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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영 Sep 20. 2020

학교에 학생들이 있는 게 이상했다

문제가 주는 기회

   미래 세상을 미리 내다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코로나 19로 인한 언택트의 생활이 일상이 되었다. 언택트는 코로나 19로 인해 생겨난 신조어로 접속한다는 contact와 부정의 의미인 un의 합성어로 접촉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나는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수업 이외 개인상담도 줌(ZOOM)으로 진행한다. 지난주에는 혼합 수업(대면과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에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8개월 정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학교 캠퍼스에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너무도 이상하고 낯설게 느껴졌다. 원래는 학교에 학생들이 없는 게 이상한 것일 텐데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들 없는 학교에 익숙해진 것이다. 나 스스로도 너무 놀라웠다. “사람이 환경에 이렇게 금방 적응되는구나”     


   지난주부터는 줌(ZOOM)으로 진로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는데, 집단상담을 줌으로 하는 것은 처음이라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나름의 수업 팁들을 익혀나갔다. 만약 나에게 코로나 19라는 위기가 없었다면, 그래서 늘 하던 방식인 대면으로만 집단상담을 진행하였더라면 어땠을까? 과연 스스로 줌 수업에 대해 따로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을까? 분명한 것은 위기가 사람을 좌절시키기도 하지만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도 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진로 집단상담은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의 진로지도를 조력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집단상담을 하기 위한 절차로는 먼저 집단원들을 모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집단에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은 참여 지원동기를 적어야 한다. 이번 진로 집단상담은 책과 영화라는 매체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진로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8명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원래는 8월 말,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면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미뤄지다가 결국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된 케이스이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하는 지원동기에는 코로나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다. 


     “본인이 이번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계기가 된 것은 최근의 코로나 사태입니다. 본인의 역량을 감안하고서라도 올해 들어 반 강제적으로 사회생활이 끊기다 보니까 최근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있을 때도 말을 하는 어투나 깊이 정도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중략)”      


  대학생들에게 진로문제는 늘상 따라다니는 주제이기도 하다. 지난 학기에도 진로집단을 이끌긴 했지만 이상하게 이번 집단은 다른 때보다 신경이 쓰였다. 나도 줌(ZOOM)으로 처음해보는 데다가 코로나로 인해 학교를 못나오는 학생들이 그동안 많이 지쳤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집단상담을 이끌기 전에 학생들의 참여 지원동기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편이다. 그들의 지원동기는 내가 집단지도자로서 갖게 되는 태도에 영향을 주며, 그들의 니즈에 따라 상담 진행방향을 살짝 수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이자 기회이다     

  

  코로나 19 사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처한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세상이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가 자꾸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어제의 해법으로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문제 상황이야말로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자극제이자 기회다. 왜냐하면 문제가 있어야만 그것을 해결할 또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처음에는 동영상 수업이 불편하고 낯설고 어렵게만 여겨졌는데 지금은 새로운 자극제가 되어 배움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재미까지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즉, 이러한 문제 상황이야말로 새로운 방식으로 수업을 만들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만약 간지에게 말기 암이라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오래 전에 나온 일본 영화 <살다>는 와타나베 간지라는 노인의 이야기이다. 간지는 30년 동안 관료체제 속에서 일해 온 공무원이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느냐로 결정한다. 자기 자신을 객체로 생각했고, 언제나 큰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인생을 살아왔다. 간지는 일을 더 잘해보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말기 암 선고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간지는 자신의 황무지 같은 삶을 되돌아보며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생애 처음으로 삶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한다. 간지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않는다. 간지는 생애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있으며 자유롭다고 느낀다. 만약 간지에게 말기 암이라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삶은 어땠을까?      

  

  우리는 항상 문제에 부딪힌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해결책을 궁리해야 한다. 과연 문제란 무엇일까? ‘문제’란 원하는 목표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내가 원하는 몸무게는 55kg인데 실제의 몸무게가 60kg이라면 그 5kg의 차이가 문제다. 그것은 불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든 원인 중 핵심 원인을 ‘문제점’이라 한다. 또한 ‘문제 해결’은 그 차이를 줄이거나 없애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때 문제 해결의 도구로 창의적 기법이 활용된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문제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나 조직은 그들의 문제를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회와 도전, 질문과 관심사,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여 더 나아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의미하기에 문제는 창의력 계발의 기회가 된다. 


