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표의 좌충우돌기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혹시 잠깐 시간 되세요?
메신저로 메시지가 뜬다. 가슴이 철렁하다.
또... 그만두는 건가?...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속이 울렁거린다.
5인 미만 기업에서 한 사람이 그만두면 그와 가장 친한 동료가 동반 퇴사를 한다. 그 뭐 좋은 일이라고....
왜냐하면 자기가 모든 일을 떠맡을 것 같다는 두려움과 함께 외로움도 오나 보다.
나는 올해도 이별통보를 받았다. 아니 퇴사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내에 어떻게든 새로운 직원을 구해야 하는 업무를 부여받았다. 방금 전에... 그리고 시간은 무섭도록 정확히 흘러간다.
지금은 중소기업 아니 소규모 회사의 대표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회사를 공채로 들어가 4년, 대학원을 다녀와서 이직해서 추가 3년을 일했다. 회사생활에 고질적인 문제 '상사는 내가 고를 수 없다. 까라면 까야한다. 프로세스는 비효율적이어도 바꿀 수 없다. 나 같은 일개 사원은....'를 참지 못하고 출산휴가 때 사업을 시작했다. 그냥 나가기는 두려워서 순수익 월 1000만 원 6개월을 찍고 퇴사를 했다. 사업은 리스크를 지는 것이라고 하던데 나는 겁쟁이라 완전하게 급여를 뛰어넘은 다음에 퇴사를 했다.
대기업보다 못한 쥐꼬리만큼 월급을 주는 놈, 규모가 작아 안정적이지 않은 회사를 가진 놈. 면접에서 지원자님들은 나한테 4대 보험은 해주는지, 연차는 주는지 절대 대기업 면접에서는 나올 수도 없는 기본권에 대한 질문을 퍼부었다. 돈 주는 놈은 난데.... 내가 더 아쉬워야 하는 취업시장에 나는 철저하게 갑을병정의 정직원 그 아래 최하단에 위치한 가진 게 많이 없는 대표 따위였다.
아 그래 나도 돈 많이 주면 좋지. 좀 당당하게 허리 펴고 지시할 거 아니야. 근데 뭐 매출이 정해져 있으니 물론... 능력이 뛰어나면 잘하겠지만 나도 겨우 직장인에서 갓 튀어나온 사람이란 말이다. 나는 항상 '부탁드립니다. 혹시 바쁜가요~?' 라며 눈치 보는 입장이었다. 사실 직원들은 나갔지만 내 속에는 더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다음 달에는 일이 들어올까? 내년에도 사무실 재계약을 할 수 있을까?
나도 경력직이 아닌 첫 신입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5년이 흘렀다. 부끄럽지만 아직도 어설프고 부족한 인간일 뿐이다. 단지 회의할 때, 의사결정할 때, 고객사 앞에서 인사할 때, 일을 할 때 온 힘을 다해 노력할 뿐이다. 난 절대 뒤로 물러날 수 없는 이 회사의 1번이니까...
몇 년 동안 하지 않은 진짜 내 이야기를 하고자 또 연재를 시작해 본다. 내 이야기에 대단한 스토리는 없다. 지금도 부족하고 많이 배우고 갈길이 먼 나의 이야기이다(물론 주변 사생활 보호용으로 각색할것이다). 직장인의 공감은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지만 대표의 공감은 찾기가 너무 힘들다. 사장들은 어디 엄청난 비밀의 공간에서 속닥속닥하는 걸까?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 못 하고 속으로 시름시름 앓으며 방구석에서 술이나 홀짝홀짝 마시면서 다들 그렇게 푸는 걸까? 아니면 태생이 강하신 분들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다고 한번 꺼내어 보려고 한다.
물론 나와 우리는 성장을 하고 있고 직원분들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이고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너무 운과 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지해주는 가족과 주변인들에 많은 감사를 드리며 조심스럽게 좌충우돌기를 풀어보려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