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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아니 Mar 20. 2020

코로나 이후의 세상, 어떻게 변할까

일상: 많이 달라질 미래

“이 또한 결국 지나가리라.”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콜레라도 지나갔고 사스도 지나갔고 메르스도 지나갔고.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막 난리와 패닉이 시작 된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나지 않을까. 만약 끝나지 않고 이대로 계속 심각해지기만 한다면 결국 살아남을 국가도, 인류도 없을 테니. 그 상황은 오히려 크게 걱정하거나 상상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모두가 다 망했다는데, 뭘 어쩔까. ‘인류세’가 지나고 이제 다른 세世가 오겠지.


그래도 그게 아니라면. 결국엔 영화 인터스텔라 속 대사처럼, 늘 그랬듯이 우리가 답을 찾는다면 다시 계속 우리는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고, 삶을 이어가고, 생활을 영위하고, 미래를 계획해야 한다. 지금은 박살나버린 주식시장도 언젠가는 회복 될 것이다. 멈춰버린 공장도 다시 돌아간다. 텅 빈 거리도 언젠간 다시 인파로 북적이고, 우리는 모두 모여 환호성을 지르며,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해피 뉴 이어를 맞는다. 그래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예전 같지는 않겠지. 날카로운 송곳으로 한번 긁고 지나간 자리는 때워도 메워도 흔적이 남는다. 상처도 새 살은 돋지만 흉터가 남는다. 고로, 이 전 세계적인 난리는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를 몇 몇 남길테고, 이는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 바꿀 것 같다.


과연 뭐가 달라질까.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평범하고 흔했던 풍경이 이젠 특별해져 버렸다


우선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 아마 오래 갈 것 같다. 


사회적 거리는 둘째 치고, 그냥 건물 현관문 손잡이조차 무서운 요즘이다. 엘레베이터 버튼도 손끝이 아니라 손가락 '등(관절)'으로 누른다. 퇴근 길 정류장에 버스가 섰을 때, 드리프트 하는 듯 한 기사님의 제동 반동을 견디기 위해서는 손잡이를 잡아야 한다. 문득 스쳐 지나가는 생각. 아, 코로나. 아, 바이러스. 집에 오자마자 손을 박박 문질러 거품비누로 씻고 그도 모자라 손 소독제를 바른다. 손, 볼, 얼굴, 그리고 옷까지 박박 문지른다.

 

접촉에 대한 트라우마, 두려움, 경계심은 접촉을 매개로 하는 모든 것들에 상당 기간 남을 것 같다. 그냥 떠오르는 것만 해도 대중교통 손잡이나 시설, 승차공유 서비스, 온갖 공유 자전거나 킥보드, PC방 키보드, 도서관의 책, 식당의 물컵 등 말이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몰리는 대형 군집 이벤트도 한동안 경계하지 않을까. 불금을 클럽에서 보내기보단(가본 적도 손에 꼽지만) 거실에서 만원에 네 캔짜리 맥주를 딴 뒤 넷플릭스와 보내는 게 주말 일상이 될 것 같다. 실제 우리 부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넷플릭스 계정을 텄다. 킹덤 시즌 1, 2도 완주한지 며칠 안 됐다. 더 볼만한 프로는 뭐가 있는지 주말마다 탐색 중이다.


또 뭐가 달라질까. 아, 다들 이구동성으로 주변에서 하는 말이 있다. 


마스크 가격만 내려봐라! 


비트코인처럼 마스크 가격이 롤러코스터 탄 사태를 겪은 사람들은 코로나가 끝나면, 마스크 가격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면, 집에 한 200, 300장씩은 쟁여둘 태세다. 그런데 이러면 마스크 가격이 내려갈까? 어마어마한 잠재 수요가 기다리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당분간 마스크는 여전히 비쌀 테고 구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암울한 예감이 든다. ‘빨아 쓰는 마스크’가 나온다고 하지만, 이 또한 사재기, 쟁여놓기의 타겟이 되고 말겠지. 어쩌면 마스크라는 상품의 성격, 존재 가치, 정체성이 코로나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 없어선 안 될, 많이 쟁여 놓으면 마음 포근한, 생활 필수재로.


