가 오락가락하다.
-주억거리다: 고개를 앞뒤로 천천히 끄덕거리다.
-허정거리다: 다리에 힘이 없어 잘 걷지 못하고 비틀거리다.
-들썽거리다: 가라앉지 않고 어수선하게 자꾸 들뜨다.
-곰살맞다: 몹시 부드럽고 친절하다.
-섧다: 원통하고 슬프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