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이 Jan 03. 2024

다시 기록하기로

나도 사람이라고! 

1. 간만에 각잡고 글 쓰고 싶어져서 노트북 켰더니, 남(편)거라서 비밀번호 부터 막히고, 화면 밝기와 배터리수준까지.. 뭐 거의 다 새로 세팅해야 하네? 그냥 아무도 안 건드리는, 나에게 최적화된 내 노트북 필요합니다. 어디 구할 곳 없나. 이 노트북 가성비 좋은 제품이긴 하지만 미묘하게 나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많아... 난 미세한 화면 밝기와 선명도에도 민감한 여자라고. 사실 아이패드도 있는데 그건 더 불편하고 그것 마저도 모든 세팅이 남편에게 맞추어진 상태라. 결혼 전부터 쓰던 내 미니PC는...할많하않.


2. 각잡고 글쓴다고는 했지만, 진짜 각잡고 쓸 생각은 없다. 그냥 자기표현 용도로 쓸 예정이다. 목표는 매일 하나씩 올리기. 그동안 결혼->임신->출산->육아 겪으면서 블로그 같은 거 할 마음의 여유가 없고, 나를 돌아보며 글을 쓸 바엔 그냥 유튜브 보면서 시시덕 거리는게 스트레스 풀린다고 생각해서 이런 글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애기도 어느 정도 혼자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일상 글 하나 올리는 게 엄청난 시간을 소모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주 작은 일들이라도 그냥 이야기 하고 싶고, 내 손끝에서 나오는 활자들이 보고 싶고, 그렇게 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조금의 치유도 받고 싶고 그래서. 그냥 인스타 기웃거리면서 시간 버릴 바엔 뭐라도 써야지 싶어서 얼른 로그인했다. 


3. 육아가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주는 지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더 얹고 싶지는 않다. 특히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는 너무 큰 변화와 정체성의 혼란을 주고... 엄마라는 존재가 되면서 기존 원가족과의 역사.. 신체적 변화... 돌봄노동....블라블라... 암튼 할 말이야 오십구만개 있지만. 그냥 패스할거고. 나는 역으로, 육아 별 거 아니야, 네 자아 네 인생 그대로 밀고 나가. 네 자식이 절대 너의 행복을 막지는 않을거야. 라는 말을 하는 여성이자 인간이 되고 싶어. 그렇다고 자식 방임을 권장하는 게 아닌 건 알지?


4. 나는 오늘부로 매일 글을 올릴 것이다. 애기가 새벽에 3번을 깨든 4번을 깨든, 이유식을 10번을 먹던, 어디를 가든 말든, 몸이 피로해서 어지러울 지경이든, 그래도 일단 뭐라도 쓸 것이다. 왜냐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국 난 엄마가 되었다는 핑계로, 인간으로서의 나를 잊은 채 나이만 먹다가, 결국 주변 사람들을 탓하며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매일 글을 쓰며 나도 목소리가 있는 인간이고 취향과 취미와 독립성이 있는 한 명으로서의 어떤 표현들을 해나갈 것이다.


5. 이거 쓰는 동안 혼자 있던 아기와 놀아주러 가봐야 겠다. 그래도 이정도 쓴 게 어디냐고. 나 대단해.



작가의 이전글 쓰고 싶지 않은데 쓰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