                  문제의 어원인 Pro-blema는 ‘자기 앞에(pro) 던져져 있는 것(blema)’을 뜻한다. 


                                           “내 앞에 던져져 있는 것은 무엇인가?” 


머릿속 생각을 시각화하라


  모든 상황이 어려운 요즘, 이리저리 궁리해도 잘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는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먼저 자신에게 있는 모든 문제들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종이에 시각화해보자. 우리는 상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정리하기가 쉽다. TV 프로그램 중 <신박한 정리>가 있다. 집을 정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건들을 눈에 보이게 전부 꺼내놓는 작업이다. 옷장 정리를 하기 위해서는 일단 서랍이나 옷장에 걸려있는 옷들을 모두 끄집어내는 것처럼 말이다. 즉,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머릿속 생각을 밖으로 끄집어내야 한다. 머릿속에서 엉켜버린 수많은 생각들을 눈에 보이게 시각화해야 한다. 눈에 보이면 정리하기가 쉽고 문제의 본질적 원인을 조금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겉으로 드러난 표피적 원인은 “바빠서, 인력부족, 실수가 잦아서, 업무량이 많아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본질적 원인은 복잡한 프로세스이거나 인력 스킬 부족, 또는 팀워크 부족이나 잘못된 설계일 수도 있다. 


  창의성은 문제를 낸 후 그 문제를 푸는 과정이다


  문제를 내는 데에도 창의성이 필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창의성이 필요하다. 즉, 문제가 없다면 어떤 해답도 진정한 해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스페인어 respuesta는 answer(답)에 해당하는 것으로, 죽은 사람들을 위해 부르는 노래인 responso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 답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생명이 없는 것에 관한 노래라는 의미다. 우리는 일단 답을 찾아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하기를 멈춘다. 과거에 일어난 일을 토대로 답을 안다고 생각할 때 우리의 생각은 죽어버리고 만다. 즉, 우리의 습관, 고정관념, 정해진 관례 등이 점점 쌓여서 결국 다른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문제를 일으킨 사고방식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다”  - 아인슈타인 

    


  우리가 가장 무서워해야 할 것은 생각이 멈추고 당연함 속에 자신의 생각이 갇히는 것이다창의성은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며, 자신이 가진 기존의 생각을 파괴함으로써 예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이다. 즉,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해서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 마디로 ‘창의성 = 새로운+?(무엇)’을 의미한다. 여기서 무엇은 유‧무형의 무엇이든지 적용이 가능하다.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법, 새로운 행동, 새로운 제품 등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또한 창의성은 문제 해결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 성공했다는 것은 그의 문제 해결 능력이 탁월하다는 증거다. 결국 창의성 없이는 성공도 있을 수 없으며 이러한 창의력 계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문제’이다. 

  따라서 우리는 답이 정해져 있더라도 ‘왜?’라는 질문을 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왜 사람의 마음은 변할까?’, ‘왜 사랑의 열정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고 식어버릴까?’, ‘왜 기억은 갈수록 희미해질까?’, ‘우리는 왜 인간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등 바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데서 심리학은 출발했고 나 역시 뒤늦게 심리학 공부를 하게 된 계기였다.      


  현재 나의 문제를 떠올려보자


  그리고 그 머릿속 문제들을 모두 끄집어내어 종이에 적어보자. 모든 문제(또는 과제)는 덩어리가 크고 서로 뒤엉켜 있어서 그 자체로는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음식을 먹을 때 입에서 음식물을 잘게 쪼개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문제 역시 작은 크기로 잘게 쪼개 놓아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즉, 문제가 작은 크기로 분해가 되면 내가 할 것인지 다른 사람이 할 것인지 역할분담이 가능해지고, 이 일을 지금 할 것인지 나중에 해도 될 것인지 판단이 가능해진다. 또한 실행의 우선순위도 정할 수 있게 되어 실행력이 높아진다.

  현재 머릿속이 복잡한가? 그렇다면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나열(끄집어내기)하고 분류(정리하기)하고 배열(우선순위 정하기) 해보자. 머릿속이 훨씬 단순해진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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