관심 대상도 약간의 변화가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주식이나 증시, 환율, 더 나아가 해외 증시나 다른 나라 경제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던 사람들이, 맨날 이 뉴스를 보고 있다. 매일 조간신문 1면 톱은 경제 뉴스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고, 일본 증시는 떡락했고, 이탈리아와 유럽은 극락 갈 태세고. 코스피 코스닥은 안에서 무너지는 중이다. 


내 주식계좌도 시퍼렇다. 블루오션인가. 원래 돈도 얼마 없고 아는 지식도 없어서 누구나 이름 아는 큰 회사 주식을 재미삼아 몇 푼 사놨는데. 이젠 그러려니 싶어서 열어보지도 않는다. 마치 아주 길게 천년 만년 영원토록 익힐 작정인 묵은지 장독처럼. 심신의 안정을 위해. 그런데 자꾸 단톡방에는 1500, 1400, 1300 이런 숫자들이 오간다. 언젠간 2500, 3000 이런 숫자들이 날아오지 않을...? 환갑 전에 볼 수 있을까.


주변에 이런 경제지표에 관심이 없던 지인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삼성전자 주식이 뭐냐’ 이런 걸 물어오는 사람들도 생겼고, ‘계좌 어떻게 트는거냐’ 물어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아, 그냥 어플을 까시구요, 은행 안가도 계좌 이렇게 개설하면 되구요, 매매는 이렇게, 요기 매수를 ‘2주’ 누르면. 자, 이제 삼성전자 주주가 되셨습니다! 해맑게 알려줬다. 이후 폭락장을 경험 중이지만. 


그래도 크게 보면 세상, 특히 세상의 돈이 돌아가는 현상에 촉수를 들이대고 있다는 건 부정적인 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 뭘 알아야, 당해도 덜 억울하지. 모르고 맞으면 겁나 아프다.


세계에 대한 인식도 어느 정도 달라질 것 같다. 


물론 모두가 아직은 위기지만, 한국은 생각보다 잘 버티는 중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모범사례로 들었다는 소식이 자주 날아온다. 초반에 어버버 했던 건 어쩔 수 없다. 다들 처음 두들겨 맞으면 그렇잖아. 사태가 진행되는 뉴스를 지켜보면, 그동안 우리가 범접할 수 없을 것 만 같은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국가들이 오히려 더 난리 중이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특히 유럽 국가들은 범접할 수 없는 선진국이라 생각했는데. 솔직히 요즘 코로나 대응하는 방식 보면 ‘저게 정말 선진국 맞나’ 싶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라 했더니, 최후의 만찬을 즐기겠다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질 않나, 검사를 하면 확진자 수치가 늘 거라며 아예 검사를 안 하질 않나. 


적어도 내 시선에서는 상식적으로 납득 안 가는 일들이 벌어지는 걸 보며, 선진국에 대한 편견과 동경도 어느 정도 깨졌다. 한국 사람들 참 대단하긴 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 이 틈바구니에서 지금까지 버틴 이유가 있다.


이러나 저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 뉴스에선 세상은 뒤집어진다고 난리지만 바깥 풍경은 의외로 고요하다. 그저 바람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게, 그래도 결국 봄은 오나 싶다. 긴 터널을 지나 조금 달라질 미래에도, 아내와 딸 손을 잡고 주말에는 산책을 즐기고 주중에는 도란 도란 따뜻하고 소박한 저녁 밥상을 나누고, 밤에는 이불을 함께 덮고 하루 있었던 일과를 나지막하게 풀어놓는, 그런 일상이 계속되기를.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니라, 사회적 허그하기, 사회적 손잡기, 사회적 보듬어주기 같은 일상이 다시 회복되기를.


언젠간 봄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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