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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일라 메이 Mar 15. 2021

필리핀 신화와 전설: 마리아 카카오, 장사하는 요정님

간단하게 보는 필리핀 신화와 전설

Maria Cacao, 한글로 발음하면 마리아 카카오. 그녀는 필리핀 세부의 매력적인 요정이자 반전 캐릭터다. 어렸을 때 모든 요정이 이슬 먹고 빛나는 존재로 인식했는데 마리아 카카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인식이 무너졌다.


마리아 카카오는 고운 드레스 입고 세부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 하는 요정이다. 그녀는 요정의 힘을 써서 기적을 행하는 존재보다는 인간처럼 비즈니스 하면서 생존하는 현실적인 요정이다. 만약 21세기에 살아 있다면 성실하고 대단한 커리어우먼이 되어 경영 잡지에 실리지 않을까 싶다. 



세부에서 카카오 플랜테이션 하고 외국에서 무역하는 요정님

마리아 카카오는 필리핀 세부의 요정으로 카카오 플랜테이션 하는 요정이자 무역 상인이다. 그녀는 망가오라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카카오를 키우고 외국으로 팔고 있었다. 그녀 옆에 등장하는 망가오의 정체가 명확하지 않다. 누가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남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남동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확실한 건 그는 마리아의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사실이다. 마리아와 망가오는 수확한 카카오 열매들을 모두 황금 배에 싣고 무역 활동하러 세부를 떠난다. 


외국의 소비자들은 금은보화를 들고 마리아와 망가오의 카카오 열매를 산다. 카카오를 사고 싶으면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최고급 식가와 도구 그리고 옷감이라고 불렀고 어떤 사람은 금으로 된 식기와 옷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금은보화로 표현하기로 했다. 마리아 카카오와 망가오가 카카오 열매를 다 팔면 금은보화를 가지고 다시 세부로 돌아간다. 



금은보화 무료 대여 서비스를 하는 요정님

마리아 카카오와 망가오는 넘쳐나는 금은보화를 좋은 취지로 활용했다. 이들은 마을 사람들 상대로 금은보화 무료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절차는 이랬다. 누군가가 종이에 '황금 그릇'을 적고 동굴 앞에 놓으면 다음 날, 종이를 놓고 간 자리에서 황금 그릇을 보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문 앞' 비대면 배달 시스템과 유사하다. 


마을 사람들이 지켜야 할 대여 서비스 규칙은 간단하다. 빌린 물건을 잘 쓰고, 잘 돌려주면 된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 규칙을 잘 지켰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들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터넷에서 '인간은 욕심이 많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말을 자주 목격하는데 요정님이 살았던 시대 사람들도 욕심이 많고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이었다. 


규칙을 잘 지키던 마을 사람들이 규칙을 깨기 시작했다. 금은보화 무료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 마을 사람들은 빌린 물건을 그들의 기준으로 잘 썼지만, 마리아 카카오의 기준으로 잘 돌려주지 않았다. 심지어 분실까지 일어나서 마리아가 카카오가 돌려받지 못한 금은보화가 있었다. 


분노와 절망 그리고 실망을 한꺼번에 느낀 마리아 카카오는 하늘을 향해 서러움을 표현했다. 그녀의 서러움을 들어준 하늘은 태풍을 일으키게 했다. 양심을 버린 마을 사람들이 천벌 받은 것이다. 마리아 카카오와 망가오는 마을 사람들의 상처를 잊지 못하고 세부를 떠났다. 그 후로 마리아 카카오와 망가오를 본 사람들이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필리핀에서 잘 알려진 마리아 카카오의 이야기다. 마리아 카카오의 전설은 구전으로 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역과 전해주는 사람에 따라 전개와 설정이 다르다. 어떤 버전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카카오 열매를 훔치고 황금배의 금까지 떼어내려는 이야기가 있다. 마리아 카카오는 요정으로 알려졌지만, 산의 여신 혹은 정령으로 설명되는 구전도 있다. 



죽은 자의 영혼을 수확하는 요정님

어떤 구전에서는 마리아 카카오가 플랜테이션 하는 상인이 아닌 '죽음'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무서운 요정으로 등장했다. 태풍처럼 자연재해가 많은 곳에서는 사신과 비슷한 존재로 등장하는데, 그녀가 황금배를 타고 바다에서 죽은 자의 영혼을 수확하는 역할을 한다. 내가 처음 알고 있는 무역 상인 마리아 카카오와 정반대의 이미지다. 


카카오 플랜테이션 하는 마리아의 모습과 배를 타고 영혼을 수확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상상력을 더했다. 어쩌면 두 모습이 하나의 마리아 카카오를 보여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실망한 그녀는 무역 상인의 역할을 버리고 인간의 영혼을 수확하는 역할로 바꾸는 모습을 떠올랐다. 그런 모습을 떠오른 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기 딱 좋은 사연 있는 요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아 카카 오의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구글에서 'Maria Cacao'라고 치면 이미지에서 그녀의 모습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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