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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주의 김대표의 이중생활] 제발 돈 좀 주세요!

제발 곱게 계좌이체 하세요!

by 연대표

고개숙여 일하고 무릎꿇고 돈 받는다

사업을 하다 보면 화가 나는 순간이 참 많다. 평온한 날보다 화가 나는 날이 많은 날... 그래서 나는 내 월급이 나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화값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회사 간에는 갑, 을이 존재한다. 돈을 주는 자는 갑 받는 자는 을. 특히 열심히 일을 했는데도 돈을 못 받는 경우에는 무슨 구걸하는 마냥 서럽다.


고개 숙여서 일감을 받고 끝까지 굽신굽신 했는데 돈은 무릎 꿇고 받는 느낌이랄까? 물론 대부분의 고객사와는 너무 원활하다. 그 1%는 중력 불변의 법칙처럼 항상 존재한다.

이유도 수백 개의 회사처럼 참 다양하다. 회사에 돈이 없어서, 상위 업체의 대금을 받지 못해서,


나는 회사의 1번 타자이다.

회사의 1번 타자인 나는 어떻게 돈을 받을지 생각한다. 처음에는 공손하게 얘기를 하다가 결국 복창이 터진다. 우리 회사도 어렵다고 구구절절하게 사연을 늘어놓아보기도 한다. 그것도 안된다면 내용증명을 보내드렸다고 해본다. 마지막 이런 돈을 받아주는 전문 업체와 계약을 해서 눈물 나는 몇십 프로를 떼이고 받는다.


돈을 주기 싫으니 별말을 다한다. 품질이 안 좋다느니 자기도 손해를 봤으니 몇 프로를 깎고 돈을 드리겠다느니. 만족한 거 안다. 돈을 덜 주고 싶어서 하는 꼼수인걸 알지만 속에서 천불이 나지만 웃으면서 알겠다고 다음부터 더 잘하겠다고 한다.


그때 그 담당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미팅 내내 다리 꼬고 앉아서 '솔직히 더 빨리 납품하셨어야죠. 저희도 손해 본 게 있으니 30% 감액 안되면 결제 어렵습니다'라고 하더라. '저희 직원들도 야근하면서 맞춰드리려고 했습니다. 계약서에 있는 기한은 맞췄습니다'라고 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변명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미친놈... 욕이 목구멍에서 폭발할 것 같지만 매달 나가야 하는 직원들 급여, 공과금, 임대료, 유지비 등등으로 나는 다시 삼킨다. 삼킨 욕이 소화가 안 된다. 술로 소화를 시켜본다. 술을 마시며 남편한테 하소연을 한다. 내가 잘못한 거냐고, 원래 이런 거냐고. 속이 쓰리다. 술 때문인지 마음 때문인지 모르겠다.


화장실 문을 닫고 찬물로 얼굴을 씻는다. 머릿속 계산기에는 30% 감액 시 발생하는 영업이익 손실분이 숫자처럼 떠다닌다. 나는 존엄성을 팔기로 한다. '알겠습니다. 다음부터는 더 잘 맞추겠습니다'라고 마무리한다.


그렇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간다.

지난해 유난히 미수금이 많았다. 경기 탓인지, 업계 탓인지... 회사 안에 있을 때는 누군가 보호를 해줬던 것 같다. 회사의 네임벨류가, 팀장님이, 사수가 등등 하지만 지금은 그냥 총알을 직격탄으로 맞는다.


굳이 좋은 점을 찾자면 이런 상황을 맞이하면서 나는 단단한 갑옷(멘탈이 조금 강해짐)이 생기고 악에 받쳐 머리를 굴려서 더 잘될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금이 튼튼한 회사랑만 거래해야지. 이런 생각이 든다.


결국 미수금은 거래처의 자금 부실, 관리 실패이기도 하다. 내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현금 흐름이다. 1000억짜리 회사도 도산하고 10억짜리 회사도 도산할 수 있다. 매출보다는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중요하다. 현금 흐름은 회사에서는 산소이고 매출은 가끔 화려한 껍데기일 때가 있다. 겉보기에는 튼튼해 보여도 업체 미수금으로 꽉 막힌 회사는 혈전으로 언제 쓰러져도 무리 없는 환자인 상태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고 한다.


사업은 리스크를 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사업이야 말로 회사의 모델, 사람들의 급여, 쌓아온 이력들이 있기에 그럴수록 더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스크를 안질수는 없으나 스스로 커버가 가능한 정도의 리스크를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주식은 리스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시절처럼 사업은 도박이 아니고 현금흐름이 잘 되고 최소 3개월치 비상금을 확보해 두는 계획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업을 중요하게 것처럼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며 직원들이 참 고맙다. 회사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와주는 직원이 있다. '저희는 괜찮아요', ' 정말 화가 나네요' 고객사의 무리한 요구사항에도 괜찮다고 말하고 같이 감정이 공유되는 직원의 말 한마디가 너무 고맙다. 나는 돈 버는 일을 하는데 뭔가 신뢰를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들 중 단순한 계약 관계가 아닌 사람 사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해봤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한다.

'좋은 아침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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