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삶에서 단순함으로 부자 되기
인생은 단순해지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회사일, 아이 돌봄, 돈 관리, 아이 교육, 노후 플랜까지. 게다가 남편, 부모님, 친구 등 인간관계에서도 신경 쓸 일은 끝없이 늘어난다. 마치 촘촘한 그물처럼 나를 둘러싸고, 조금만 방심해도 번아웃이 걸릴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캘린더와 할 일 앱에 의존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치 하루살이처럼, 그날의 할 일 목록만 보고 움직인다. 일이 많은 날은 숫자로 번호를 매겨 처리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회사에 긴급한 일이 생기면, 번호 매긴 질서가 무너지고 하루가 뒤죽박죽이 된다.
그때마다 느낀다. 정리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정리를 단순히 물건을 치우는 행위로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정리는 ‘구분’이다.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그리고 꼭 필요한 것만을 취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소비뿐 아니라 관계, 업무, 할 일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계속해서 구분하는 연습을 하면 시간과 업무 효율성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 정보와 욕심이 넘치는 시대에 정리야말로 생존을 위한 필수 기술이다.
나 역시 매일 정보 속에 허우적거리며 하루를 버티듯 살아간다. 그러다 버퍼가 걸린 듯 멈춰 설 때가 있다. 머릿속 용량이 가득 차서 더는 감당이 되지 않는 순간. 그럴 때마다 일부러라도 ‘빼는 훈련’을 한다. 욕심이 많은 탓에 가능하면 모든 일을 해내고 싶어 하지만, 사실 중요한 건 ‘더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이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먼저 핀터레스트를 켠다. 이번 시즌의 패션 트렌드를 쭉 훑어본다. 하지만 그것은 ‘구경’ 일뿐이다. 진짜 시작은 내 옷장을 핀터레스트 컬러와 스타일별로 정리하는 일이다.
정리가 끝나면 필요한 옷을 리스트업 한다. 그리고 계절별로 딱 5개 미만만 사겠다고 정한다. 작년에 주구장창 입었던 베이지 니트 같은 애착템은 아예 오래 입을 수 있는 브랜드 제품으로, 대신 청바지처럼 자주 세탁해야 하는 옷은 유니클로 같은 브랜드에서 가성비 좋은 아이템을 고른다.
속옷과 양말은 10개 미만으로 맞추고, 새로 사면 낡은 것은 반드시 버린다. 내가 좋아하는 잠옷도 계절별로 3벌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매 계절마다 정리를 반복하다 보면, 불필요한 충동구매를 막을 수 있다.
예전에는 쇼핑을 정리 없이 하다 보니, 순간 예쁜 것에 혹해 사버리고는 옷장 한쪽에 처박아두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정리를 습관화한 후에는 감정적 소비가 줄고, 오히려 옷 코디가 훨씬 쉬워졌다. 정리야말로 패션과 절약을 동시에 잡는 지름길이었다.
업무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회사 시스템에 모든 업무를 기한별로 기록해 둔다. 아침에 일어나면 리스트를 보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중요한 건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다.
내 업무 특성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실패하면 어쩌지?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렇게 마음을 고쳤다. 작게 시작해서 빨리 결론을 얻자. 성공이든 실패든 그 과정에서 배움은 반드시 남는다.
실제로 10번의 시도 중 9번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단 한 번의 성공은 내 다음 도전을 훨씬 가볍게 만든다. 업무를 정리하고 간소화하면, 시행착오조차도 ‘자산’이 된다.
얼마 전 휴대폰 주소록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수년간 연락하지 않은 대학교 친구들, 전 직장 동료들, 동아리 사람들… ‘혹시 필요할지 몰라’라는 이유로 남겨뒀지만 사실상 연락할 일은 없었다.
인생의 단계가 바뀌면서 관계도 자연스럽게 달라진다. 이제는 친구보다 가족이 더 소중해지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우선순위가 된다. 그렇다면 과거의 인연들을 억지로 붙잡을 필요는 없다.
나는 주기적으로 관계를 정리한다. 그 빈자리에 새로운 인연이 들어오기도 한다. 마치 파도가 밀려나가면 또 다른 파도가 들어오듯이, 관계도 자연스럽게 흐른다. 억지로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고, 번 돈을 쓰기 위해 또 시간을 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예를 들어 휴양지 여행을 앞두고 원피스를 고르느라 3시간을 매장마다 돌아다닌 적이 있다. 입어보고 또 입어보다가 결국 지쳐서 ‘그냥 이거 하자’ 하고 감정적인 선택으로 끝났다. 사실 휴양지가 처음도 아닌데, 왜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래서 나는 특정 계절이나 상황에서 입는 옷들을 따로 정리해 두기로 했다. 수영복, 리조트 원피스, 휴가용 샌들은 한 곳에 모아두고, 낡으면 그때만 새로 산다. 화장품, 그릇, 우산, 배터리, 상비약도 마찬가지다. 모아두면 ‘이미 있는데 또 사는’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매주 주말마다 작은 정리를 하나씩 한다. 그러다 보면 잊고 있던 물건을 다시 발견하기도 한다. 마치 숨은 보물을 찾는 기분이다.
정리를 잘하는 습관은 단순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는 차원을 넘는다.
옷장을 정리하면 불필요한 쇼핑이 줄고, 업무를 정리하면 성과가 쌓이고, 관계를 정리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소비를 정리하면 돈이 모인다. 결국 정리는 곧 돈을 모으는 습관이다.
돈을 모으는 데 필요한 건 단순히 절약이 아니라, 나의 시간·에너지·관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힘이다. 삶의 복잡도를 줄이는 힘이 바로 부의 시작점이다.
나에게 정리는 더 이상 ‘언젠가 해야 할 집안일’이 아니다. 정리는 지금 당장 부자가 되기 위해 매일매일 실천해야 하는 삶의 태도다.
우리는 모두 바쁘다. 하지만 바쁘다고 해서 정리를 미루면,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정리는 시간을 줄이고, 돈을 아끼고, 에너지를 보존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끝에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오늘 무엇을 정리했는가?”
이 질문 하나가 내일을 더 단순하고, 더 편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